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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엄마HD아들 Jun 03. 2023

ADHD아이는 아픈 아이?

편견과 오해 속에 마음이 아픈 아이들

세 달 전의 이야기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까지 마음이 좋지 않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그게 무슨 별일이냐, 예민하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ADHD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너무나도 화가 나고 마음 아픈 일이기에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아이들을 보내고 혼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내가 브런치 작가 선정이 된 것을 가장 먼저 축하며 첫 번째 구독자가 되어준, '글 속에서 내가 왜 지인으로 강등된 거냐'라고 묻던 친언니와 같은 소중한 사람의 전화였다. 


전화를 받았을 때 언니의 목소리는 담담했으나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면서 속상한 마음이 뚝뚝 묻어 나왔다.


'띠링' 전화를 끊고 난 후 나는 마음이 답답하고 착잡해졌다. 아프기도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언니가 이사를 하여 새로운 학습지 선생님이 오셨는데, 선생님이 하신 말 때문에 상처를 받은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언니의 아이, 즉 내 조카도 ADHD성향을 가지고 있다. 친조카는 아니지만 태어나자마자 달려갔으며 삼칠일이 지나고 꼬물 거리는 아이를 처음 안아보았을 땐 나의 뱃속에도 새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결혼도 1년 차이로 하고, 아이도 1년 차이로 낳았다.


그렇게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 학교에 갈 날을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언니의 아이가 우연한 계기로 ADHD진단을 받게 되었다. 내 아이의 일인 양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그리고 조카의 ADHD진단은 엄청난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언니의 아이가 진단을 받음으로 인해 나의 아이를 돌아보게 되었으며, 그것은 나의 인생에까지 영향을 주었다. 거센 돌풍이 휘몰아치며 사막 깊이 묻어 놓았던 나의 아픔과 고통까지도 다 드러나게 했다. 나와 아이의 ADHD성향을 알게 해 준 것이다.


언니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내 아이는 이유도 모른 채 계속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무너졌을 것이고, 나 또한 우울에 잠식된 채 점점 망가졌을지도 모른다.  나에겐 나를 구원해 준 두 명의 천사가 있다. 내 조카와 내 아이.




언니의 아이는 이사를 오기 전에도 학습지를 하였는데, 그때 선생님께 아이가 ADHD라는 것을 밝히고 수업을 했었다. 언니의 말에 의하면 선생님은 경력이 많으셨고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셨다. 아이와 즐겁게 수업했고 아이가 ADHD라는 사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으셨다고 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신 선생님 덕분에 따뜻함을 경험한 언니는 새로 오신 선생님께도 말씀을 드린 것이다.


아이가 ADHD진단을 받았다고 이야기를 하자, 선생님께서는 "어머니 아시다시피 우리 아이가 아픈 아이잖아요. 그러니까 진도를 빨리 나가는 것보다 천천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고 했다.


언니의 말을 듣고 말문이 턱 막혔다. 아픈 아이라니. 정제되지 않은 단어에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렇게 말하는 순간에 아이도 같은 공간에 있었다고 한다.


애써 침착하게 말했지만 나는 피가 거꾸로 솟았다. 내 조카가 그 말을 직접 들었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벌렁거렸다. 내가 이 정도까지 화가 났었다는 사실은 언니는 모를 것이다.


전화 통화를 끊고 나서 더욱 분노가 올라왔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무리 실수였다고 해도 말은 사람의 생각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앞으로 아이와 수업을 하는 내내 어떤 생각을 하며 아이를 바라볼지, 또 그 생각이 무의식 중에 튀어나와 아이에게 또 상처를 줄지 모르는 일이다.


내가 언니였다면 수업 진행하지 않겠다고, 돌아가시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언니는 어른이었다. 아이가 들을 수 있는 큰 목소리로 선생님께 "어머 선생님 우리 애 안 아파요~ 얼마나 건강한데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혹시나 상처받았을 아이의 마음을 보듬어 주려 노력한 것이다.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올라오는 감정을 애써 꾹꾹 눌렀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ADHD에 대해 자세히 알 수는 없다. ADHD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생각을 말로 꺼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나는 당장 학습지 센터에 전화해서 항의하고 선생님을 바꾸던가, 다른 학습지로 바꾸라고 말하며 길길이 날뛰었지만, 언니는 학습지를 그만두지 않았다. 죄송하다고 사과했으니 선생님을 지켜보겠다고 하였다. 나는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언니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지금 언니는 아이의 학습지를 끊었다. 언니는 언니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다.


선생님을 볼 때마다 그 말이 계속 떠올랐으리라. 마음이 불편했으리라.그럼에도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려 무척이나 노력했으리라.




세상에 전하고 싶다. ADHD아이는 아픈 아이가 아니다.


ADHD성향을 가진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쳐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할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같이 어울리고 싶어 한다. 단지 관계를 이어나가는 기술이 서툴 뿐이다.


관심 없는 것에는 영 흥미가 없어 답답할 때도 있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그 누구보다 잘 해내는 영특한 아이들이다. 주변 상황을 잘 살피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할 때가 있지만 사실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고, 매일같이 반성하는 아이들이다.


일상생활을 할 때 한 두 번의 경험으로는 자신을 조절하기 어려워 매일 같이 같은 문제에 부딪히지만, 조금만 격려해 준다면 열 번을 넘어져도 열한 번 일어나며 반드시 해내는 아이들이다. 자신의 감정을 온몸으로 다 표현하는 솔직하고 순수한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이 세상의 편견과 오해로, 상처를 주는 말들로 인해 점점 아픈 아이가 된다. 마음이 아픈 아이.


아이들은 자란다. ADHD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자란다. 아이들은 해낼 수 있다. ADHD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해낼 수 있다. 틀린 게 아니다. 조금 다를 뿐이다. 조금 느릴 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한번 더 굳게 다짐했다. 나의 말로써, 나의 글로써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사람이 되자고. 나와, 내 아이와 같은 상황의 사람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며 다시 일어서게 하는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자고 말이다.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는 지보다 누가 이야기하는지에 더 귀 기울인다.


애들아 조금만 기다려 이 이모가, 이 엄마가 큰 사람이 되어서 세상에 외칠게. 너희는 아주 특별하다고 말이야. 너희가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내가 먼저 당당해질게. 너희의 나침반이 되어줄게. 그러니 고개 숙이지 말고 당당하게 걸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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