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엄마HD아들 Jul 25. 2023

어른이 되어도 엄마 손 잡고 걸어주겠니?

작지만 큰 소원을 빌어본다

 손을 잡고 걷기 힘든 여름, 첫째는 뜨끈한 엄마의 손을 놓지 않는다. 손에 땀이 나서 아이가 불편할까 잡은 손틈 사이로 입바람을 후후 불어준다.




 첫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은 아이였다. 손을 잡고 있다가도 관심을 끄는 것이 있으면 어느샌가 손을 빼버리고 달려가던 아이. 항상 손을 놓고 가면 안 된다고, 엄마 손을 잡고 가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이 더운 여름에도 손을 놓지 않다니.


손을 놓고 걸어도 괜찮은 초등학생이 되었지만, 시간이 거꾸로 흘러 다시 아기가 된 느낌이다.


 아이의 ADHD성향을 알고 난 뒤로는 아이게에 잔소리를 하는 대신 손목을 잡고 다녔다. 손목을 잡고 다니면 갑자기 손을 빼려고 해도 놓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약물치료를 시작한 이후에는 아이가 손을 놓고 가버리는 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기에 마음 편하게 거리를 걸을 수 있었다.


약물치료도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아이가 스스로 엄마손을 찾게 된 것은 두 달 전 교통사고가 날 뻔 한 이후다. 한 뼘 간격으로 차가 멈추었던 아찔한 경험을 한 아이는 길을 다닐 때마다 불안해했다. 집을 나서면 본능적으로 엄마의 손을 잡았고, 짐이 있어서 불가피하게 둘째의 손만 잡고 걷는 날에는 나의 팔이라도 잡고 졸졸졸 따라왔다.




 외출을 할 때도 손을 잡고 다니지만, 아이의 등하굣길은 손잡고 걷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남편과 둘째가 없기에 오로지 첫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첫째의 속도에 맞추어 걷는다. 


아이와 함께 걸을 때 나의 신경은 첫째와 맞잡은 손에 집중된다. 꽤 자랐지만 아직 작고 마른 아이의 손. 그 손을 잡고 있노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내 새끼구나.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아이가 내 아들이구나.


이젠 물가에 있는 아이처럼 걱정되어 손을 잡는 느낌이 아니다. '이 길이 안전한 길이야'하는 느낌으로 끌어주려 손을 잡는 느낌도 아니다.  '네가 어떤 길을 걷던 함께할게'라는 마음으로 손을 잡는다. 제법 많이 컸다고 분위기가 다정하고 든든하기까지 하다.



 등하교 시간정답게 손잡고 걸으며 칭찬비행기를 태워주는 시간인데, 방학을 해서 참 아쉽다. 엄마가 태워주는 비행기를 타고 수줍게 웃는 너의 모습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인데. 방학이어도 1주에 두 번 방과 후 수업이 있으니 그것으로 마음을 달래 본다.


"찡아야. 엄마는 이렇게 네 손을 잡고 걸을 때 정말 행복해. 찡아는 엄마의 기쁨이고 행복이야, 알고 있지?"


"네"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도 엄마 손잡고 걸어줄 거야? 나중에 커서 창피하다고 먼저 가버리면 어떡하지? 그러면 너무 슬플 것 같아"


"커서도 엄마 손 잡고 갈 거야~"


"정말이지? 너 약속한 거다?"


"응!"


 몇 년이나 남았을까. 아들과 다정히 손잡고 걸을 수 있는 시간. 언젠가 누군가에게 너의 손을 양보해야 하는 날이 오겠지? 엄마가 손을 잡으면 불편해서 슬쩍 빼는 날이 오겠지? 그때가 되면 엄마의 손이 많이 허전할 것 같구나. 마음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물러서야 할 때를 생각해 본다. 첫사랑이기에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이 처음이었던 너와 나. 놓아주는 것도 처음이 될 텐데, 잘할 수 있을지. 앞으로 남은 매일이 너와 떨어지는 연습을 하는 나날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전쟁 같던 일상들이 너무나 소중해진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천천히 컸으면.



 아직은 엄마가 준비가 안된 것 같아. 엄마가 더 잘할게, 더 많이 사랑해 줄게,  화내지 않을게.



그러니까 어른이 되어도 가끔 잡고 걸어주겠니?


매거진의 이전글 만삭입니다, 몸무게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