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놓고 잊어버린 글 발굴하는 것도 재밌네요. 희한하게 예전 그림은 미숙한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눈뜨고 못 봐주겠고, 괴롭고... 한데 글은 예전 것도 그 나름대로의 감성이랄지, 그때의 제 경험과 생각이 애틋하게 느껴진다던지 그런 것 같습니다. 설익은 게 오히려 풋풋한 느낌?
또 생각나면 들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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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쉽지 않다. 사람은 더 쉽지 않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마감 파트로 근무한 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간다. 커피와 카페라는 공간을 좋아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지만, 요즘 들어 회의감이 크다.
카페 마감은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커피 머신 청소, 블렌더 세척 등 각종 설거지, 가게 청소 및 쓰레기 버리기, 비품 채우기, 정산 등 21시부터 슬슬 마감을 시작해야, 22시 30분경에 문을 닫고 집에 갈 수 있다. 곧 마감입니다~ 하고 안내를 드리면, “뭐야, 지금 나가라는 거야?”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손님이 있다. 탓하는 걸로 들렸던 걸까. 테이크아웃 손님의 경우, “마감했어요.”라고 말하면, 불이 켜져 있는데 왜 안 되냐며 따지는 경우도 많다.
음료를 드시고 싶은 고객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 드리는 게 싫은 게 아니다. 다만, 마감 시간이라는 규정과, 청소가 기본적으로 너무 번거롭고, 주문을 받으면 마감이 밀리는 수준이 아니라 이미 했던 청소를 다시 해야 하기에 어찌 됐든, 거절하는 처지에서 납득하지 못하는 고객들을 보며, 이런 견해 차이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사실, 마감 시간 외에도 손님과 직원의 마찰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가령 음료가 더디게 나오는 경우가 그렇다. 평균적으로 사람들은 5분 안에 음료가 나오지 않으면, "커피가 왜 이렇게 늦게 나와요?", "지금 주문 들어온 거 하고 있는 거 맞아요? 아닌데, 놀고 있는 거 같은데." 등 신경질적으로 군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커피 자판기가 아니란 사실이 유감스럽다.
사람들은 왜 그럴까. 높은 회전율과 많은 유동 인구가 특징인 저가형 프랜차이즈 카페,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라 일하는 사람도 쉬워 보이나 보지.
고객과 직원 그 사이엔 유니폼이 끼어있다. 유니폼, 이 얄팍한 차이.
나 역시 유니폼을 벗으면 다른 이에게 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로 돌아간다. 아메리카노가 물에 에스프레소가 섞여 이루어지듯, 다른 성분이 섞이고 녹아들어 맛있는 커피가 되듯, 노동자와 소비자의 관계는 유동적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노동에 기대어 산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종종 까먹는 것 같다.
짜증 내도, 웃어도 커피의 맛은 변치 않으니 서로 조금만 더 다정하기로 약속하면 안 될까.
각자의 일터에서 치열하게, 성실히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게 이해를, 연민을 저버리지 말기를. 우리는 생각보다 많이 닮았을지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