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독 박찬욱
출 연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2003 / 한국 / 120분
술 취한 오대수(최민식)는 여자를 희롱하다 시비가 붙어 파출소에 붙잡혀 있다가 친구의 도움으로 파출소를 나와 공중전화로 통화를 하던 중 정체불명의 사람에게 납치를 당한다. 그리고 감금을 당한 채 십오 년을 보낸다.
누굴까? 왜일까? 궁금하지만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시간이 되면 가스가 나오고 가스를 마시면 잠이 들고 잠을 자고나면 깨끗이 세탁된 옷과 침구류 그리고 이발이 되어있다.
외부와 단절되어 있지만 TV를 통해 세상 소식을 듣는다. 1년이 되던 어느 날 아내가 살해되고 자신이 용의자로 수배되고 있음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된다.
나를 누가 왜 감금하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언제까지 여기에 있으면 되는지가 현실적으로 더 절실한 질문이다. 육년이 지난 날부터 일 년에 한 줄씩 손등에 세월을 표시한다. 분노와 우울을 넘어 체념의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언제가 다시 나갈 수 있음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벽을 뚫어 탈출의 기회를 노린다. 그리고 15년이 되는 날 그가 납치를 당했던 그 장소, 지금은 개발되어 아파트가 들어선 그 장소로 풀려난다.
“사필귀정“ 그동안 살아오면서 잘못한 일이 무엇일까? 그로인해 나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기억나는 모든 일을 노트에 하나씩 기록한다. 그렇게라도 반성을 하고 용서를 구한다면 이 감금의 생활을 벗어날 수 있을까? 잘못한 일이 작은 것이든 크게 잘못한 것이든 잘못한 일은 잘못한 일이기에 기억나는 것은 다 기록한다.
감금한 사람이 이우진(유지태) 임을 알았지만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는 건지 오대수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오대수는 복수를 하려한다. 15년 동안 먹었던 오로지 한 음식 군만두. 그는 그 맛을 찾아 감금한 곳을 찾으려 한다. 어느 날 군만두 속에 섞여 함께 튀겨졌던 상표 ‘청룡’이 유일한 단서이다. 그리고 감금한 장소의 깡패 두목 철웅(오달수)을 찾아 그의 이를 모두 뽑아 버리고 다시 이우진을 찾아 나선다.
오대수는 풀려나기 전 최면술사(이승신)에게 최면이 걸려 미도(강혜정)가 일하는 일식집을 찾아 간다. 미도 역시 몇 일전 최면술사로부터 최면이 걸린 상태이지만 둘 다 이 사실을 모른다. 일식집에 찾아간 오달수에게 이우진은 핸드폰을 걸어 납치한 자임을 말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최면성태에서 미리 정한 대화와 행동을 한다.
오대수와 미도는 최면상태에서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며 사랑을 하게 된다.
15년을 독방에 갇혀 지내면서 납득이 가지 않는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것은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분노를 표해도 슬퍼하며 울어도 결국 누구도 봐주지 않는 나의 감정이니 나 혼자 분노하고 나 혼자 울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웃는 것이 최선이다. 웃으면 모두가 웃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으니 이 답답한 현재의 상태를 견딜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우진은 말한다. “내가 왜 너를 감금했는지를 5일 안에 알아낸다면 내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겠다”고... 오대수는 유일한 단서인 인터넷 채팅 닉네임 ‘에버그린’을 추적한 끝에 친구 주환(지대한)의 도움으로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과 관련이 있음을 알아내고 모교인 상록고등학교를 찾아간다. 졸업앨범을 통해 이우진과 그의 누나 수아(윤진서)를 알아내고 그들과 자신의 관계를 알아내고자 고향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동창생을 찾아간다.
학교에 다시 찾아간 오대수. 그는 과거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은 떠 올리며 하나씩 추적해 간다. 그리고 마침내 과학실 깨진 유리창 틈사이로 보여진 이우진과 누나인 수아의 애정행각... 오대수는 그 날 본 것을 전학가는 날 주환에게 말하고, 그 말은 점점 확대되어 급기야 임신을 했다는 소문으로 전교생에게 퍼지고, 소문으로 공포에 싸인 수아는 상상임신을 하게 되어 이우진이 보는 눈앞에서 자살을 택한다.
자신에게 왜 복수를 하는지 알게 된 오대수는 이우진을 찾아가 5일안에 밝혀냈으니 약속대로 자살하라고 한다. 그러나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음을 오대수는 몰랐다.
오대수가 납치되어 감금된 세월. 그의 아내는 살해되고 외동딸은 성장하여 일식집 주방에서 일하는 미도로 상장했다. 그리고 최면상태에서 서로 사랑을 하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둘은 부녀관계임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우진의 복수로 인해 연인관계가 된 것이다.
이우진의 복수 이유를 알아내어 찾아 갔지만 이우진은 오대수에게 미도와의 관계를 알려 준다. 그리고 오열하는 오대수... 미도에게 부녀관계임을 알리려 하는 이우진에게 매달리며 속죄의 표시로 자신의 혀를 잘라낸다.
모든 복수가 끝났음 알리며 이우진은 오대수에게 리모콘을 건낸다. 이우진은 심장수술을 받았는데 그때 스스로가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심장에 모터를 심어 넣었고, 그 모터 작동을 멈추게 하는 리모콘이라 했다. 이우진은 복수가 끝났으므로 자신의 생명을 오대수에게 맡기겠다는 의사표시로 리모콘을 오대수에게 준 것이다.
오대수는 이우진의 죽음을 선택했다. 심장모터를 멈추는 리모컨의 버튼을 누른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이우진의 계획된 복수였다. 온 방에 퍼지는 신음소리... 오대수와 미도의 소리...
이우진은 “누나와 난 알면서도 사랑했어.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를 말하며 권총으로 자살을 한다.
15년 동안 감금한 이우진에게 복수하기 위해 오대수는 모든 것을 걸었고, 결국 감금의 이유를 알아내고 그의 목숨을 빼앗으므로 복수에 성공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감금에서부터 풀려나는 것, 그 이유를 알아내는 과정과 미도와 사랑... 리모컨의 작동에 이르기 까지 결국 오대수는 마지막 순간까지 철저히 이우진에게 복수를 당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저 사람이 받은 고통의 무게를 내가 알 수 있을까? 같은 고통을 경험한다면 알지 몰라도 머릿속 상상으로 짐작하고 안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에 가깝다.
고통을 준 오대수는 변명하며 오히려 책임을 전가하려했지 이우진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똑같은 고통을 전해 주었을 때 오대수는 혀를 자르는 아픔까지도 감내한다.
오대수는 이유도 모른채 15년의 독방에서 복수를 꿈꿨지만, 누나의 죽음이후 이우진은 인생의 독방에서 혼자 살았고 그것을 깨치고 나와 그도 오로지 복수만을 꿈 꿨다.
그냥 서있음으로 해서 생기는 그림자로 누군가는 햇빛을 볼 수 없는 치명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냥 무심코 던진 말이 확대 확산되어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이 되기도 하고, 그것은 나에게는 모래와 같은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바위보다 크고 무거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을 걸고 평생 복수를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오대수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짐승 같은 놈이라도 살 권리는 있는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