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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의 선행, 선인의 악행.

보이는 것으로 도덕적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

by 박재
1287551_728898_3114.jpg 사이비교주 이단 정명석

지난주 9일에 기독교복음선교회(일명 JMS) 교주 정명석씨(79)가 여신도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 받았다. 구속기소 후 2년 2개월의 잔인한 시간 끝에 승리를 얻어낸 피해자들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1심은 23년이었으나 2심에서 17년으로 감형되었다. 악인은 이제 감옥에서 생을 마무리할 수도 있겠다. 끔찍한 성범죄 뿐만 아니라 대두되지 않은 여러 착취와 사기죄들도 넘쳐 흐를 것이다.


악인이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순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악인이 좋은 일도 참 많이 했다. 살펴보니 2001년에 CGM이라는 봉사단체를 꾸려서 2020년까지 44번의 규모있는 봉사활동을 했다. ‘생명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마음을 담아 고통받는 이웃을 또 하나의 자신으로 여기며 함께 울고 웃으며 위로해왔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서 말이다.

스크린샷 2025-01-24 오전 12.34.37.png 정명석 봉사활동 사이트 CGM

실제로 야외로 나가 날씨를 무릅쓰고 노동이 포함된 봉사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봉사활동이 얼마나 보람찬 일이며, 불우이웃에게 실질적인 유익과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선행인 것을 말이다. 도움이 필요한 환경과 집안을 직접 보고 만지는 데서 오는 연민, 냄새와 더러움을 상관 하지 않고 두손을 맞잡거나 가볍게 포옹하는 공감은 그 날 하루를 넘어 한 계절을 따스히 보내게 해주는 영혼의 핫팩이다.


봉사 부분만 볼 때 실제로 JMS는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찾아갔다.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떡과 음료를 제공하고 적절한 조치나 치료까지 연결시켰다. 근 20년동안의 여러 참사와 여름 겨울 극도로 덥고 추울 때마다 그들이 손내밀어 숨 트인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겠다. 악인이 선행을 하며 자신의 범죄를 가리는 이 도덕적 모순을 어떻게 꼬집을 수 있을까.




자유로운 잠자리, 술과 담배, 문신 등으로 교회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지만 이웃의 생명과 나라의 평화를 위해 덥든 춥든 촛불 들고 거리로 나오는 사람, 십일조와 절기헌금, 각종 성경 프로그램과 성가대에 빠지지 않아 교회에서 고개를 빳빳히 들지만 정작 이웃의 생명을 홀대하고 혐오와 차별을 자랑스레 일삼는 사람. 대체 누가 더 나은 존재인가. 이웃을 돌보며 하나님을 업신 여기는 종교인, 하나님을 맹종하며 이웃을 내버려두는 종교인. 누가 더 나은 존재인가.

오늘날 한국 종교에서 종교인 신뢰도 최하위(16.5%)에 있는 개신교. 하지만 개신교가 사회복지와 자원봉사 분야에서는 최상위를 오래동안 유지하고 있다. 사회복지자원봉사자로 등록된 종교인 수를 보면, 기독교가 319,61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오늘날 가장 신뢰도가 높은 불교는 127,396명에 그쳤다. 이웃에게 신뢰는 없지만, 이웃을 가장 잘 섬기는 개신교? 이게 대체 무슨 아이러니인가 싶다.




이성을 좇는 것 같아도 결국 감성을 좇는 불합리한 인간 사회에서 우리는 불완전한 세상을 살고 있다. 최근 우리 나라의 정치적 선동 공방의 치열함을 보면 알 수 있다. 악인과 선인이 종이 한 장 차이다. 종교 지도자를 보면서, 국가 지도자를 보면서, 진정한 지도자를 염원하는 마음이 연거푸 꺾인다.


그렇다. 완벽한 공동체는 없다. 하지만 불합리성이 인간의 종특이라면, 완벽한 공동체와 정의로운 세상을 꿈 꾸는 것도 인간의 본성이지 않을까? 바라기는, 저 하늘 나라가 있었으면 좋겠다. 유토피아라 불러도 좋다. 땅에서는 볼 수 없는 일들이 상식적으로 펼쳐지는 곳, 신이 되려는 자들 말고 본투비 신이 통치하는 곳! 하늘과 땅의 간격만큼이나 진실이 커다란 하늘 나라! 우리가 떠올리는 좋은 사람들이 꼭 갔으리라 믿고 싶은 그 곳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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