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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 Fontes Nov 06. 2015

파 우 스 트

파 우 스 트



주님 앞에 나서는 세 천사 라파엘, 가브리엘, 미카엘, 그리고 메피스토펠레스....   

세 천사는 “그 광경을 보면 천사들은 힘을 얻노니 당신의 깊은 뜻을 헤아릴 자 없어도 당신의 지고한 역사들은 모두 천지창조의 그 날처럼 장엄합니다.”라며 주님 앞에서 지상를 노래한다.   


이어지는 주님과 메피스토펠레스의 대화   


메피스토 : (중략)

내 눈에 보이는 건 그저 인간들이 괴로워하는 모습뿐이예요.

지상에서 작은 신을 자처하는 놈들은 언제나 판에 박은 듯 천지개벽하던 그 날처럼 이상하기만 합디다. 차라리 하늘의 빛을 비춰주지 않았던들 그들은 좀더 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그것을 이성이라고 부르면서 어떤 동물보다 더 동물적으로 사는 데 써먹고 있지요.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인간들이란 다리 긴 메뚜기 모양 나는 듯하다가는 팔딱팔딱 뛰면서 늘 풀숲에 처박혀 케케묵은 옛 노래나 불러대는 족속이죠.

아니, 풀 속에나 박혀 있으면 오죽 좋으련만 거름더미를 보기만 하면 그들의 코를 쑤셔 박으니 원!


주님 : 

내게 할 말이 그것뿐이란 말이냐? 너는 항상 불평만 늘어놓으러 오느냐?

지상의 일이 너에게는 영원히 못마땅하다는 것이냐?


메피스토 : 

물론이지요. 늘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아주 지독한 곳입니다. 인간들의 비참한 모습이 하도 딱해서 나 같은 악마도 그 가련한 놈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다니까요.


주님 : 자네 파우스트라는 자를 아는가?


메피스토 : 그 박사 말인가요?


주님 : 나의 종이니라!


메피스토 : 

옳거니! 그 자는 독특한 방식으로 당신을 섬기고 있지요. 그 바보가 마시고 먹는 것은 지상의 것이 아닌가 봅디다. 들끓는 가슴이 그를 먼 곳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그 자도 자신의 바보짓을 반쯤은 의식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하늘로부터는 가장 아름다운 별을 원하고 지상에서는 최상의 쾌락을 모조리 맛보겠다는 기세지만 가까운 것이나 먼 것이나 모두 그의 들끓는 마음을 충족시키진 못하지요.


주님 : 

그가 지금은 혼미한 가운데 나를 섬기로 있지만 내가 곧 그를 밝은 곳으로 인도할 것이니라. 정원사도 나무가 푸르러지면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릴 것임을 알게 되는 법.


메피스토 : 

그럼 내기를 할까요? 당신은 결국 그 자를 잃고 말 것입니다. 허락만 해 주신다면 그 녀석을 나의 길로 끌어내릴 것입니다.


주님 : 

그가 지상에 살고 있는 동안에는 네가 무슨 짓을 하든지 말리지 않겠다.

인간은 노력하는 동안에는 방황하느니라.


메피스토 : 

고맙습니다. 사실 나는 죽은 놈들과 상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통통하고 싱싱한 뺨을 가진 놈을 가장 좋아하지요. 송장이 찾아올라치면 난 대문을 걸어버리지요. 고양이가 죽은 쥐를 싫어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주님 : 

그러면 좋다. 네 맘대로 해라. 그의 영혼을 그 근원으로부터 끌어내어 만일 그것을 붙잡을 수 있다면 어디 너의 길로 유혹하여 이끌어 보거라. 하지만, 언젠가는 부끄러운 얼굴로 나타나 이렇게 고백하게 되리라. 착한 인간은 비록 어둠의 충동 속에서도 올바른 길을 망각하지 않더군요, 라고.


메피스토 : 

아무튼 좋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내기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지 않아요. 내 목적을 이루게 되거든 가슴이 터지도록 승리의 노래를 부르게 해 주세요.

녀석은 쓰레기를 처먹게 될 것입니다, 그것도 게걸스럽게. 우리 아주머니뻘 되는 저 유명한 뱀처럼 말입니다.


주님 : 

네가 이긴 다음에라도 얼마든지 찾아오너라.

나는 너희 같은 무리들을 미워한 적이 없느니 부정을 일삼는 정령들 중에서도 너희 같은 익살꾼들은 조금도 짐스럽지 않구나. 인간의 활동력은 너무 쉽사리 느슨해져 무조건 쉬기를 좋아하니 내 그들에게 적당한 친구를 붙여주고자 함이라. 그들을 자극하고 일깨우도록 악마의 역할을 다하거라. 그러나, 너희들 진정한 신의 아들들아, 생생하고 풍요로운 아름다움을 향유하도록 하여라!

영원히 살아서 작용하는 생성의 힘이 사랑의 울타리로 너희를 둘러싸리라.

그리하여 아물대는 자태로 흐느적거리던 것이 영원히 지속되는 생각들로 정착되리라.

(하늘이 닫히고 대천사들 흩어진다)


메피스토 : (혼자서) 

때때로 나는 저 노인네를 만나는 게 즐거워. 그래서 사이가 나빠지지 않도록 조심을 하지. 위대한 주님치곤 너무 인정이 많아 나 같은 악마까지도 인간적으로 대해 주니 말이야.      


주님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내기장면이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 1부’의 시작이다.    


파우스트는 자신의 학문의 힘으로는 우주의 본질을 규명할 수 없다는 한계성을 절감하고, 마술의 힘으로 지령(地靈)을 불러낸다. 하지만 그 역시 딱히 답을 주지 않는다. 결국 파우스트가 자살하기 위해 독약을 먹으려는 순간, 부활절 노래 소리와 천사들의 합창소리를 듣고는 세속적 삶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게 되고 약을 먹지 않는다.    

그때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변신한 검은 개가 파우스트를 따라오고, 그는 파우스트가 이 세상에 생존하고 있는 동안은 원하는 모든 희망과 향락을 일체 성취시켜 줄터이니 그 대가로 그의 사후에는 영을 지옥으로 데리고 가기로 계약하자고 제안한다. 파우스트는 이를 승락하고 증서에 혈판을 찍어 준다.    


그 후에 파우스트는 라이프지히(Leipzig)의 술집을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아직 늙은 파우스트는 인간의 환락 2가지, 즉 술과 여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결국 파우스트는 마녀의 부엌으로 가서 젊어지는 약을 먹고, 20대 아주 평범한 서민인 그렌트헨과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그녀와의 고귀한 사랑은 파우스트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내기에서 질 것 같은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훼방을 놓는다.    


그녀는 파우스트와의 사랑에 방해를 주는 어머니가 거추장스러웠다 그래서 어머니를 잠만 재우기 위해서 파우스트가 건넨 수면제를 먹인 것이 그만 본의 아니게 사망에 이르게 하고 만다. 더구나 그레트헨은 임신까지 된 상태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빠(발렌틴)는 발끈하여 파우스트에게 결투를 신청, 결국 그도 결투로 죽게 된다.  

  

제 뜻은 아니었지만 파우스트는 두 명을 살해한 범인이 되자 산으로 피신을 하게 되며, 파우스트와의 사랑으로 인해 자기 가족들을 잃은 그레트헨은 죄책감에 자기가 낳은 아기를 연못에 빠뜨려 죽이고 살인죄로 투옥된다. 이런 소식에 접한 파우스트는 그녀를 구출하려고 메피스토펠레스의 힘을 빌지만 그레트헨은 자기가 지은 죄 값을 달게 받겠다고 이를 단호히 거절한다.   


파우스트 2부는 핵심이 고대 그리스 여신인 헬레나 비극이다. 1부가 좁은 세상을 사적인 세계를 다루었다면 2부는 넓은 세계, 즉 신의 세계에까지 손을 뻗치게 된다. 서두에서 그는 자연의 치유력에 의해서 정신적인 회복을 이룬다. 비록 체험의 한계를 인식했지만, 파우스트는 여전히 삶의 최고형태를 추구하는데 전념하겠노라고 한다.    


제 1막에서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가 그레트헨의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자 파우스트를 데리고 중세 독일 황제의 궁전을 찾아 간다. 어려움에 빠져 있던 황제는 메피스토펠레스와 파우스트의 도움을 받아 황실 재정이 훨씬 나아지자 트로이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의 두 사람 ‘파리스’와 ‘헬레네’를 만나고 싶어 한다. 이에 메피스토펠레스에게서 마법의 열쇠를 받아 헬레네를 찾아 나섰던 파우스트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빼앗긴 나머지 마법의 열쇠를 놓쳐, 그만 잃어버리고 만다.   


제 2막에서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를 데리고 서재로 간다. 그 곳에서 그는 인조인간인 그러면서 지식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호문쿨루스를 만들어 낸다. 호문쿨루스는 파우스트의 헬레나에 대한 동경을 감지하고 그를 옛 그리스 세계인 고전적 발푸르기의 밤으로 안내한다. 고대의 세계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파우스트를 헬레나 탄생의 근원까지 인도한 호문쿨루스는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소멸해버린다.    


제 3막은, 그리스로 돌아간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와 모의해 헬레네를 유인하는데 성공하고, 마침내 파우스트는 그녀와 사랑을 즐기게 된다. 그러나 둘 사이에서 헬레네가 낳은 아이 ‘에우포리온’이 죽게 되고, 이에 헬레네는 깊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죽게 된다. 그리고 헬레나를 따라온 하인들은 모두 자연의 생명체들인 꽃, 잎사귀, 나무 등으로 변하게 된다. 이때 메피스토펠레스는 헬레나의 옷이라도 붙잡으라고 한다. 파우스트는 그녀의 옷자락을 잡고 결국 그의 손에는 그녀의 옷자락만이 남게 된다.     


제 4막에서는 그리스에서 독일로 돌아온 파우스트에게 다시 한번 쾌락을 주려고 메피스토펠레스는 시도하지만, 어떠한 환락보다도 위대한 일이 있음을 깨닫게 된 파우스트는 황제의 명을 받들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뿌리친다. 그는 전쟁에서 공을 세워 황제에게 영토를 받고 부유해져 영주가 된다.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자기희생을 전제한 한 차원 높은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타인을 위하는 활동을 결심한다.   


제 5막은, 그후 그는 황제로부터 불모의 토지를 하사받아 이를 개발하여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함께 사는” 이상적인 독립국을 건설하려고 한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았던 것을 후회하고, 실명한 파우스트는 악마로부터 해방되어 메피스토펠레스의 계획과는 정반대되는 박애 사업을 추진해 간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의 몸과 영혼을 분리시켜 영혼만을 빼앗기 위해 악령들에게 무덤을 파게 했는데 삽으로 흙 파는 소리를 들은 파우스트는 악령들이 자기를 도와 토지를 개간하는 것으로 알고 기뻐하다가 그만 쓰러져 죽는다.    


마지막에 파우스트는 이런 대사를 한다. “매일 매일 정복한 자 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이것이 나의 결론이다. 이 자유로운 곳에서 자유로운 민중들과 함께 하리라. 이 순간에 말하리라.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이 대사를 하는 순간 메피스토펠레스는 신이 나서 “그를 묻어라!”라고 말한다. 이때 하늘에서 천사의 무리가 나타나 파우스트의 시체위에 장미꽃을 뿌리며 천사들이 등장하고 파우스트를 데리고 가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 고귀한 몸이 구원이 된다.”     


그러자 메피스토펠레스는 달아나 버리고, 천사들의 합창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두 영원하신 여성, 성모 마리아와 그레트헨의 영혼이 나타나 파우스트의 영혼을 구해준다. 천사들의 모습에 욕정이 일어난 메피스토펠레스가 정신이 팔린 나머지 파우스트 영혼을 데리고 가는 천사들을 놓치고 말아 파우스트는 결국 승천하며 막을 내린다.



유럽에서 씌여진 작품이다보니 내용이 지극히 성경적이다. 이 내용을 보면 구약성경의 욥기와 매우 흡사한 면이 있다. 하나님이 사단에게 시험을 헉락함으로 욥이 고난을 당하게 되지만 마지막 하나님 앞에 회개를 함으로써 현재의 삶에서도 복을 받고 구원에 이른다는 내용이 그러하고, 그레트헨의 오빠와 결투를 벌이지는 장면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파우스트'를 잘 들여다보면, 작가의 자서전임을 느끼게 한다. 괴테가 14살 때 사랑했던 소녀 그레트헨의 그리움을 파우스트 박사가 되어 첫사랑의  추억에 흠뻑 빠져드는 모습이다. 악마의 힘으로 젊어진 파우스트가 사랑을 나누는  소녀의 이름이 그레트헨인데, 악마의 도움으로 젊어진 파우스트 박사가 어린 소녀와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 설정, 이것은 괴테가 나이 지긋이 들어 옛사랑을 회고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우리안에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리스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다. 이 세상을 살면서 때로는 현재의 복을 구하면서도 영혼의 구원을 원한다. 그리고 현재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선과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신의 섭리를 인정하며 신에게로 회귀하기도 한다.  

그것이 인생을 방황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우유부단함과 끝없는 망상, 나약하고 창백한 지식인의 모습인 햄릿.

현실과 이상의 혼동으로 행동이 앞서는 저돌적인 모습의 돈키호테.

본질과 절대적인 것을 추구키 위해 영혼의 도박까지 벌인 파우스트.  


때로는 방황과 편력으로, 때로는 끝없는 질주와 넘어짐으로, 때로는 좌절과 혼돈으로...

그러나 우리안에 내재되어 있어 삶 가운데서 여러 가지의 형태로 상황따라 각기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지만, 실상 이러한 것들은 삶의 의미를 깨닫고 인격적으로 성숙해가기 위한 과정들이다.     


살아가면서 수 없이 귀에 속삭이는 유혹들... 쾌락, 권력, 명예... 

인간이라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추구할 것이라는 메피스토펠레스의 생각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은 선을 추구하리라는 것을 괴테는 말하고 있지만, 어쩌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말하고 싶은 것이지도 모르겠다. 파우스트를 통해 괴테는 진정한 사랑 앞에 모든 악이 선으로 변하며, 속죄와 정화를 통해 선으로 나아갈 때 우리가 구원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모든 인간이 살다가 언젠가... .

결국에는... 선을 추구하고 

구원에 이르는 진리를 알고 깨달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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