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만에 2kg이 불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그러게요 이게 되네요. 몸무게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정확히 둘째 만삭 때의 몸무게입니다.
셋째가 뱃속에 있냐고요? 그럴리가요. 대자연은 한 달에 한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옵니다. 3개월 동안 서서히 불기 시작한 체중이 드디어 정점을 찍었습니다. 제 인생 최대 체중이었던 만삭 때 몸무게. 불행 중 다행인 게 있습니다. 앞자리는 바뀌지 않았어요. 800g 차이로요.
그나저나 이틀 만에 2kg이 불다니 이게 무슨 일일까요?
태안, 바다가 보이는 펜션으로 1박 2일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정말 많이 먹었지요. 여행의 꽃은 바비큐잖아요? 소고기에 양갈비에 닭목살 구이에 얼추 한 근은 거뜬히 먹은 것 같아요. 지금 여자가 어떻게 고기 '한 근'을 먹을 수가 있지?라고 생각하신 분 계실 텐데요. 네 저는 여자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들 둘키우는 드센 아줌마지요.
제가 항상 이렇게 많이 먹는 것은 아닙니다. 낮에는 거의 먹지 않아요. 저녁이 돼야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데요, 그때 좀 과식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ADHD약의 한 종류인 '콘서타'를 복용하고 있어요. 동시에 항불안제, 항우울제, 수면유도제 등등 다른 약물도 함께 복용하고 있지요. 그중 콘서타의 부작용은 식욕부진입니다. 정말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요. 먹어도 많이 먹을 수 없고요. 그래서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고 몇 달은 살이 빠졌습니다.
ADHD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콘서타를 복용한 뒤 식욕이 떨어져 '강제 다이어트'중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식욕이 많았던 사람들은 이런 부작용을 좋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먹으면 식욕이 없어 살이 쭉쭉 빠질 것 같은 이약에도 함정은 있는데요.
바로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원래의 식욕으로 돌아옴과 동시에 엄청나게 허기가 지기 시작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콘서타를 복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낮에는 너무 안 먹고 저녁에 과식을 하는 게 고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아빌리파이'라는 약물도 함께 복용하고 있는데요. 이약은 부작용이 '식욕증진'이랍니다. 반대되는 성향의 약을 동시에 먹고 있는 저는 살이 찌지도 빠지지도 않은 채 몸무게를 유지해 왔습니다.
저녁에 조금 과식을 해도 낮에 거의 먹지 않기 때문에 체중이 늘지 않았지요. 그런데, 도대체 왜 살이 찐 것일까요? 1년 넘게 복용한 약들이기에 이제 와서 부작용이 생긴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에요.
서서히 불어나는 체중 때문에 우울이 올 것 같아서 상담 중에 이야기를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빌리파이가 식욕을 올라가게 할 수 있고, 약을 줄여볼 수 있지만, 이미 찐살은 어쩔 수 없어요'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렇지요. 이미 찐 살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더 살이 찌는 것을 막기 위해 '아빌리파이'를 줄였여 보았지만, 식욕과 몸무게는 똑같았습니다. 약 때문이라 믿고 싶었던 제 자신이 한심해졌습니다. 그리 높은 용량이 아니기에 약 때문에 살이 찐 것은 아니었어요.
언제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는가, 식사량이 크게 변한 것은 아닌가 곰곰이 생각해 보다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가 살이 찐 이유는 움직이지 않아서였어요.
새벽 5시 기상을 해가며 책을 읽고, 아이들을 보낸 뒤에도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했습니다. 무리를 하다가 위장장애, 감기, 이석증까지 재발하며 건강이 악화되었고, 저의 활동량은 더욱 줄어들었습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데리고 오는 것이 유일한 운동이었죠.
ADHD의 과몰입이 또 발동되었기에 책을 보고 글을 쓰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하기 싫어졌습니다. 집안일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운동을 할 시간에 책한 장이라도 더 보자며 책상 앞에만 붙어있었죠. 제 몸이 이렇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애써 무시하면서요.
배가 점점 나온다고 생각했지만 '며칠 조절하면 다시 들어가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허나, 저의 기초대사량은 바닥이었기에 며칠 덜먹는다고 살이 빠지진 않았습니다.
결국 포기를 했고, 배가 고프지 않아도 간식을 주절주절 먹어댔어요. 이미 찐 살, 1,2kg 더 쪄도 똑같다며 자기 합리화를 했지요. 그 결과, '누가 보면 임신한 줄 알겠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나온 뱃살과 다리를 꼬기 불편할 정도로 두꺼워진 허벅지를 가진 몸이 되었습니다.
이제 때가 된 것 같아요. 출산을 할 때가. 뱃속에 있는 지방들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야겠어요. 오랜 시간 품고 있었으니 이제 '안녕'을 고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혹시 저처럼 만삭 때의 몸무게를 다시 만난 분이 계시다면 함께해요.
'다이어트'
지키지 못할 정도의 약속을 하고 자괴감을 느끼는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다짐을 쓰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사실 자신과의 약속은 잘 지키지 못해요. 충동과, 자기 합리화라는 악마들이 끊임없이 저를 괴롭히거든요. 이런 장치가 꼭 필요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