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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엄마HD아들 May 23. 2023

ADHD아들, 나에게 준 시련일까?

ADHD지만 괜찮아, 너와 나의 연결 고리


ADHD아들, 나에게 준 시련일까?

네가 나에게 온 진짜이유.




부모들은 한 번쯤 생각한다.

아이가 나에게, 우리에게 온 이유를.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자주 생각해 보았고, 여러 번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를 임신한 것을 알았을 때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행복했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 그 행복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 단체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나의 행복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이가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니면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계속 받기 시작했고, 그 피드백들은 나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 아이가 나에게 온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에게는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을 준다고 하던데, 내가 이 아이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일까? 나는 한 때 아이들을 가르쳤던 교사였고,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을 만나 지도했었다. 그래서 항상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잘 키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자만이었고, 착각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내 아이에게 부정적인 시선들이 쌓일수록, 나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생기기 시작했다.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오기가 생겼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둘째가 태어나고 나는 무너졌다. 나의 체력과 정신이 온전하지 못 하자 아이가 화를 내면 같이 화를 냈고, 아이가 울면 같이 울었다. 세상이 아이에게 하는 못된 말들로부터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


나는 무늬만 엄마였지 아이의 편이 아니었다. 너무 힘들다는 핑계로 아이에게 주어선 안 될 상처를 주었다.


'정말 이 아이는 나를 괴롭게 하려고 온 것인가'하는 생각이 자꾸 들면서 나는 나쁜 엄마가 되었고, 매일 반복되는 자책과 외로운 싸움 속에 나는 아픈 엄마가 되어있었다.




계속되는 선생님들의 전화에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고 아슬아슬한 나날들이 이어져 갔다. 그러던 중 지인의 아이가 우연히 ADHD진단을 받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내 아이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며 불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의 눈과 손은 바빠졌다. 검색을 하면 할수록, ADHD관련 영상을 보면 볼수록, 나의 마음은 더 불안해졌다. 알고리즘은 나를 성인 ADHD영상까지 이끌었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나는 성인 ADHD였다.




생각하면 할수록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고, 비어 있던 퍼즐의 조각이 맞춰지면서 헛웃음이 나왔다.


가족들에게 아이가 ADHD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다 내 탓이라고, 내가 성인 ADHD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허나 그 누구도 나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모두 내가 불안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조심성 없다', '덜렁거린다'라는 말은 들었지만, '심하게 산만하다', '집중을 못한다',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오류였다. 교사였음에도 조용한 ADHD가 있다는 걸 몰랐다는 것이다.


대학 전공시간에 ADHD아동에 대해서 배웠지만, 10여 년 전 내가 공부를 할 때까지만 해도 성인 ADHD는 물론이고 조용한 ADHD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다. ADHD 하면 그저 산만하고 충동적인, 공격적인 특성만 떠올리는 편협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가 ADHD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의심이 들자마자 병원과 심리 상담 센터를 검색했다.


2021년 12월 말, 6살 끝자락에 있는 아이를 데리고 심리상담센터에 가서 주의력 검사와 지능검사, 심리검사를 받았다. 아이가 아직 어려 병원에서 진단을 받을 수 없어 심리상담센터를 먼저 찾은 것이지만, 사실 병원에 가기 두려웠다. 아직 어림에도 불구하고 ADHD가 맞다고 할까 봐.


아이는 언어치료와 놀이치료를 시작했고, 나의 차례가 되었다. 나는 병원에 간 첫날부터 아이가 ADHD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의심이 되고, 나에게서 물려받은 것 같다며 주의력 검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께서는 검사 요청을 들어주지 않으셨다. 진료 전에 한 체크리스트에서 불안과 우울점수가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불안과 우울을 걷어내야 ADHD검사를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지금 이 상태에서 하면 100% ADHD라는 진단이 나온다고.


나는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였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진단을 받으니 참 허탈했다.

죽어라고 열심히 살아온 결과가 우울증, 불안장애를 동반한 성인 ADHD라니.


아이가 나에게서 ADHD성향을 물려받았는지 너무나 알고 싶었으나 정확한 검사를 위해 참아야만 했다.


우울증, 불안장애약을 먹으면서도 나는 아이 걱정뿐이었다.두 달 정도 약물 치료를 하니 불안한 마음이나 우울한 기분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지만, 나의 정신없는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물건을 엉뚱한 곳에 놓고, 여전히 핸드폰을 찾지 못하고...





결국 주의력 검사를 했고, 성인 ADHD진단을 받았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아이가 나에게 온 진짜 이유.



내 아이는 나를 구하러 온 천사였다.



이 아이가 ADHD성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평생 내가 ADHD라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았겠지?


의지가 부족하고 정신없는 나를 자책하며 바닥이 난 자존감을 끌어안고 우울한 삶을 살았겠지?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어서, 남편이 나를 공감해 주지 못해서 내가 우울했던 거라 생각했던 나를 돌아보았다.


애써 꺼내보려 하지 않았던, 기억 저편에 아주 오래된 나의 상처, 불안, 낮은 자존감.


나는 오래전부터 우울한 사람이었고 불안한 사람이었다. 주의력이 부족했고, 충동적이고 감정조절이 잘 안 되는 사람이었다. 꽁꽁 숨겨왔던 나의 민낯이 드러난 것 같아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나는 살아오면서 스스로를 나름 괜찮은 사람이라고,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지 않기 위해 극도의 긴장과 불안이 만들어낸 가면이었다.


진단을 받고 절절히 느꼈다.나도 결국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 끊임없는 격려와 사랑 아래 이렇게 사람구실 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아픔들을, 약점들을 남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니..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미친 듯이 울 수밖에 없었다. 아이에게 미안해서 또 너무 고마워서..






너는 온몸으로 자신을 알아달라고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고, 나의 호된 꾸중에도 너는 끊임없이 나에게 사랑을 보내왔다. 정말 나를 구원해 주러 온 천사처럼.


이젠 엄마가 너를 구할게.

너를 지킬게.

ADHD여도 괜찮아,

너를 보내 주신 것에 감사해.

사랑한다 내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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