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나의 첫사랑은 우리 집 첫째 아들이다. 얼마 만에 둘이 데이트를 하는 건지. 동생이 태어나고 둘이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아이는 늘 엄마 사랑을 목말라했다.
둘째를 남편에게 맡기고 가끔 둘이 데이트를 즐겼지만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나도 유튜브를 하고, 공부를 하고, 글을 쓴다며 주말마다 아이들을 시댁에 보내고 책상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학교 다녀오면 바로 공부를 시키고, 집안일하느라 바쁘다고 같이 놀지도 않는 엄마였으니. 6개월간 아이와 함께 외출을 한 기억이 거의 없다. 반성했다. 많이 미안해야 한다.
동생이 유치원에 등원을 한 금요일, 우리는 송도에 있는 아울렛으로 향했다. 아파서 힘없이 누워있고, 심심해서 어슬렁 거렸던 지난 일주일. 아이는 오랜만에 키즈카페에 와서 신이 났는지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1학년. 이제 어린아이들이 다니는 키즈카페에는 갈 수 없다. 좀 더 활동적이고,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곳은 팔찌를 차고 다니며 곳곳에 태그를 한다. 태그를 많이 한 사람은 순위가 올라가고, 큰 화면에 자신의 이름과 점수가 뜬다. 아이들의 승부욕을 자극하여 더욱더 많이 움직이게 하는 곳이다.
열심히 태그중
평일 낮이라 아이들이 몇 명 없었는데, 그마저도 집에 가버리고 아이와 나, 단둘이 남았다. 아이는 아쉬운 듯 자꾸 새로운 친구들을 기다리며 출입구를 확인했다.
그렇게 퇴장시간 40분 정도 남았을 때 아이의 마음을 알아준 것일까, 기적적으로 단체 손님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아이는 그동안 학교에 가지 못해 사람들이 그리웠는지 발을 동동 구르며 새로오는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에어컨이 쌩쌩 돌아가는데도 비 오듯이 땀을 흘리며 마지막까지 태그를 하더니 당일 1위로 올라갔고, 일주일 랭킹 4위로 마무리 지었다.
엄마는 또 반성을 했다. 이리 즐거워하는데 6개월간 나는 무엇을 했는가. 이렇게 해맑은 아들의 웃음을, 반짝이는 땀방울을 보지 않고 무엇을 쳐다보고 있었는가.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2시간을 불태우고 나와서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길, 아이는 꼭 가야 하는 곳이 있다며 나를 끌고 갔다. 이것을 꼭 먹어야 한다며. 평소 식욕이 없던 아이가 먹고 싶은 게 있다니 엄마도 덩달아 신이 나서 따라간 곳. 지난번에 아빠랑 고모랑 둘째랑 왔던 곳인데, 그때 먹고 싶었던 것을 못 먹었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폭탄피자!
피자의 뚜껑?을 먹고 싶어서 이 피자를 시켰단다. 하하. 아이들의 생각이란. 피자는 한 조각밖에 안 먹고 우주선 같이 생긴 뚜껑을 열심히 뜯어먹었다. 엄마는 억지로 먹이려 했지만 아들은 완강했다. 식당에서 소리 지르면 안 되니 결국 남은 피자를 포장했다. 아들아 초등학교 1학년인데 20.8kg은 너무하지 않니..
건강검진에서 저체중이 뜬 것을 본 엄마는 마음이 아프다. 아이는 점점 말라가는데 엄마는 점점 살이 찐다. 엄마들은 이런 것에도 죄책감을 느낀다.
ADHD약의 부작용이 식욕부진이기에, 나와 같은 약을 먹는 아이에게 언제나 미안한 마음이다. 잠깐, 같은 약을 먹는데 왜 나는 살이 찌는가? 그건 운동을 안 해서다. 하루종일 책상에만 앉아있으니 살이 찔 수밖에. 내 건강부터 챙겨야겠다.
아이는 생일인 것처럼 행복해했다. 그저 아이의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뿐인데. 다음에는 둘째를 데리고 나와야겠다. 둘 이상 키우는 집이라면 꼭 필요하다. 한 명에게 집중해 주는 시간. 그 시간이 아이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된다.
아들아, 엄마의 지갑이 많이 얇아지긴 했지만 너의 미소로 마음이 꽉 찬 하루였단다. 엄마가 이렇게나 소중한 것들을 잠시 잊고 살았어.
결국 엄마가 하려는 일도 너를 위한 일인데 말이야. 네가 다 자라고 나서, 엄마가 쓴 책을 읽고 '저를 위해 이렇게 노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할까?
아니, 너는 늘 집안일을 하고 책을 보며 공부를 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면서, 실망하고 아쉽게 뒤 돌아가던 날들을 떠올리겠지?
너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엄마 같이 놀자' 했을 때 바로 달려오는 엄마일 텐데 말이야. 엄마가 마음이 많이 급해서 그랬어. 조금 이해해 주겠니?
아빠가 8년 동안 혼자 일하느라 많이 힘들었는데, 너희를 잘 키우고 싶은 욕심에 조금의 보탬도 되어주지 못했거든. 그런데 결과를 보니 너희에게 잘해 준 것 같지도 않고, 아빠에게 도움이 되지도 못해 마음이 많이 힘들었단다.
마음만 급해서 준비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고, 쉬지도 않은 채 전속력으로 달리다 보니 자꾸 넘어져서 많이 속상해. 아들아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너에게 고민을 이야기하고 싶을 만큼 어느새 훌쩍 자랐구나. 가끔 엄마가 고민을 이야기하면 들어주겠니? 그냥 아무 말 없이 끄덕여 주어도 힘이 날 것 같단다. 엄마가 말이야, 많이 든든해. 많이 고마워. 사랑한다 내 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