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날, 창문 앞에서 멈춘 시간

나의 트라우마..두려운 순간

by 아델린


몸이 좋지 않아 침대에 누워있던 어느 날 갑자기 현관문에서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군가가 초인종을 마구 누르고 문을 거칠게 두드렸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자 여러 사람들이 화가 난 얼굴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당신 아이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몰라요? 지금 집에서 뭐 하는 거예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옆에 있어야 할 주원가 보이지 않았고 급히 집 안을 둘러보니 부엌 창문에 몸을 반쯤 내민 주원이가 보였습니다.

아이는 부엌 선반에 있던 접시며 그릇등 부엌에 있을 만한 물건들을 하나씩 창밖으로 던지고 있었습니다.




그 장면을 본 순간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라는 생각과 함께 너무 놀라 아이를 나무랐습니다.


"우주원!!!!! 도대체 어떻게 거기 올라간 거야??? 무슨 짓을 한 거냐고??"

하지만 곧 멈춰 섰습니다. 주원이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며 또 다른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내가 다가가는 순간, 주원이가 혼날까 무서워 움직이다 그만 창밖으로 떨어지면 어쩌지?'
가슴이 철렁거렸습니다. 온몸이 얼어붙은 채로 천천히 주원이에게 다가가 손을 뻗으며 겨우겨우 주원이를 창문 안으로 끌어당겼습니다.

문제는 그 후였습니다.
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가 떨어진 물건들을 수습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며 수군거렸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저를 따라 14층까지 올라와 그 소란의 주인공인 주원이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마치 동물원 우리 속 동물을 보듯 신기해하며 지나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몇몇 주민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그들의 차가운 말은 제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내가 아이를 조금 더 잘 지키고 돌봤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스스로를 탓하는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너무나 속상하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만약 그때 주원이가 창문 밖으로 떨어졌다면? 나는 정말 살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끔찍한 상상이 머릿속을 지배하면서 온몸이 떨렸습니다. 단순한 불안감을 넘어 그날의 순간이 떠오를 때마다 저는 숨이 막히고 가슴이 저릿해졌습니다.

"이것도 지나가리라."
그날 이후 저는 매 순간 제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주원이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동시에 제가 느끼는 두려움과 죄책감을 극복하려 애썼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마음속으로 다독입니다.
"이것도 지나가리라."
이 말은 저에게 단순한 위로를 넘어 절망 속에서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부엌 창문을 볼 때마다 그날의 장면이 떠오르고 아직도 가슴 한구석이 무거워집니다.
그때의 두려움은 지금도 저를 짓누르지만 동시에 제가 잘 보고 가르치고 돌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는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루를 살아내는 힘은 결국 평생을 살아가는 힘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하루를 버틴 힘으로 오늘도 이렇게 버텼으니 내일도

버틸 수 있겠지 하는 의지가 생깁니다


오늘의 어려움이 지나면 저는 조금 더 강해진 주원이 엄마로서 성장해 있겠죠.
그리고 주원이와 함께 걸어갈 내일은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삶의 모든 어려움은 그 자체로 선물이다. 그것은 당신을 성장하게 하는 도구다.

오프라 윈프리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계모에서 진짜 엄마가 되어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