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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엄마HD아들 May 26. 2023

저는 ADHD아이를 키우는 성인 ADHD 엄마입니다.

엄마가 글을 쓰는 이유

나는 유치원 교사였지만 지금은 경력이 단절된 채, 8년간 두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다. 지난 8년간 나는 없었다. 그저 정신없는 일상 속에 아이들을 키우며 희미해진 나의 존재를 조금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다.



엄마가 아닌 나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불안과 우울이 찾아와도 그냥 참았다. 엄마 인생이 다 그렇지 뭐. 그런 자포자기한 심정들이 나를 우울에 잠식되게 만들었고, 스스로 헤어 나오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변해갔다. 아이를 위해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던, 세상 밝게 웃던 엄마는 사라졌다. 하루살이처럼, 그냥 하루 살고 죽을 것처럼 그냥 그렇게 버텼다.



둘째 아이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기적적으로 태어난 뒤 나는 나의 모든 걸 다 쏟아냈고,

나는 점점 더 투명해져 갔다. 동생이 태어나고 첫째 아이의 세상은 지진이 난 듯 모든 것이 무너졌고,

나의 마음 또한 폐허가 되었다.



첫째는 자랄수록 충동적이고 과하게 행동했고, 그 영향은 고스란히 둘째에게 전해졌다. 나는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날이 갈수록 신경이 예민해졌고, 날이 선 감정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나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자책했다. 매일 밤 내 마음은 후회로 범벅이 된 채 울컥울컥 눈물을 쏟아냈다.



자꾸 누군가 내 마음속에 굳게 닫혀 있는 문을 두드렸다. 두려웠다.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 나를 찾아온 것 같은 두려움. 그 정체 모를 두려움은 날이 갈수록 더욱 거세게 문을 두드렸지만, 나는 웅크리고 두 귀를 막았다. 문이 열리지 않게 더욱 세게 막았다.


그렇게 몇 년을 버텼다. 하지만 단단하다고 믿었던 나의 성문은 결국 부서졌고, 그렇게 ADHD가 찾아왔다. 상상도 못 했던 것의 등장에 나는 휘청거렸다.




그렇다. 나는 ADHD아이를 키우는 성인 ADHD엄마다.




유치원 교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나 자신을 얼마나 미워하고 원망했던가. 아이는 물론이고, 나 자신의 문제조차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학 공식을 대입하듯 나와 아이에게 ADHD라는 단어를 끼워 넣자 모든 것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이가 왜 그렇게 매일 빙글빙글 돌았는지, 내가 왜 먹다 남은 피자를 찬장에 넣었는지. 매일 밤 후회를 하고 다짐을 해도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았는지.






ADHD 사각지대.



ADHD 아이가 겪는 어려움, ADHD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의 고통은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ADHD아이를 키우는 성인 ADHD인 부모들은 아이에게 온통 관심을 쏟느라 자기 자신의 고통을 애써 묻어두고 있다. 세상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ADHD가 아닌 부모들과 같은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세상이 아이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다. 흩어지는 집중력을 애써 붙들고 아이를 챙겨야 한다.


정리가 되지 않는 삶에 좌절하고, 조절이 되지 않는 감정을 억누르느라 만신창이가 되어있을 때쯤 이면 우울이라는 존재가 인사를 건넨다.



그들도 ADHD를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났다.

그들도 도움이 필요한, 공감이 필요한 아이였다.


그러나 그들은 세상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홀로 버티며 아픈 어른이 되었다. 그렇게 성숙하지 못한 채로 또 다른 아이를 만난다.


자신을 아주 많이 닮은.



이제는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상처받은 아이를 보듬어 주고 다독여 주어야 한다.


자신과 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갈까 전전긍긍하며, 자신의 상처는 돌보지 못 한채 아이를 위해 온 마음을 쏟는 성인 ADHD 부모님들. 나 또한 그들 중에 한 명이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ADHD, 아니 이제 서야 모습을 드러낸 ADHD와 1년 넘게 동행을 하고 있는 지금, 1년 전의 나처럼 휘청 거리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세상의 편견과 맞서 우리 아이들이 조금 더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려 한다.

나침반이 되어주려 한다.



"ADHD가 좋은 거야?라고 물어보는 내 아이에게  “응 조절하는 방법만 알면 세상 좋은 거야”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내가 먼저 당당해지려고 한다.


나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내가 커질 것이다.



세상에 잘 보이려고 노력했던 나의 삶을 내려놓는다.

나의 자존심 때문에 아이를 채근하고, 아이를 잘 키우지 못했다는 사실에 좌절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던 지난날을 보내주려 한다.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살아가려 한다. 


아이의 손을 잡고 나의 속도대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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