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량의 차이만큼, 명백히 존재하는 깜냥의 차이

새로운 차원의 리더를 만나다

by 빨간약

살다보면 깜냥이라는 표현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 같은 인간이 다를 건 뭔가… 사람이 다 같은 사람이지 그릇의 차이란 게 뭘까라고 생각했다. 그저 관심과 노력의 차이 아닐까라고.


타고난 체질적 한계를 처음 느낀 적이 있다. 대학교 입학 후 신입생 OT. 새내기들에게 작정하고 술을 퍼먹이는데, 그저 신나는 마음에 호기롭게 술자리에 참석했던 나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여학생 숙소 제일 안 쪽 벽 끝자리에 누워있었다. 그러고 보니 OT가 막 시작했던 기억 외에는 별다른 기억이 없다. 들은 얘기로는 OT 시작 거의 10분 안에 쓰러져 시체 안치실 1번 위치에 누웠다고 한다. 그 와중에 소주 6병을 고래처럼 먹는 동기도 있었다. 그때 알았다.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일들이 있구나.


사회에 나와 처음 속한 직장에서 만난 리더는 남달랐다. 젊고 영민했으며 전략적 마케터였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줄 알았고 어려운 상황에도 굳건하게 옳은 선택을 해왔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구석진 골목 간판도 없는 20평 남짓한 임대 사무실에서 월 매출 10억을 돌파했다며 박수를 치던 조직이 시가총액 3천억의 중견기업이 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성공에 취했고 늘 술에 절어있었으며 자만했고 스스로 만들어 낸 허황 된 착각 속 세상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오만으로 치장한 초라한 허세 아래에 병들어버린 우울감을 제대로 감추지도 못했다. 리더란 그렇다. 그들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따르는 모두가 무너진다. 그들에게서 빠져나오는 순간조차, 내가 그들을 배신하는 것이라 죄책감에 휩싸였다.

그렇게 그 조직에서 도망친 수년 후, 새로운 조직에서 새로운 리더를 만났다. 엄청난 자산가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자수성가한 성공한 사업가. 이미 자식의 자식에게 물려주고도 남을 충분한 돈을 벌었다고도 했다. 숨만 쉬어도 통장에 수백억씩 꽂히는 비즈니스를 구축해놓은 그를 주변 지인들은 그를 “돈 버는 기계”라고 부른다고 했다. 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길래… 그저 평범한 우리와는 다른 저 세상 사람이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회사가 커졌든
매일 아침 누구보다 성실하게 사무실로 출근해 두 발로 뛰어다니며 일을 하는 리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수천명의 직원들 한명한명을 팔 아래 품고 있는 리더
불필요한 일이라면 단 돈 1원도 땅바닥에 흘리지 않는 리더
사소한 일 하나도 철저하게 알잘딱깔센 처리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업무를 관리하는 리더
잘못하면 야단치고 그 이후에는 어김없이 맛있는 밥을 사주며 토닥이는 리더
회사를 위해 헌신하지 말라고, 본인과 가족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리더
직원들을 의심해 시험에 들게 하지 않고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 않도록 디렉션을 명확히 주는 리더
그리고 그 일에 대한 책임을 결코 직원 탓으로 돌리지 않는 리더
직원들과 직원들의 가족, 그리고 그들의 미래까지 지켜주려는 리더



지금 내가 하는 이 사업이 눈부신 성공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곳에서 머무는 시간 동안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리더십.


그 정도 깜냥에 되어야 이런 사업을 이끌 수 있는거구나.


세상에 100명의 리더가 있다면, 100가지의 리더십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새로운 차원의 리더십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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