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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엄마HD아들 Jul 11. 2023

당신이 ADHD라고 해서, ADHD가 당신은 아니다

저자와의 만남

2023.07.08 토요일. 저자와의 만남.




나는 '당신이 ADHD라고 해서, ADHD가 당신은 아니다'의 저자 김강우님이 운영하시는 오픈채팅방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8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무려 4년간 유지되어 왔다.


2022년 김강우 저자님이 쓰신 책을 읽고 오픈채팅방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오픈채팅방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소심한 주부였기에 채팅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23년이 되고 유튜브를 하겠다고 난리를 치고, 유튜브 대학에 입학해서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온라인상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많아졌고 오픈채팅방도 자연스레 늘어나게 되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8년간 대화를 못해서 어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과 열심히 소통했고, 8년간 조용했던 나의 핸드폰도 덩달아 신나게 알림을 띄웠다.


오픈채팅에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계속 채팅방을 늘렸고 김강우 저자님이 운영하시는 채팅방, 일명 '지백이' 방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의 줄임말로 김강우 저자님 책의 부제목이다)


ADHD라는 진단명으로 대동단결하여 모인 사람들이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응원을 해주는 따뜻한 곳이었다.


사람들의 채팅에 답장을 하며 2달 동안 열심히 떠들었더니 방장님(김강우 저자님)께서 부방장을 활동해 볼 생각이 있냐고 하셨다. 원래 활동을 하시던 분이 잠시 휴식기간을 가지기로 하셨다며. 당황했지만 신이 나서 알겠다고 했다.


승낙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운영자, 부운영자 프로필에만 표시되는 왕관이 예뻤기 때문이다.





그날 5초 고민하고 내린 선택이 나를 강연장으로 데려왔다.지백이 채팅방의 운영진 분들과 함께 참석하였다. 채팅으로 알게 된 사람들을 실제로 만난 것은 난생처음이었기 때문에 너무 떨리고, 신기했다. 함께 점심식사를 간단히 하고 (방장님이 결제하셨다. 잘 먹었습니다!) 강연장으로 향했다.


ADHD아이를 키우는 부모님과 ADHD진단을 받은 아이들도 참석하였는데, '첫째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데려왔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자신이 ADHD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대견하기도, 울컥하기도 했다. 병원에 찾아가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고, 자기 자신을 수용하고 여기까지 오는 길이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 이렇게 다 큰 나도 아직 힘이 드는데.


내 아이도 언젠가 스스로 ADHD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날이 오겠지.  




강연은 5분씩 2번의 휴식시간을 가졌고 2시간 30분 동안 진행 되었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김강우 저자님이 쓰고 계신 2번째 책의 내용, 관계와 행복에 대한 이야기였다.


대인관계, 사회성에 관한 내용은 ADHD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겐 조금 어렵지만, 꼭 체화시켜야 하는 중요한 이야기다. 모든 이야기들이 다 기억에 남고 도움이 되었지만 그중에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꼽자면 이 두 가지다.



첫 번째, ADHD를 가진 사람들은 관계 속에서 소외되고, 괴롭힘의 대상이 되기 쉽기 때문에 타깃이 되지 않도록 자기 관리를 잘해야 한다.


또한 기계적으로라도 사회적인 언어와 행동을 배우고, 상황 대처 능력을 길러야 한다.


방송이나, 언론에서 ADHD의 극단적인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을 많이 비추고 있기 때문에 ADHD를 가진 아이들은 모두 가해자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ADHD아동들은 대화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소소한 소통의 문제, 주의력 부족으로 인한 자기 관리의 어려움, 다소 충동적인 행동들 때문에 오해를 받고 소외되어  오히려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오픈 채팅방에서도 어린 시절 학교폭력을 겪었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다. 너무나도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다. 


아이가 ADHD진단을 받았다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건 또래관계에서 소외되거나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사회적 기술을 연습시키는 것이다. 상황을 빨리 판단하고 행동을 취할 수 없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오해를 받는 일이 많기 때문에 유치원에 보낸다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아주 사소한 것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


인형을 가지고 상황극을 해서라도 다양한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켜야 한다. 부모들이여 학습을 내려놓자. 학습은 아이가 학교에 즐겁게 다닐 수 있을 때,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다.



두 번째, '커뮤니케이션의 기준은 내가 아니라 상대다'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사람을 대할 때 응당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 그러나 ADHD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 자신의 경험에서 빠져나와 상대방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적절히 반응하는 것이 조금 어렵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역지사지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즘은 소통, 관계의 문제가 ADHD성향을 가진 사람들만의 어려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 소통의 기회가 줄어들었, 기술의 발달로 온라인상의 만남, 즉 비대면 만남이 늘어났다. 직접 대면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점점 어색해지는 세상이 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사람들이 그 변화에 적응을 하면서 길고 깊은 대화를 어려워하게 되었다. 대화에 집중하기 어려워진 이 빨리빨리 사회에서 상대방의 비언어적인 사인을 놓치고, 상대방의 입장이나 생각, 감정을 깊게 고려하지 않는 일들은 이미 비일비재하다.


어른들이 몸소 보여주지 않는데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이제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내가 할 말만 늘어놓고 사라지지 말자. 내가 말한 것의 두 배는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들어야 이해할 수 있다. 듣는 순간에는 나의 생각, 나의 감정, 나의 경험을 다 내려놓아야 진심으로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는 역지사지가 이루어질 수 있다.






강연을 듣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결국 힘을 내야 할 사람은 부모들이다. 부모의 적절한 도움과 가르침을 받지 못하고 자란, 고군분투하며 어른이 되어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부모님의 관심으로 일찍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는 아이들이 부럽다고, 아이를 위해 배우고 노력하는 부모님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가슴 깊이 새겨본다. 내가 진단을 늦게 받았다는 사실이 억울했지만 그 마음 싹싹 지우고 지금부터라도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아이를 바꾸려 하지 말고 나부터 바뀌자.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할 아이를 떠올리며 책임감을 갖자.


강연이 끝나고 강연에 참석한 부모님들과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확신이 들었다. 저 아이들은 행복하게 자라리라. 스스로 변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님이 있으니까.


잊지 말자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좋아야 다른 사람들과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ADHD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께 전하고 싶다.


아이를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내가 변하면 아이도 바뀝니다. 사소한 것으로 아이와의 관계를 망치지 마세요. 부모와의 성공적인, 따뜻한 관계 맺음은 아이의 인생에 아주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아이가 바뀌길 원한다면 먼저 바뀐 모습을 보여주세요. 아이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부모의 생각과 감정은 투명한 창과 같아서 아이도, 다른 사람도 그 생각과 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스스로 아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남이 잘 봐주길 바라지 마세요. ADHD여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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