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무언가에 흥미가 생기면 과몰입, 초몰입을 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다른 모든 일정을 'All stop'하고 몰입할 수 있지요.
그런데 미디어, 기술의 발달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산적인 일에 몰입하기보다는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 영양가 없는 일들에 몰입을 하게 되었지요. 요즘 세상에 이러한 현상은 ADHD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ADHD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과몰입이 제대로 발동되면 상상을 초월합니다. 뇌가 그렇게 되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ADHD인들에게 '중독'문제는 언제나 1순위로 다루어야 할 과제입니다. 중독으로 인해할 일을 못하게 되고, 그것은 곧 자책이 되며 우울로 빠지는 지름길이니까요.
그런데 유튜브 '준 중독자'였던 제가 유튜브를 끊은 지 2달이 넘었습니다. SNS도 거의 하지 않지요. 줄이려고 계획을 세우거나, 억지로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뚝 끊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아주 간단합니다. 다른 것에 중독되었기 때문이에요!
저의 흥미가 유튜브에서 다른 것으로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ADHD를 가진 사람들은 흥미가 떨어진 것은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도대체 새로 관심을 갖게 된 일이 얼마나 흥미로운 것이길래 강력한 중독의 힘을 가지고 있는 유튜브를 끊게 된 것일까요?
저는 유튜브 채널을 가지고 있는데 잠시 중단한 상태입니다. 성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조회수만을 얻으려고 한 것이 아니기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도 영상에 등장하기 때문에 아이가 자신의 진단명을 알게 되고 나서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훈련기를 가진다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잠시 내려놓게 되었어요.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 지보다, 누가 이야기를 하는지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제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먼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장을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게 되었어요. 결국은 돌고돌아 읽기와 쓰기 더라고요. 그때부터 스터디카페에 다니며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면서 전자책, 종이책을 출간하여 이름을 알리고, 더 상장했을 때 유튜브를 다시 시작하자라는 마음으로요.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브런치에 중독되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브런치에 들락날락 거리며 다른 작가님들의 최신글을 읽고, 라이킷을 누르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글을 발행하고 나면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해, 맞 방문을 하며 글을 읽었고요. 이렇게 브런치에 정성을 쏟기 시작하면서 유튜브는 제 삶 속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ADHD인 제가 중독을 멈추는 방법은 다른 것에 중독이 되는 것이었습니다.물론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이 훨씬 좋지요. 그런데 이것도 지나치게 되니 일상생활에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옆에 있는데도 스마트폰을 들고 브런치 글을 읽고 있고, 다른 일을 하는 중에도 새로운 알림이 있나 궁금해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손이 가더라고요.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이유는 훨씬 더 좋아졌지만, 남들이 봤을 땐 그저 스마트폰 중독자의 모습일 것 같았습니다.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너 핸드폰 중독이야, 애들하고 있을 때도 계속 들고 있어'라고 말이에요.
저는 일단 유튜브나 OTT 등을 시청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에 길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후유증이 남아서 필요하지 않은데도 스마트폰의 잠금을 풀고 메시지가 왔나 확인하고, 글을 읽고 싶지도 쓰고 싶지도 않은데 습관적으로 브런치에 접속하여 통계페이지라도 들어갔지요.
스마트폰을 길게 사용하는 것만이 중독이 아닙니다.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에 손이 가는 것도 중독이지요.
저도 의지로 스마트폰 만지는 횟수를 줄여 보겠다고 별의별 방법을 다 사용해 보았습니다. 일단 스마트폰의 알림을 다 끄고 무음으로 바꿔도 보고, 스마트폰을 꺼보기도 했습니다.
또 장롱이나 서랍장에 숨기거나, 책장이나 냉장고 위에 올려놓는 등 최대한 멀리 두기도 해 보았지요.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지만, 하던 일이 지루해지면 스마트폰을 다시 가져올까 말까 마음의 갈등이 시작되었고, 스마트폰 생각 때문에 할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어느 정도 스마트폰을 덜 만지기는 했지만, 습관적으로 만지던 것이 없으니 손이 근질거렸고, 내 의지가 언제 무너질지 몰라 초초하고 불안했지요.
결국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다시 켜는 일이 많았습니다. '막상 켜면 할 것도 없이 방황하다가 다시 내려놓는데 도대체 왜 이럴까?' 하며 자책도 많이 했지요. 강한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마련하게 된 스마트폰 감옥인 '몰입의 방'
스마트폰 감옥을 소개하기 위해 서론이 길었네요. 도저히 스스로는 조절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던 중, ADHD오픈 채팅방에서 스마트폰 감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검색을 통해 하나의 제품을 알게 되었고 바로 구매를 하였습니다. 제품의 이름이 '몰입의 방'이더라고요.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돈으로 몰입을 살 수 있다고? 그럼 당장 사야지! 저의 충동성은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좋은 방향이겠지요!
물론 스마트폰을 통에 넣어 봉인시킨다고 해서 무조건 몰입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우리에게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빼앗고 있는지 알게 되면 이 단순한 물건이 아주 고맙게 느껴질 겁니다.
'우리는 단순히 집중력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난당하고 있다'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우리는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단순히 집중력이 낮아진 게 아니라, 도난당한 것이지요. 우리의 집중력을 훔쳐간 도둑은 무엇일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스마트폰입니다. 우리의 집중력을 도둑질한 스마트폰은 당연히 감옥에 넣어야겠지요.
효과를 먼저 말씀드릴게요. 저는 이 몰입의 방을 ADHD 오픈채팅방인 'ADHD, 지피지기 백전불태 방에' 홍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참고로 저는 저 제품과 전혀 상관없는 주부입니다.)
저의 추천으로 많은 분들이 몰입의 방에 스마트폰을 넣기 시작하셨어요. 그중 아주 큰 효과를 보신 분이 계셔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첫 번째 기록은 스마트폰 감옥인 '몰입의 방'을 사용하기 전인데요, 사용시간과 앱실행 횟수, 폰 켠횟수(폰 잠금 해재)등을 확인해 주세요.
평소 스마트폰을 1시간 반 사용하려고 노력하시던 분인데, 거의 매일 스마트폰 사용 내역을 오픈 채팅방에 인증하셨습니다. 목표는 1시간 30분이었지만 본인의 의지로는 지켜지지 않는 날이 많았지요. 제가 꾸준히 채팅방을 보았는데 보통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이용하시더라고요. 물론 2시간 이하로 쓰신 날도 있었습니다. 굉장히 많이 노력하고 계셨지요.
여기서 주목할 것은 앱실행 횟수와 폰 켠 횟수인데요, 앱을 자주 실행하고 스마트폰의 잠금을 자주 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과의 치열한 사투를 벌이셨던 것이 분명합니다.
제가 긴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스스로 조절을 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욕구가 더 커진 날도 있을 수 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도 있을 거라 예상됩니다. ADHD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조절이란 아주 큰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니까요. 다음은 '몰입의 방'을 사용한 후의 기록입니다.
확 줄어든 시간이 보이시죠? 11분이라니!! 의지+환경의 합작품, 정말 멋집니다! 사용시간뿐만 아니라 앱실행 횟수, 폰 켠 횟수 또한 확연히 줄어들었습니다. 이분은 이후로도 하루 한 시간 정도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계십니다.
'감옥이 답이다'라는 명언을 남겨 주셨지요. 기록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의 몰입의 시간도 응원하겠습니다!
물론 모든 분들이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이렇게 극단적으로 줄여야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직업들도 있지요. 그러나 어린아이들, 청소년들, 정말 중요한 시험이나 승진을 앞두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렇게 물리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몰입의 방을 사용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저는 주로 공부할 때, 아이들의 스마트폰을 관리할 때 쓰는데요. 위에 소개해드린 분처럼 기록은 해두지 않았지만, 스마트폰 하나 가둔 것 하나로 생활의 변화를 느꼈습니다.
일단 아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게임하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핸드폰을 꺼낼 수 없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조금 저항을 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다른 놀이에 몰입합니다. 더 이상 스마트폰을 들고 불쌍한 고양이눈을 하며 떼를 쓰지 않습니다.
제가 아이들과 놀이할 때 핸드폰을 보지 않으니 아이들이 더욱 즐거워하는 것을 느낍니다. 물론 핸드폰을 넣기 전 아쉬워서 10분 정도 붙들고 있긴 하지만 눈을 질끈 감고 넣고 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넣고 나면 절대 꺼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나의 의지와 싸울 일도, 불안할 일도 없었습니다. 사람은 불가항력인 일에는 빠르게 포기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이 훌륭한 제품에도 단점은 한 가지 있습니다. 전화를 받지 못한 다는 것인데요. 그 부분은 잘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휴대폰 케이스처럼 생겨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제품도 있으니까요.
(오픈채팅방에서 알게된 사실인데 전화는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받으면 된다고 합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제품을 선택한 이유는 휴대폰을 한 개 이상 넣을 수 있어 아이들 것도 함께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 시간을 1분부터 999시간 까지 설정이 가능하다는 점, 열쇠도 없고 리셋버튼도 없어서 한번 넣으면 절대 꺼낼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설정한 시간이 다 지나면 삐빅- 소리와 함께 자동으로 열리는데, 그때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릅니다. 처음에는 길게 느껴졌지만, 매일 매일 넣다 보니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나갔지?' 하며 놀라기도 합니다.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려 새벽기상을 하실 때, 퇴근하고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낼 때, 미래를 위하여 열심히 공부할 때 한번 넣어보세요. 세상과의 모든 연결을 끊고 나에게 몰입하는 시간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10분으로 시작해 보세요. '에이 10분 정도야 그냥 안 볼 수 있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 작은 행동 하나가 당신에게 몰입의 시간을, 몰입의 감동을 선물합니다.
의지는 한정적이며 믿을 만한 것이 아닙니다. 더 이상 의지가 부족하다며 자신을 힘들게 하지 마세요.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적극적으로 환경을 구성하여 습관을 만들어 보세요!
조절이 늘 어려운 성인 ADHD엄마가 추천합니다. 이 정도면 광고비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ㅎㅎ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 돈 주고 한 달 동안 사용해 본 뒤 추천 드립니다.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