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 Fontes Sep 16. 2015

영화이야기 - 심야식당

  


 심야식당


            감독     마쓰오카 조지

            출연     코바야시 카오루, 오다기리 조, 타카오카 사키, 타메 마카코

             2014년 제작  /  일본  |  120분 


             겨울 어느날 사랑방에 동네 친구들이 모여 따뜻한 온돌방 아랫목에 

             깔아 놓은 이불에 발을 넣고 군고구마 먹으며 도란도란 거리는 풍경을 

             생각나게 하는 훈훈한 인생 이야기이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도시중 하나인 도쿄. 그 뒷골목에 위치한 선술집 식당. 이 식당은 밤 12시에 문을 열고 아침 7시에 닫는다. 풍기는 모습에서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한 쉐프가 만들어 주는 일상적인 음식, 늦은 밤 출출한 허기를 달래려 오는 사람들, 우리가 늘 경험했고 또 경험하고 있는 지극히 일상적인 에피소드가 이 영화의 전부이지만 영화를 볼수록 그 안에 녹아들어 있는 맛은 참으로 깊고 깊다.

거대한 빌딩이 솟은 도쿄 도시의 전경과 그와 대별되는 뒷골목 조그마하고 허름한 심야식당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나폴리탄', '마밥', '카레' 각각의 음식에 얽힌 세 사람의 삶에 대한 에피소드와 노총각, 게이, 조직 폭력배, 샐러리맨, 파출소 경찰, 풍경장수 등 단골손님이 틈틈이 식당을 찾아와 추임새를 넣어주며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 영화의 재미는 몇 가지의 관점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원작이 만화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소설이나 사건을 주요 영화주제로 삼았지만 최근에는 인기 만화를 영화화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 외인구단을 시작으로 쩐의전쟁, 타짜, 식객, 미생 등등 영화는 물론 TV드라마에서도 많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것은 만화가 가지고 있는 폭 넓은 상상력이 실생활에 접목되어져 탄탄한 줄거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평론가들이 말하는 것을 보면 만화가 우리문화의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한 것은 틀림없는것 같다. 이 영화도 일본에서 판매부수 240만부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두 번째는, 요즘의 트랜드인 먹방을 기본 무대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요리경연대회나 쉐프들의 레시피 공개, 연예인들과 요리실습, 맛집탐방과 같은 예능의 재미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지극히 서민적인 음식을 만들어 주는 쉐프와 그것을 먹으러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행하는 주무대가 식당이고 또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있다. 화려하고 멋있는 식당과 음식은 아니지만 늘 생활속에서 마주하는 모습들이라 더 친근함이 있다.


세 번째는, 이야기의 소재가 지극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어느 재벌의 탈선을 권선징악하는 것도 아니고, 조폭들의 싸움이야기도 아니고, 훈남 훈녀들의 사랑이야기도 아니고, 영웅이 나타나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자연 재해를 탈출하는 재난영화도 아니고, 액션도 CG도... 눈길을 끌만한 어떠한 장면도 없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조그마한 식당과 음식을 먹으며 얘기하는 사람들이 전부이다. 쉐프가 만들어주는 투박한 손길의 음식, 그것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위로를 주고 받고, 웃음과 울음을 나눈다. 음식을 먹으며 늦은 밤 허기를 채우고, 이야기를 나누며 공허한 마음을 채운다.



심야식당은 우리에게 고향이다. 화려하고 웅장한 도시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누구다 겪는 이야기를 나누는 아늑한 아지트 같은 곳이다. 낮에는 저마다 산업 전사들이 되어 화려하고 웅장하고 바쁜 곳에서 나의 정체성과 자아를 잊은 채 그들의 시스템에 구속된 삶을 살아야 하지만 그곳을 빠져나온 시간이야말로 이 시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해방구라 하겠다. 그곳에는 평안한 쉼이 있고 위로가 있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나만의 시간이 있다. 심야식당은 가족이고, 친구이고, 애인이다. 


밤12시... 그러나 다시 날은 밝아오고 심야식당 문을 닫는 7시부터 우리는 시스템속으로 들어간다.

웅장하고 화려한 세상에서 다람쥐 쳇바퀴같은 시스템에서 살아가지만, 이 세상의 주인공은 우리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도, 지극히 평범한 우리도 모두 이 세상의 주인공이다. 

차갑고 분주한 세상 뒷 골목에 심야식당이 있어 삶의 이야기를 나누듯 

우리 모두는 마음 깊숙히 자리하고 있는 가족, 친구, 애인을과 사랑을 나누고 위로를 나누고 삶을 이야기하는 주인공들이다. 


주인공들이기에 우리모두는 소중한 존재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