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삶에는 법칙이 있다.
꼭 무언가를 맘먹고 하려고만 하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
일을 시작하고 정신이 없었다. 정신이 없을 만했다. 그러나 엄마는 정신이 없으면 꼭 무언가를 놓친다.
올 여름 예상대로 극심한 무더위가 찾아왔다. 그래도 에어컨 틀고 있어라~ 편히 있어라~ 말 하며 지났는데, 어느날 갑자기 아이 얼굴과 온 몸에 알 수 없는 트러블이 번지기 시작했다. 사춘기 여드름인가보다 했다.
아이가 유난히 쳐지고 늦잠도 늘길래 호르몬 변화인가했다.
아이가 비쩍 마르고 길어지길래 키가 크려나보다 했다.
칙칙한 얼굴색은 잘 씻지 않는 게으름 + 선크림을 죽어도 안 바르고 땡볕을 돌아다닌 탓이라 생각했다.
다리랑 발이 아프다고 난리길래 여태 그래왔듯 성장통으로 인한 근육통이라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이 증상이 올해 내내 지속되었다.
도대체 얼마나 긴 시간을 아이 건강을 방치한 것일까.
피부 습진이 피부염으로 번져 이미 나고 없어지길 몇 개월 간 반복되었던 흔적이 가득하다.
사타구니 양쪽 림프절이 앵두알만큼 부풀었다.
하지 자반증이 가득하다.
이럴 땐 나 혼자 인터넷을 찾아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참을 수가 없다. GPT가 대답했다.
각각의 증상은 일시적일 수 있으나 이런 경우는 즉시 병원 진료를 요합니다.
혈액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 소아암, 백혈병에 대해 계속 얘기한다…
심장이 두근대고 온몸이 굳어간다. 아이의 사소한 습관이나 잘못에 사나운 표정부터 짓고 질책하기 먼저였던 지난 날들이 계속 떠오르며 후회스럽다. 긴긴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다 아침 일찍 아이에게 오늘은 학교에 가지 말고 병원에 가자 말했다.
속 모르는 아이는 또 다시 인상부터 구기고 입술을 내민 채 불만 가득한 감정을 앞세운다.
평소같았으면 야단부터 치며 "엄마가 그럴만 하니까 그러지~" 라며 다그쳤을텐데, 오늘만큼은 안쓰러운 마음이 앞서 아이에게 다정하게 되묻는다. "혹시 학교 빠지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
"기다렸던 농구 수업이 있거든요"
"그렇구나... 재밌겠네. 그럼 2교시는? 그건 빠져도 괜찮겠어?"
"네 그건 괜찮아요"
"그래 그럼 1교시만 하고 엄마랑 병원 가자"
그제야 언제그랬냐는듯 씨익하고 해맑게 웃어 보이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저렇게 아직 어린 아이인데 항상 아이 말을 먼저 들어주지도 않고 야단만 많이 쳤구나 싶다.
아들 둘을 키우며 대형 병원의 시스템도 이제 익숙해졌다. 복잡한 주차장도 진료 접수, 검사 순서대로 찾아가는 것도 척척이다. 오히려 평소답지 않게 씩씩하고 야무지게 눈을 빛내며 아이를 챙긴다. 다행히 빠르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 선생님께 밤 사이 혼자 끙끙댔던 모든 걱정을 빠짐없이 토해냈다.
모든 수치가 정상이라 혈액에 이상은 없고 일시적인 피부 질환 증상인 것 같다는 말씀에 막혀있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소아청소년과를 채 나서기가 무섭게 눈물이 쏟아져나온다. "우리 아들 괜찮대" 라고 말하며 눈물을 참지 못 하는 나를 보고 아이가 어리둥절해한다. "엄마가... 흑.. 엄마가 걱정을 너무 많이 했어..." 라며 훌쩍이는 나를 보며, 아이는 신기한 듯 한편 기분이 좋은 듯 씨익 웃으며 나를 토닥인다.
다른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칠까봐...
엄마의 삶에는 이런 법칙이 꼭 있다.
잠시 멈추고 사랑하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