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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 Fontes Oct 26. 2015

영화이야기 - 박하사탕

박하사탕



감독     이창동 

출연     설경구,  문소리,  김여진

1999년 제작 / 한국  /  127 분   


 

한 남자의 인생과 사랑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투영하고 시대의 상황이 어떻게 한 개인의 삶과 영혼을 파괴시키는지 파헤치는 영화로서 현재의 상황에 오기까지 과거의 현상들을 한 프레임씩 소환하는 형식으로 내용을 전개하는 영화이다.


순수했던 청년 김영호(설경구)가 광주 항쟁 때 진압군으로 동원되었다가 여고생을 쏴 죽인 뒤 경찰이 되어 타락해가고 결국은 IMF 사태로 몰락하여 달려오는 열차에 뛰어들며 자살에 이르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마치 되돌아가서 바꿀 수만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 꼬여버린 그 때의 시절을 일곱 개의 Chapter로 나누어 거슬러 올라간다.      


Chapter #1 (야유회)  1999년 봄. 김영호(설경구)가 ‘가리봉 봉우회’의 야유회 장소에 느닷없이 나타난다. 20년 전 첫사랑의 여인 윤순임(문소리)과 함께 소풍을 왔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은 무정하게 모든 것을 앗아갔고, 영호는 기찻길 철로 위에 서서 "나 다시 돌아갈래!" 라고 절규하며 달려오는 열차에 몸을 맡기고, 영화는 1999년 오늘에서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Chapter #2 (사진기) 영호가 철로에 서기 사흘전 봄. 영호는 마흔살이지만 직업은 없다. IMF사태로 젊은 시절 꿈, 야망, 사람, 모든 것을 잃고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중년인 영호는 어렵사리 구한 권총 한 정으로 자기신세를 망친 자들을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 하는데 뜬금없이 나타난 사내의 손에 이끌려 이제는 죽음을 앞둔 첫사랑 순임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순임은 이미 혼수상태에 빠져 그를 알아볼 수 없었고, 영호는 스러져 가는 그녀 곁에서 박하사탕을 든 채 울음을 토하고는 그녀가 남긴 추억의 카메라를 단 돈 4만원에 팔아버린다.   


Chapter #3 (삶은 아름답다) 1994년 여름. 서른 다섯의 가구점 사장 영호는 마누라 양홍자(김여진)가 운전 교습강사와 바람 피우는 것을 목격하고 홍자에게 폭력을 가한다. 그리고 영호는 가구점 직원 미스리와 바람 피운다. 어느 고기집에서, 과거 형사 시절 자신이 고문했던 사람과 마주치는 영호. "삶은 아름답다"라고 중얼거려본다. 집들이를 하던 날 아내 홍자의 기도가 장황하게 이어질 때 그는 밖으로 뛰쳐 나간다.    


Chapter #4 (고백) 1987년 봄. 영호는 닳고 닳은 형사이다. 아내 홍자는 예정일을 얼마 남기지 않은 만삭의 몸이지만, 영호는 사랑도 열정도 점점 식어가기만 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삶에 대한 권태로움으로 지쳐버려 더 이상 아내 홍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잠복 근무차 출장 갔던 군산의 허름한 옥탑방에서 카페 여종업원의 품에 안긴 그는 첫사랑 순임을 목놓아 부르며 울음을 터뜨린다.    


Chapter #5 (기도) 1984년 가을. 아직은 서투른 신참내기 형사 영호. 그는 선배 형사들의 과격한 모습과 자신의 내면에 내재된 폭력성에 의해 점점 변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순수함을 부인하듯이 순임을 거부한다, 마침내 그의 광기가 폭발해버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을 짝사랑해오던 홍자를 그냥 택한다. 1984년의 어느 가을, 순임을 만난 지 정확히 5년째 해였다.   


Chapter #6 (면회) 1980년 5월. 전방부대의 신병 영호는 긴급 출동하고, 영호는 면회 왔다가 헛걸음치고 돌아가는 순임의 작은 모습을 군용트럭에서 보게 된다. 또 다른 비오는 날의 텅 빈 위병소 앞 순임은 오늘도 영호를 기다린다. 그날 밤 영호는 광주 역 주변 어둠 속에서 귀가하던 여고생을 순임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급박한 상황에서 영호의 M16 소총에서 나온 총성과 여고생의 죽음, 우리 모두에게 잔인했던 1980년 5월 어느 날이었다.   


Chapter #7 (소풍) 1979년 가을. 이야기의 시작. 영화의 끝. 구로공단의 야학에 다니는 갓 20살의 영호와 순임은 일행들을 따라 소풍을 나왔고, 둘은 서로 좋아하기 시작하고 순수한 행복감에 젖어 있다. 눈부신 햇살 아래서 영호는 순임이 건네준 박하사탕 하나가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다.'라고 말한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1979년 어느날. 이렇게 영화는 마지막에 와서 다시 시작한다.         



미래를 꿈꾸는 날이 많으면 청춘이고 추억을 말하는 일이 많으면 나이를 먹은 거라 한다. 미래를 꿈꾼다는 것은 앞으로 뭔가를 이루고자하는 가능성과 의욕이 넘친다는 것이고, 추억을 말한다는 것은 이루어 놓은 성과를 통하여 현재의 상황을 위안 받는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그것이 추억이 아닌 후회와 절망가운데 과거로 돌아가 잘못 채워진 단추를 다시 채우고자 한다면 그 심정은 차마 말할 수 없는 참담함 일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시대적 상황의 오류가 개인에게 전이되어 철저히 망가져가는 이 시대 부조리의 극단을 보여 준다.   


베트남전쟁과 중동전쟁에 참여한 병사들이 극심한 후유증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영화를 우리는 종종 보았다. 박하사탕 역시 광주항쟁을 겪으며 시작된 정신적 트라우마는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고, 한 국가의 시스템이 무너졌던 IMF사태 역시 개인이 책임져야 할 짐들이었다.   


인생의 여정을 돌이켜 보면, 현재의 내가 여기 있기까지 나를 몰아온 여러 일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행복했던 추억도, 지워버리고 싶은 과오도, 그 때에 함께 있던 사람들과의 만남들도...    


어떤가...

앞으로 이뤄야 할 꿈과 기대로 미래의 인생이 기대되고 행복한가...

가능하다면 이 절망적인 현실을 벗어나 꿈 많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게 간절한 소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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