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브런치 작가로 선정이 된 지 아직 한 달도 안 되어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게 어색하지만,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키보드를 두드릴 때마다 타닥타닥 소리가 참 기분 좋습니다.
앞으로도 진솔한 글, 공감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나를 위해, 내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제 글을 읽고 마음이 일렁일 누군가를 위해.
오늘은 잠시 눈을 감고 아이가 세상의 빛을 처음 본 순간,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속삭였던 순간을 떠올려봅니다.
부모들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 눈은 어떻게 생겼을까, 코는 누구를 닮았을까, 웃는 얼굴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상상을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 세상을 다 가진 듯 마음이 벅차오릅니다. 태지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오랫동안 양수 속에 있어서 쭈글쭈글한 피부에, 온 세상에 울려 퍼질 만큼 우렁차게 우느라 새 빨개진 얼굴을 보면서도 '어쩜 저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까'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어떤 부족함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는 생각하지 않지요. 그저 열 달 동안 잘 버텨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그런데 그 마음
아직 안녕하신가요?
아이는 이 땅에 태어나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쿠키를 만들 듯이 즐겁고 행복하게요.
내 손끝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말랑한 감촉을 신기해하고, 달큼한 쿠키 반죽의 냄새를 맡으며 내가 만든 쿠키가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를 합니다.
여기 아이가 열심히 쿠키를 만들고 있네요. 정성스레 반죽을 하고 모양을 잡고 오븐에 넣어요.
쿠키가 맛있게 구워지길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가 와서 쿠키틀을 주어요. 이걸 사용하면 더 예쁘게 만들 수 있대요. 나는 내가 만든 쿠키가 마음에 드는데 엄마는 자꾸 별 모양 쿠키가 더 예쁘대요.
아이는 자신이 만든 쿠키가 마음에 들었지만 사랑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기로 해요. 구워지고 있던 쿠키를 꺼내어 별모양 틀로 찍어 눌러요. 그랬더니 쿠키의 가장자리가 금이가고 가루가 떨어져요.
엄마는 새로운 반죽을 더 주어요. "새 반죽을 더 붙여서 별모양으로 만들어 보렴" 아이는 부서져 버린 쿠키 때문에 속상했지만, 엄마의 속상한 얼굴을 보는 것이 더 싫어요. 그래서 부서져 가는 쿠키에 새 반죽을 덕지덕지 붙여서 다시 구워요.
그런데 다시 구운 쿠키의 가운데 부분이 새카맣게 타버렸어요. 쿠키는 원래 모양을 알 수 없게 변해 버렸어요. '엄마 이야기를 듣지 말 걸' 하고 후회를 했지만 이미 늦었어요. 눈물이 나는데 엄마는 계속 다시 만들어보자고 해요.
이제 엄마도 밉고 쿠키 만들기도 재미없어요. 난 잘하는 게 없어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만들어낸 이상 속의 아이의 모습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를 억압하지 마세요, 상처 주지 마세요. 아이의 강점을 다른 사람들의 잣대로 잘라 버리지 마세요. 아이에게 세상의 편견을 덕지덕지 붙이지 마세요.
조급함과 욕심으로 아이가 가지고 있던 자존감을 태우지 마세요. 아이를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그저 아이가 스스로 만든 쿠키 위에 알록달록 사랑의 가루를 뿌려주세요. 그리고 '사랑한다'라고 써주세요.
저도 아이를 제가 정한, 세상이 정한 틀에 맞추려고 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정말 후회되고 눈물이 나는 시간들이었죠. 왜 나와 내 아이는 ADHD를 가지고 태어났을까.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우린 다르구나. 정상의 범위에서 벗어났구나. 다른 쿠키들이 부러웠던 거죠.
남들의 이야기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내 아이를 못난 아이로 만들었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고, 아이의 감정을 억압하고, 아이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어요. '지금은 힘들지만 아이에게 다 도움이 될 거야'하며 어떻게든 부족한 점을 채워주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고통의 시간들이 이어졌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아이와 심리상담을 받으러 갔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았어요. 그러자 내 눈을 가리고 있던 나의 자존심, 편견의 안경이 벗겨지면서 온전한 내 아이의 모습이 보였였습니다.
이미 빛을 잃었더라고요. 눈을 피하고, 귀를 막고, 마음을 닫아버린 아이.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거지? 내가 망쳐 버린 쿠키를 바라보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하지만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어요. 곧 죽을 것만 같은 아이를 어떻게든 살려야 했으니까요.
아이를 바꾸려 하는 것을 멈추었습니다. 나를 바꾸기로 했어요. 나의 생각을, 나의 마음을, 나의 행동을.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경쟁을 뚫고 최선의 모습으로 태어났고. 존재 자체로 완전합니다.
나와 다른 부모들을 비교하지 마세요. 내 아이와 다른 아이들을 비교하지 마세요. 비교를 멈추고 아이와의 첫 만남을 떠올려 보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너의 편이 되어줄 게, 나에게 와주어서 고맙고 사랑한다'라고 했던 마음을 떠올려 보세요.
아직 늦지 않았어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직 아이의 쿠키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망가지지 않았다고. 내가 조급해서오븐의 문을 자꾸 열었던 것이라고. 나의 욕심으로 모양을 바꾸려 했지만 아직 쿠키의 반죽은 굳지 않았다고 말이에요.
아이들은 부모님의 사랑으로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어요. 지금부터라도 아이가 만들고 있는 쿠키를 건들지 마세요. 손을 거두세요.
이미 망쳐버렸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어떠한 편견과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건한 마음과 피나는 노력,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부모를 더 많이 사랑합니다. 그 마음을 놓치지 마세요.
아이가 평소에 쿠키 만드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한 번 만들 때가 된 것 같아 쿠키 만들기 재료를 주문하다가 생각이 떠올라 몇 자 끄적여 보았네요.
저희 아이는 자기가 직접 조물조물 모양을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틀로 찍은 것보다 정교하고 예쁘진 않지만 정말 소중히 여기고 맛있게 먹거든요.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모양이 달라도 쿠키는 다 맛있다는 걸요^^
여러분도 아이와 함께 쿠키 만들기를 하면서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엄마는 네가 어떤 모양의 쿠키든지 널 사랑해'. '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최고의 쿠키야'라고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