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개새끼는 누구였을까.

엄마를 걱정해야지 의자를 걱정하는 건 뭐야. 고장난 게 분명해.

by 박재

숭~ 쾅! 와직..


의자가 날아가 나무 재질의 안방문에 잠시 박혔다 떨어졌다. 화들짝 놀랐으나 미리 짐작하고 있던 눈치라 심장이 터지지는 않았다. 급히 창문부터 닫고 전등을 끄고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 문을 잠갔다. 어떤 사고와 판단을 거친 조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무의식으로 움직인 조치였다. 곧바로 온갖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야이 썅, 너 내가 !@#!@$!”

“뭐!? 나보고 어쩌라고 !@#!$^%@!”


날짜나 날씨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밤이었고 이불은 두툼했던 것으로 보아 겨울이지 않았나 싶다. 폴리스 재질로 된 부드럽고 따듯한 이불이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뒤집어썼다. 그러자 다시 한번 의자로 추정되는 물건이 집 안 어딘가와 충돌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서 이 폭발음들이 잦아들고 옥타곤의 경기가 끝나길 온몸과 마음으로 간절히 바랐다. 무섭지만 속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기도를 하지는 않았다. 별 효과가 없을뿐더러 귀라도 열어야 전장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생각나는 것은 의자였다. 등받이가 없고 체리색 인조가죽을 덧씌운 동그란 판에 네 다리가 달린 간이 의자였다. 어떻게 박살 났을지 의자의 안전과 상태가 궁금했다. 모르긴 몰라도 어딘가 파손되어 널브러져 있을 텐데 몇 번이고 더 집어던져졌을지 걱정이 되었다.


잠시 조용해지는가 싶으면 경직되어 굳었던 발목과 팔의 힘을 풀어주며 혈액순환을 허용했다. 하지만 곧 종이 울리고 2라운드가 시작됐다. 다시 새우 모양으로 몸을 웅크리고 근육에 피를 방출해 방어력을 최대치로 올렸다.


그때 여러 욕설 중에 내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 들렸다. ‘개새끼를 칼로…’ 나는 안 그래도 답답해하는 둘리를 더욱 끌어안고 찍소리도 안 새어나가게 이불 틈새를 정비했다. 둘리는 낑낑 댔다. 내 몸에선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두꺼운 폴리스 이불을 머리끝까지 싸매어 숨을 가두고, 인간보다 체온이 1~3도 더 높은 생명을 내 배꼽 중앙에 두고 웅크렸기 때문이다.


당시엔 그 개새끼가 둘리인 줄 알고 필사적으로 둘리를 숨겨 안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 개새끼가 정말 둘리인지, 아니면 나인지, 엄마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칼을 찾던 인간만이 정확한 표적이 누군지 알았겠지. 칼 언급으로 전장은 정점을 찍고서 이내 잠잠해졌다.


나지막한 욕과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따라왔다. 됐다. 이 정도면 됐다. 나갔으면 당분간 조용할 것이고 나는 그 당분간이 필요할 만큼 땀과 숨이 한계였다. 둘리도 한계였을 것이다.


엄마의 우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천천히 잔해들로 추정되는 집기가 정리되는 소리만 들릴 뿐. 나는 이불을 살짝 들어 틈을 만들고 둘리를 풀어주었다. 하지만 이불을 머리 아래로 내리지 않았다. 방문을 열거나 나가보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참 잔인했다. 누가? 내가. 왜 방문을 잠갔을까. 구리색 동그란 문고리에 옴폭 들어간 잠금 버튼을 눌렀던 내가 참 잔인했다. 달-칵 버튼을 눌러 방문을 잠갔을 때 사실 나는 엄마를 그 인간과 단 둘이 가둬 놓은 것이다. 그가 내 방으로 침입하지 못하게 함과 동시에, 그녀가 내 방으로 도망쳐 오지 못하게 차단한 것이다. 아아 잔인하다 잔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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