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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Jun 03. 2024

조지 오웰의 인생이 궁금하다면

<나는 왜 쓰는가> (1)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1984>와 <동물농장>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작가입니다. 특유의 풍자와 비판적인 시각, 군더더기 없는 명료한 문체로 이미 유명하지요. 그가 쓴 소설을 몇 작품 읽어보았지만, 에세이를 썼다는 것은 우연한 기회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조지 오웰의 에세이 모음집, <나는 왜 쓰는가>는 제목부터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그의 에세이 중 가장 빼어나고 중요한 29편의 에세이를 엄선했다는 출판사 서평을 읽고 더욱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지요.


 이 책은 특히 작가의 일대기를 알고 읽으면 좋다는 말을 들어서, 책 뒤편의 '작가 연보'를 먼저 읽고 본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만약 작가 연보가 없는 책이라면 포털에서 작가 생애를 검색해보고 본문을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작가 연보를 읽은 뒤, 조지 오웰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 꽤 많습니다.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

영국인으로서 인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명문 사립학교에 다님

명문 이튼 스쿨 졸업 후, 대학을 포기하고 '인도 제국경찰'에 지원함

안정된 식민지 경찰 간부 생활을 그만두고, 런던 빈민가에서 밑바닥 인생을 체험함

호텔, 레스토랑의 접시닦이, 교사, 헌책방 파트타임, 라디오 프로그램 PD 등 다양한 일을 경험함


 

 조지 오웰은 식민통치, 빈민가, 교사, 서점, 탄광 지대에서의 직접적인 경험을 살려 에세이를 썼습니다. 아무나 겪기 힘든 이 경험들이, 글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저 역시 평소 에세이에 체험하고 느낀 것을 녹여내자는 주의여서, 책의 내용이 더 와닿았습니다. 마치 그 당시 상황에 함께 있는 것처럼 생생했지요. 책을 읽는 내내 '나였다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조지 오웰은 사립학교 출신으로 경찰 간부 생활을 하는 등 기득권층에 속해 있었지만, 양심의 가책 때문에 자신의 특권을 포기했습니다. 원했다면 일찍부터 풍요롭게 생활할 수도 있었지만, 모든 것을 내려두고 신념에 따라 사는 인생을 택하지요. 그래서인지 그는 <동물농장> 성공 이후에야 경제적 걱정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무려 그가 작가로 활동한 지 20년 만의 일입니다. 


 외에도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구절을 소개합니다.




[시대와 작가 정신]

전체주의적인 분위기는 시인에겐(적어도 서정시인에겐) 숨 쉴 만한 것일지 몰라도 어떤 유형이든 산문작가에겐 치명적인 것이 된다. …… 솔직하고 힘 있는 글을 쓰려면 두려움 없이 생각해야 하며, 두려움 없이 생각하게 되면 정치적인 통념을 따를 수가 없다. …… 강요된 통념이 있으면 어디서든 좋은 글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작가 정신'에 대해 생각하게 했던 구절입니다. 조지 오웰이 처한 시대적 배경과 환경이 그가 쓰는 글에 영향을 주었듯이, 글 쓰는 사람은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그는 철저히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했고, 그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글을 썼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식민치하 시대, 독재정권 시대 등 굴곡진 역사를 지나왔기에, '만약 그 시기에 작가로 활동했다면 어땠을까', 스스로를 되돌아보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에 옮기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솔직하고 힘 있는 글을 쓰려면 두려움 없이 생각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이 묵직하게 가슴을 울리는 이유입니다.



[작가 생활의 리얼리즘]

그는 35세이지만 50세로 보인다. 대머리고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으며 안경을 쓴다. …… 때는 오전 11시 반, 계획대로라면 두 시간 전부터 일을 시작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래보려고 발버둥을 쳤다 한들 좌절하고 말았을 것이다. …… 방금 전엔 두 번째로 우편배달이 왔는데, 광고 전단 둘과 빨간 글씨가 박힌 소득세 독촉이었다. 이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작가다. …… 글 써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대개 다 비슷하니 말이다. …… 아침이면 퀭한 눈에 면도 안 한 얼굴로 고약한 표정을 짓고서 빈 종이를 한두 시간 바라보고만 있다가, 시곗바늘의 위협에 겁을 집어 먹고 행동을 개시할 것이다.


 이토록 극사실주의 표현이라니! 감탄을 감출 수 없던 구절입니다. '글 써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대개 비슷하다'는 구절에서, 시대를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직업적인 비애(?)가 느껴지기도 했고요. 얼핏 작년에 출간 원고 작업을 하던 제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습니다. 거의 막바지에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행색을 하고 처절하게 마감 작업을 하던 게 기억납니다. 

 사실 저 역시 글을 쓰기 전에는 작가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니, 글쓰기는 우아한 작업이라기 보다 고행에 가까운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번 같은 시간에 앉아서 일정한 분량을 쓰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성공한 작가의 삶을 보면, 평탄한 삶을 살아온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외부적 환경으로, 혹은 극심한 내적 갈등으로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경우가 많지요. 조지 오웰 역시 혼란스러운 시기 속에서 인습과 관성을 거부함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다져진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은 누구도 대체하기 힘든, 깊이 있는 작품의 탄생으로 이어졌지요. 


 확실히 어느 작가의 생애를 미리 알면,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됩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1984>를 이미 읽어보았지만, 그의 생애를 알고 난 지금,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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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왜 쓰는가>를 한 회차에 담기에는 내용이 방대하여, 두 회차로 나누어 포스팅하려 합니다. 다음 편에는 조지 오웰이 말하는 '글쓰기의 목적'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럼,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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