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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Jun 10. 2024

글 쓰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나는 왜 쓰는가> (2)



 조지 오웰의 에세이 모음집, <나는 왜 쓰는가>는 제목부터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그의 에세이 중 가장 빼어나고 중요한 29편의 에세이를 엄선했다는 출판사 서평을 읽고 더욱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습니다. <1984>와 <동물농장>의 대표작으로 작가를 알고 있었을 뿐, 그의 인생에 대해서는 이번 에세이를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작가의 생애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팅 '조지 오웰의 인생이 궁금하다면'을 참조 바랍니다).


 책 <나는 왜 쓰는가>가 좋았던 이유는, 작가의 직접적인 경험에 빗댄 진솔하고 생생한 글이어서이기도 하지만, 제목처럼 '글쓰기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그에게 글쓰기란 무엇인지 등의 내용을 읽다 보면, 글 쓰는 사람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동질감도 느껴지고요. 그동안 글 쓰는 이유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웠지만, 이 책을 읽으며 명료하게 정리해서 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의 본문 중 특히 공유하고 싶은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글쓰기 본능]

사실 모든 책은 실패작이다. …… 모든 작가는 허영심이 많고 이기적이고 게으르며, 글 쓰는 동기의 맨 밑바닥은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책을 쓴다는 건 고통스러운 병을 오래 앓는 것처럼 끔찍하고 힘겨운 싸움이다. 거역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어떤 귀신에게 끌려다니지 않는 한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아마 그 귀신은 아기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마구 울어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본능일 것이다. 


 '거역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어떤 귀신에게 끌려다니지 않는 한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이라는 말이 너무 와닿았습니다. 생각해보면 글쓰기는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작업입니다. 평소 일상생활에서 극강의 효율을 추구하는 저로서는, 인풋 대비 아웃풋으로만 생각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는 이유는 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본능적으로 '해야 한다'는 강한 동기로 인해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도 '왜'라는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미묘한 이유로 글을 씁니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초월적인 힘이 일부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자가 말한 '어떤 귀신에게 끌려다니는'이라는 구절처럼,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쓰지 않고 배길 수 없는 일입니다. 



[글을 쓰는 동기]

나는 내가 글을 쓰는 동기들 중에 어떤 게 가장 강한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게 가장 따를 만한 것인지 안다. 내 작업들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
지난 10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이었다. …… 나는 앉아서 책을 쓸 때 스스로에게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쓰는 건 폭로하고 싶은 어떤 거짓이나 주목을 끌어내고 싶은 어떤 사실이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나의 우선적인 관심사는 남들이 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미학적인 경험과 무관한 글쓰기라면, 책을 쓰는 작업도 잡지에 긴 글을 쓰는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조지 오웰은 글쓰기의 이유를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하여 이야기 합니다. '순전한 이기심(똑똑해보이고 싶은 욕구/ 허영심/ 자기중심적)', '미학적 열정(외부세계의 아름다움 또는 낱말과 그것의 적절한 배열이 갖는 묘미에 대한 인식)', '역사적 충동(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두려는 욕구)', '정치적 목적'인데요. 이 중에서도 특히 정치적 목적을 강조합니다. 정치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정치(politics)가 아닌,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열망'의 광의의 의미로 해석됩니다.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라는 거죠. 다시 말해, 어떤 것을 전달하고자하는 마음 없이 그냥 미사여구만 나열한 문장은 알맹이가 없는 글이라는 겁니다. 오웰은 자신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제국주의, 스페인내전 등)이나, 처한 환경(식민지 경찰 등)으로 인해 노동계의 존재를 인식하고, 글을 쓸 내적 동기를 가지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무언가를 말하려는 이유로 글 쓰는 것 자체가 정치적 목적이 될 수 있으며, 이를 얼마나 미학적으로 잘 전달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이 말을 하고 싶다'라는 이유에서 글쓰기가 시작되는 편입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딱딱하지 않게, 직접적이지 않게 전달할까, 늘 고민하지요.



[글쓰기의 원칙]

 조지 오웰이 말하는 글쓰기의 원칙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익히 봐왔던 비유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2. 짧은 단어를 쓸 수 있을 때는 절대 긴 단어를 쓰지 않는다.
3. 빼도 지장이 없는 단어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뺀다.
4. 능동태를 쓸 수 있는데도 수동태를 쓰는 경우는 절대 없도록 한다.
5. 외래어나 과학 용어나 전문 용어는 그에 대응하는 일상어가 있다면 절대 쓰지 않는다.
6. 너무 황당한 표현을 하게 되느니 이상의 원칙을 깬다. 


 군더더기 없이 정리가 잘된 원칙이어서 앞으로 참고하려고 메모해두었습니다. 위의 원칙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쓸데없이 중언부언 나열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조지 오웰 특유의 명료하고 간결한 문체는 이러한 그만의 원칙에서 나온 것 같고요.

 저도 예전에는 미사여구 붙은 화려한 글이 잘 쓰는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최대한 깔끔하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괜히 잘 쓰고 싶은 마음에 덕지덕지 꾸며낸 글은 독자가 읽기에도 편치 않고, 그리 깔끔하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죠. 






  <나는 왜 쓰는가> 독서처방전을 두 포스팅에 걸쳐 다루어보았는데요. 

개인적으로 책을 읽고 조지 오웰의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과, 삶의 태도에 대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진정성 있는 그의 경험으로부터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방향성을 비춰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요. 


 꼭 글쓰기 측면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많은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글을 쓰는 분이라면 더더욱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1984>와 <동물농장> 등 그의 작품을 의미 있게 읽었다면, 이 책도 분명 만족하실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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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지 오웰'의 생애가 궁금하다면,

'도대체 글을 왜 쓰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면,


<나는 왜 쓰는가>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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