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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엄마HD아들 Jul 17. 2023

동생이 문신을 했다. 엄마가 뿔났다

화재진압에 나선 언니의 입장

스터디카페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동생이었다. 먼저 전화를 하는 일이 없는 애인데, 이렇게 전화가 오면 급하거나, 중요한 일이다. 나는 전화가 끊길 세라 재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동생의 목소리는 개미모드였다. 이 목소리는 잘못을 했거나 미안할 때 나오는 목소리인데,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 문신을 한 것을 엄마에게 들킨 것이다. 그냥 일부러 들켰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나는 동생이 문신을 한 당일날 사진을 보내주었기에 이미 알고 있었다. 엄마에게는 일단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기에 '알아서 잘 숨기겠지'하고 그냥 조용히 있었는데, 내 동생은 순수했다. 조금 혼나고 말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돌아다닌 것이다.


동생이 문신을 한 곳은 팔뚝이다. 반팔을 입으면 소매가 내려와 보일락 말락 하는 딱 그 부분. 소매가 조금 긴 반팔을 입으면 잘 보이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동생에게 왜 가리고 있지 않았냐고 물었다. 동생은 '계속 숨기고 살 수는 없지 않'고 했다. 그렇게 아무 일도 없는 듯 돌아다녔고, 팔뚝에 새겨진 시뻘건 나비 세 마리를 본 엄마는 뒤집어진 것이다.



동생은 29살이다. 엄마가 그렇게 화내는 모습을 29년 인생에서 두 번째로 보았다고 했다. 2번째가 아니라 220번째쯤 되는 것 같지만, 어쨌든 엄마가 노발대발하신 것 같다. 아빠는 뭐라고 안 했냐고 물으니 엄마가 너무 크게 화를 내서 아빠는 오히려 아무 말도 안 하셨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문신에 대해 좋은 생각도 나쁜 생각도 없다.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니까. 그런데 동생이 문신을 하고 왔다. 이제 나는 문신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머리가 아프다. 엄마의 분노를 가라앉혀야 하며, 엄마에게 혼났다고 비 맞은 강아지처럼 깨갱대는 동생도 달래야 한다. 동생에게 할 말이 많지만, 엄마의 눈치를 보느라 조용히 있을 아빠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문신..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문신을 하고 온다면 나는 어떤 반응을 할까? 화가 날까? 속상할까? 음.. 너무 하고 싶다면, 보이지 않는 곳이면 좋겠다? 아주 작게 하면 좋겠다? 잘 모르겠다. 나도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이기에 친정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 나도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잘 모르겠다.


동생이 문신을 한 것은 내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 그렇게에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그러나 엄마가 계속 화가 나 있다면 딸로서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엄마가 너무 화가 나서 잘 못될까 봐 걱정하는 동생에게 '이미 일어난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일단 조용히 지내고 있어, 내가 엄마랑 잘 이야기해 볼게'라고 했지만 통화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쭈굴쭈굴 하게 글이나 쓰고 있다. 이럴 땐 정말 따로 살고 있는 게 감사하다. 그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에서 좀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




엄마와 아빠, 동생은 내 브런치 구독자다. 나는 세명에게 동시에 이야기를 전하려 머리를 쓰고 있다. 항상 그랬지만 동생과 엄마사이에서,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아빠와 동생 사이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중재하고, 상한 마음을 토닥여주는 것은 나의 몫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상당히 큰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다.

 



엄마가 동생에게 그렇게 마음대로 할 거면 나가서 살라고 했다는데, 동생은 돈이 없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엄마가 지금까지 데리고 산 것일까 동생이 엄마와 같이 있어준 것일까? 둘은 항상 다른 이야기를 한다. 내가 생각했을 때 동생이 결혼하기 전엔 둘은 떨어질 수 없다. 그러니 화해했으면 좋겠다. 아니 엄마가 동생을 용서했으면 좋겠다. 동생을 위해서가 아니라 엄마 자신을 위해서 마음을 가라앉혔으면 좋겠다. 그냥 등짝한대 퍽 때리고 말이다.


내가 너무 걱정하는 것일까. 하루가 지났으니 엄마는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동생이랑 같이 사니 얼굴 보면 계속 화가 날 수 도 있다. 내가 글을 쓰는 게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건지, 화재진압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써본다. 그저 엄마 마음이 편해지길 바랄 뿐이다.


아무튼 내 동생은 문신을 했다. 빨간 나비가 춤을 춘다. 자유로운 영혼이다.




엄마, 우리가 가둬 놓기에 그 아이는 너무 큰 새인 것 같아. 우리 그만 놓아주자, 훨훨 날아가라고. 나도 내 새끼 키우면서 느끼지만 정말 이모(내 동생)를 닮은 것 같아. 이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어.


나는 엄마가 이제 마음 편히 쉬었으면 좋겠어. 아직 애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조금 있으면 서른이잖아? 내가 이야기했지! 동생이랑 우리 찡아랑 많이 닮았다고,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거야. 자유롭게. 엄마 스스로를 위해 동생을 용서하길 바라. 엄마 마음이 편해지게 말이야. 동생이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일부러 엄마를 화나게 하려고 그러는 건 아니니까!


29년 인생에서 2번째로 크게 혼났다는데, 첫 번째로 크게 혼냈을 때도 용서했잖아~ 나중에 마음 누그러지면 통화하자!

사랑해 우리 엄마♥


동생에게 - 나랑 애들 놀러 갔을 때 이야기했으면 덜 혼났을 텐데, 생각이 짧았구나 동생아. 모쪼록 엄마에게 잘해드리렴. 너의 삶이니 네가 잘못한 것이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엄마를 속상하게 한 것은 맞으니 책임을 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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