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아와세 나오미
출연 키키 키린, 나가세 사토시, 우치다 카라
2015년 / 일본 / 113분
사람은 누구나 상처가 있다. 살면서 너무도 무거운 짐과 상처로 인하여 산다고는 하지만 그냥 그냥 살아가는 때가 있다. 그리고 누군가에 의하여 그 상처가 더 후벼파임을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또 누군가의 위로로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기도 한다. 인생은그렇게 흘러 간다.
꽃이 피는 화려한 봄날 새로운 만남을 통하여 희망을 말할 때가 있고 손짓을 하는 듯 무성한 잎사귀의 흔들림에 활기를 느끼는 때가 있고 보이지 않는 상처의 아픔으로 쓸쓸한 이별을 준비할 때가 있고 인생의 막바지에서 남는 자와 떠나는 자의 갈라섬이 있는 때가 있다.
봄은 다시 찾아오고 새로운 희망으로 힘을 내어 삶을 써내려 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이 영화는 말한다.
이 영화는 '도리야키'라는 단팥빵을 매개로 하여 보여 주는 세 사람의 인생이야기 이다.
센타로(나가세 사토시)는 '도라야키'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이다. 영화의 첫장면, 아침에 일어나 무표정한 모습으로 난간에 기대앉아 담배를 피우는 모습에서 볼 수 있는 듯 그는 매우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도라야키를 만들어 팔고 저녁에는 선술집에서 맥주한잔을 마시고 다시 아침을 맞이하고 담배한대와 함께 영업준비를 하고...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도쿠에(키키 키린)할머니는 센타로 가게에서 도리야키의 팥소를 만드는 일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센타로가 인스탄트 팥소를 사용하는 것에 매우 놀라움을 표하며 직접 팥소를 만드는데 그 정성스러움에 센타로는 감동을 받게되고, 그 맛의 차이에 의하여 손님이 많이 늘어간다. 그러나 그녀는 나병환자의 전력 때문에 주변사람들의 경계를 받게되고 결국 가게를 떠나게 된다.
와카나(우치다 카라)는 센타로의 가게 단골 손님 중학생으로 집안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매우 의기소침해 있다. 센타로가 도리야키를 만들다 실패한 것을 모아 놓았다가 와카다에게 주면 집에 가져 가 먹곤 한다. 집에서 키우는 카나리아 새가 유일한 친구로 또래의 학생들과 어울리지를 못하고 있다.
도쿠에 할머니는 와카나의 나이 때에 나병에 걸려 수용소에서 살게 되었고, 수용소 밖에 나갈 수 없다는 절망을 가슴속에 담고 한많은 삶을 살다가 어느 날 자기가 가졌던 절망의 눈 빛을 가진 센타로를 보고 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하였다고 한다. 그녀의 가슴 속에 있는 한(恨)은 자유로움이었다. 평생을 수용소 안에서만 살아야 했기에 자유로움의 갈망이 컸고, 그래서 모든 사물로부터 오는 자유로움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들었다. 팥소를 만들 때에도 팥이 세상에서 여기까지 오게 된 교감을 나누고, 숲의 새소리에서도, 벚나무의 꽃과 잎사귀에서도 자유로운 영혼의 소리를 듣기를 원한다. 그 자유로움에 대한 내면의 소리는 센타로에게 전해져 센타로가 삶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일어서는 원동력이 된다.
센타로는 젊은 시절 술집의 싸움에 잘 못 휘말려 사람을 상하게하는 죄를 지어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고, 출소하기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으며 세상과 담을 쌓았다. 출소후 지인의 도움으로 도리야키 가게를 운영하지만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한 채 살아가고 있을 때 도쿠에 할머니의 팥소를 만드는 모습과 아픔을 이겨내고 인생를 완성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도쿠에 할머니가 돌아가신후 그에게 남겨놓은 주방기와 카세트에 녹음한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도쿠에 할머니가 센타로를 처음 찾아 오던 날처럼 벚꽃잎이 흩날리는 새로운 봄 날 공원에서 비록 노점상이지만 밝은 표정의 센타로가 '도리야키 사세요' 라고 외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맺음을 한다.
도쿠에 할머니가 센타로의 가게를 떠난 어느날 그에게 보낸 편지이다.
사장님,
도라하루는 요즘 어떤지요?
혹시 기운이 빠져있는 건 아닌지요?
단팥을 만들 때 나는 항상 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것이 팥이 보아왔을 비오는 날과 맑은 날들을 상상하는 일이지요.
어떠한 바람들 속에서 팥이 여기까지 왔는지,
팥의 긴 여행 이야기들을 듣는 일이랍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언어를 가졌다고 믿습니다.
햇빛이나 바람의 이야기도 들을 수가 있다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일까요?
지난 밤엔 울타리를 넘어 불어오는 바람이
사장님에게 연락을 해 보라고 속삭이는 듯 느껴졌어요.
사장님,
아무 잘못 않고 살아가는데도
타인을 이해하지 않는 세상에 짓밟힐 때가 있습니다.
또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도 있지요.
이런 인생 이야기도 들려줄 걸 그랬어요.
사장님 언젠가는 사장님만의 특별한 도라야키를 만들어낼 거라 믿습니다.
스스로 개척한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사장님은 해낼 수 있어요.
러시아의 문호 푸시킨의 '삶'이라는 시를 읽을 때의 감동처럼 과거나 현실의 아픔에 너무 얽메이지 말라는 위로를 느낀다.
그리고 평생을 아픔과 상처속에서 살아갔던 도쿠에 할머니는 계속 말을 한다.
"사람을 세상을 보기 위해, 듣기 위해 태어 났어...
무언가 특별한 어떤 것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야...."
나뭇잎이 반갑다고 손을 흔들때 답을 하듯 같이 손을 흔드는 도쿠에 할머니...
특별한 무엇이 되기 위해 앞만 보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주변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가 존재하듯 그들도 존재하고 있으니 그들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들으라고 한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의 존재...
잘못하지 않았어도 이해받지 못해 짓밟혀도 이겨낼 지혜를 가지고
나만의 특별한 도리야키... 나만의 특별한 인생을 만들기 위한 나만의 길을 개척하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