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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hdcafe May 04. 2023

01: 드디어 D-day 입학식날이 왔다

제목: 친구들이 어리다

<초1adhd일기 2022년 3월 15일_친구들이 어리다>

나는 오늘 학교에 간다. 그리고 즐겁게 재미있게 친절하게 지내고 올 것이다.
산책을 갈 것이다.
교장실컴퓨터실과학실다목적실
나는 초1이다 자꾸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쉬는 시간만 찾는다 선생님은 혼잔데 근데 돌봄 교실 얘들은 한 열명정도 되니까 여덟살아홉살이면 엄청 어린거다

드디어 호수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이 날을 얼마나 고대하였던가? 몇날며칠을 특수교육지원대상자로 도움반에 보낼 것인가? 소규모 학교를 찾아서 보낼 것인가 고민하였다. 피가 마르는 시간들이었다. 12월 마지막주에 간신이 이 집을 지인을 통해서 소개받고 주소이전을 하고 계약서를 부동산이 아니라 서로 이메일로 주고받아서 계약했다. 집 주인은 수리는 알아서 하고 들어오라는 조항을 달았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5만원 싼 금액이었다. 그리고 학교에 너를 입학시켰다.    

            

시골살이가 처음이라 유난히 추운 겨울 두달 동안 집을 셀프로 수리했다. 남편은 별채의 넓이를 재고나서, 시트지식으로 되어 있는 도톰한 도배지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남편 혼자 도배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전주에 학교 앞 파란지붕집 별채에 우리 네 식구가 한방에 다리를 뻗고 누웠다. 네가 학교에 잘 적응만 해준다면 이정도의 고생쯤이야 눈녹듯이 사라질 것 같았다. 제발 적응만 잘하거라! 숨길 수 없는 너의 증상이지만 숨길 수만 있다면 숨겨지기를 얼마나 기도했는지...   


이제 네가 입학한지 보름이 흘렀다. 엄마 아빠는 너의 초등을 위해 아파트를 전세를 놓고 전원에 세를 얻었다. 금산에 세컨 하우스를 빌려 주말동안 살고, 대청호 학교 앞에 쪽방을 얻어 네가 학교간 동안 기거한다. 엄마 아빠는 오래전부터 네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이 모든 수고로움쯤이야 감내하겠다고 결심했었다. 수도에서 누런 녹물이 나오고, 엄지손가락만한 지네가 나오고, 전기와 보일러 하나도 성한 곳이 없는 쪽방을 셀프로 수리하고 도배하고 청소하고 이사왔다.


입학전에 발달센터에서 6개월간 학교준비반 수업을 들었다. 실제 초등수업처럼 주 1회 만나서 국어 음악 미술 체육 등을 공부해 보고 반장선거도 해보았다. 센터의 교실에 전면에 칠판이 있고  학생들의 책걸상이 있고 제법 교실같이 꾸며졌다. 책가방 실내화가방 준비물까지 챙겨가야했다. 학교준비반의 목표는 학교는 적응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즐거운 곳이라는 점이었다.


3월 2일 입학식날, 코로나로 비대면이어서 현관에서 헤어졌다. 후일 병설유치원 입학식 사진 속에서 너의 모습을 보았다. 초등학교 입학식과 병설유치원 입학식을 합동으로 했었다. 입학식을 하고 나서 동생은 "입학을 축하합니다."라는 플랭카드의 글귀를 읽어서 선생님이 똘똘하다는 칭찬을 들었지만, 형의 입학식은 어땠는지 알 길이 없다.


학교에서 전화가 오지 않을 까 조마조마했었다. 너를 등교시키고 보름동안 엄마 가슴에 동공이 뚫린 것마냥, 허전해서 학교 앞에 공원을 하염없이 걸었다. 발이 구름에라도 뜬 것처럼 붕붕 떠서 내가 걷는 것인지, 점심밥이 어디로 넘어가는지 모르게 대충차려먹고 소리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큰 사고만 안나도 어디냐 하면서 하루하루 감사함으로 저녁 커튼을 닫았다.


엄마 아빠는 너의 즐거운 초등시절을 위해 시골로 이사를 왔다. 엄마는 초등입학에 대한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불면의 밤들을 지나며 마음을 졸였다. 아득하게만 느껴지던 3월이 되고 드디어 너는 초등학생이 되었다. 어쩌면 투약도 시작했으니 adhd에도 불구하고 큰 탈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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