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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엄마HD아들 Jul 04. 2023

여름 독감

대신 아파 주고 싶지만, 엄마는 아프면 안 돼요

저녁 먹을 시간도 안 됐지만,

내 옆엔 첫째가 자고 있다.

여름독감. 40.1도, 한여름의 날씨보다 뜨거운 너.

핫팩같구나.



지난주 목요일 즐겁게 생일 파티를 했는데, 주말부터 열이 나더니 사흘째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는 태어난 이후 계속 생일 전후로 아팠다. 수족구며 폐렴이며 열감기까지.


작년 여름에 첫째는 코로나에 걸렸었다. 둘째 빼고 온 가족이 코로나로 한바탕 고생을 했고, 슈퍼 유전자인 건가 했던 둘째는 우리가 코로나에서 다 벗어난 뒤 바로 독감에 걸렸다. 코로나는 그렇다 치고, 둘째에게 '여름에 독감이라니 무슨 일이야 엄마 속상해'라고 했었다.


그런데 올여름은 첫째구나.


3월부터 6월까지 첫째와 둘째, 나까지 셋이서 계속 돌림노래처럼 아팠다. 아이들도 나도 4개월간 세 차례나 감기에 걸린 것이다. 나는 애들에게 옮은 것. 이제 좀 끝나려나 했는데, 둘째가 또 감기로 스타트를 끊었고, 첫째는 독감에 걸렸다. 이제 내 차례인 건가.


보통 엄마들은 아이들이 아프면 대신 아파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가. 앞으로는 그 생각 고이 접어 넣어 두시길...



4개월 동안 감기에 위장장애, 이석증까지 겪고 나니 대신 아파주고 싶단 생각이 싹 사라지더라. 나는 절대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이 강하게 피어올랐다. 말이 씨가 된다고 아파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엄마는 아프면 안 되니까. 엄마는 돌봐줄 사람이 없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아이들 밥도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기까지 하다. 거기다 예민해져서 아이들에게 짜증이라도 내게 되면 또 죄책감 엄마가 된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이들이 다 나아갈 때쯤 엄마가 아픈 것이다. 아이들은 몸이 회복되니 신이 나서 같이 놀자고 난리인데 엄마는 말할 힘도 없다. 엎어져서 어찌어찌 겨우 대답만 해준다. 아이들은 그동안 놀지 못한 한을 풀 요량으로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며 노는데 엄마는 말릴 힘도 없다. 다 나으면 집을 뒤집어엎으리라 다짐을 하고 난장판 속에 스르륵 눈을 감는다. 속으로는 아이들이 제발 엄마를 부르지 않길 바라며..


먹지도 못하고 다 토해내더니 겨우 잠든, 첫째의 마른 뒷모습을 보며 기도한다. 제발 저는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아침에 목이 살짝 불편하고 재채기가 나오더니 지금은 머리가 무겁다. 제발 무사히 지나가길.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도 아니고 말이야.

여름독감, 다신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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