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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엄마HD아들 Aug 02. 2023

ADHD인생, 나름 재밌어요. 대환장 파티^^

앗, 나의 실수!

 실수. 이 세상에 태어나면 우리는 실수부터 시작합니다. 소변실수, 대변실수, 물컵 엎지르기, 물건 잃어버리기 등등. 배우는 과정이라서 그런 것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배우는 중에 실수를 하고, 그런 실수들을 통해 또 배웁니다. 그러면서 점차 실수하는 일이 줄어들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아무리 배워도 실수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게 누구냐고요? 바로 저예요(속닥) 제 아들도요(속닥)



 

 저는 ADHD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30대가 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지요. 어렸을 적부터 제 머릿속은 항상 복잡했습니다. 할 일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요. 그럴 때마다 궁금했어요.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은 어떠한지요. 완벽한 사람, 꼼꼼한 사람이 되싶었지만 매일 구멍을 막느라 급급한 인생이었고, 정신없는 일상에 지쳐갔지요.


물론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매번 잊어버리기, 잃어버리기 대장에 늘 같은 실수를 반복했던 저는 자존감이 계속 낮아졌어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지 않나?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을 자주 했고 자책도 많이 했지요.


어른이 될수록 완벽하고자 하는 강박은 더 심해졌고, 실수하고 싶지 않아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는 사람이 되었죠. 그런 제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저의 실수를 멈출 뾰족한 수는 없었어요. 그저 항상 ‘정신 차려 이 바보야!’를 외치며 다음부터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할 뿐이었죠.





 도대체 어떤 실수들을, 얼마나 많이 하길래 그러냐고요? 사실 ADHD증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실수들이에요..? 어쩌면 아닐 수도 있어요..? 일단 들어보세요.


 많은 분들이 ‘어, 나도 그런데?’라고 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전 좀 심해요. 가장 흔하게 하는 행동은 물건 엉뚱한데 놓는 것, 그리고 필요할 때 찾지 못하는 것이랍니다.


그런데 이런 제 행동과는 다르게 저는 물건을 제자리에 항상 두고 싶어 해요. 그리고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물건이 막 흐트러져 있고 제자리에 없으면 정신이 없고 불안하거든요. 그래서 진짜 노력하는데 제 본능과 무의식이 그걸 지켜주지 않아요. 내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지요.


‘나는 깔끔한 사람이야'라고 하면 저의 ADHD는 코웃음을 치면서 반대로 행동한답니다. 결국 포기하게 되고 집은 난장판이 지요. 변명 같지만,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절대 아니에요. 잠깐 정신이 나간 사이에 육체만 움직여서 물건을 다른 곳에 갖다 놓는 느낌이랄까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요? 정말이에요. 물건을 들고 다니다가 내려놨는데, 거기가 어딘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나요. 들고 다닌 것만 생각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 일처리를 하면 되는데 계속 돌아다니면서 해요. 양치도 돌아다니며 해서 치약을 잃어버리고, 항상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은 말해 뭐해요~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잃어버린답니다. 네, 맞아요. 집에서요^^ 그래서 항상 노트북을 켜고 핸드폰 찾기를 해요. 벨소리를 울리게 해서 찾지요. 그런데 핸드폰 꺼져있네요? 그럼 하루종일 핸드폰 없이 지낸답니다. 깔깔. 충전하는 것조차 미루거나 잊어버리는 사람이 바로 저예요.



 

 이런 일도 있었어요. 피자를 맛있게 먹고, 남은 피자를 냉동실에 얼렸지요. 그런데 다음날 냉동실을 아무리 뒤져봐도 피자가 없는 거예요! 집에 분명 귀신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피자를 먹지 못했고,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죠.


다음 날 아무 생각 없이 반찬통을 꺼내려 찬장을 열었는데!


'네가 왜 거기서 나와?'


곰팡이 핀 피자가 웃으며 인사를 건네지 뮈예요.


'네가 넣었잖아. 바보야^^'


며칠 전 엄마께서 반찬을 실수로 찬장에 넣어놔 반찬이 상했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때 '엄마, 왜 이렇게 정신이 없어'라고 했던 사람. 네 맞습니다. 저예요. 엄마에게 말했지요.


 '나는 엄마딸이 확실한 것 같아'




 둘째가 유치원에 가야 하는 2022년 2월이었어요. 아이의 입학원서를 첫째 편에 보내기로 했는데, 서류를 내야 하는 마지막날까지 보내지 못한 거예요. 깜빡 쟁이 저에게는 늘 있는 일이었지요.


다행히 아이들 하원차량편에 보내달라 하시길래 '절대 잊지 않고 챙겨나가리라!' 하면서 현관 바닥에 입학원서를 미리 놓았습니다. 나갈 때 눈에 보이면 가지고 나가겠지 하고요. 그래서 챙겨갔냐고요?


그럴 리가요!


'여기 왜 종이가 있지?' 하면서 지르밟고 나갔답니다. 글씨가 보이게 펼쳐놨어야 했는데, 종이가 뒤집어져 있었어요.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결국 사정사정하여 핸드폰 팩스 어플로 보냈어요. 직접 가져다 드리려 했지만 두 아이를 데리고 가기엔 유치원이 너무 멀었거든요. 참 살기 좋은 세상이에요.


에이, 그 정도는 다 하는 실수라고요?

이 이야기도 한 번 들어 보세요.



 

 '나는 정말 ADHD가 맞는구나'라고 생각하게 한 사건이 있습니다. 첫째가 사회성이 조금 부족하여 놀이치료를 받기로 했고, 그날은 아이의 놀이치료 첫 상담 날이었어요. 상담선생님이 나오시기를 기다리며 아이와 함께 앉아있는데, 센터장님께서 여쭤보시더라고요.


“일부러 그렇게 신으신 거죠?”


“네?”


“양말이.. 요즘 유행인가요?”


'잉? 이게 무슨 소리지?' 하며 고개를 아래로 떨군 저는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아이도 저도 양말이 짝짝이었어요!!!


어릴 적 바지에 쉬를 했을 때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창피했습니다. 왜 짝짝이냐고요? 그것도 둘 다?


해명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깬 저는 거실로 나갔습니다. 겨울이었기에 발이 시려 불도 켜지 않은 채 어둠 속에서 양말을 꺼내 신었지요.


어둠 속에서 양말을 꺼낸 것이 문제였어요. 같은 양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이죠. 양말은 빨래바구니 안에서 마구 엉켜있었습니다. 짝을 맞추어서 서랍에 넣지 못한 것도 한 몫했네요.


시간이 지나자 아이가 일어났고 아이에게도 두툼한 양말을 신겼어요. 양말의 짝이 없어서 아이에겐 다른 양말을 한 짝씩 신겼지요. ‘추우니까 짝짝이라도 그냥 신고 있어'라고 말하면서요. 그리고 늘 그랬던 것처럼 늦장을 부리다 헐레벌떡 집을 나섰어요. 센터에 늦을까 봐요. 둘이 사이좋게 짝짝이 양말을 신은채로요^^


아침에 일어나 어둠 속에서 양말을 짝짝이로 꺼내 신고, 외출 준비를 하고, 센터에 도착해서 신발을 슬리퍼로 갈아 신으면서까지 본인이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있다는 걸 모를 수 있다는 게 참 대단합니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요.


제 아들은 어떻고요. 빨리 준비하자고 해도 세월아 네월아 여유를 부리다가 자신이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있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엄마를 쫓아 나섰지요. 제 아들이 확실합니다.


 남편에게 양말 사건을 이야기를 하며 ‘나 진짜 ADHD인가 봐!’하며 깔깔 웃었지만, 마음이 쿵 내려앉았어요. 정말 내 상태가 심각하단 것을 느꼈던 것이지요.


 혹시 '일부러 사진을 저렇게 찍은 것 아니냐,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봐 보여드려요.

저는 전적이 있습니다. 짜잔!

버스를 타고나서 발을 보는데 뭔가 이상한 거예요. 운동화를 벗어보니 짝짝이었죠. 토끼 한 마리가 사라졌네요. 참 한결같은 사람이랍니다. 하하하


 모자(母子) 양말사건 이후 저와 아이는 ADHD진단을 받았고, 저는 우울과 불안으로 인해 인지능력과 기억력, 주의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순간 나 자신을 돌보지 않은 것이 어찌나 미안했는지 모릅니다. 아이에게도 미안했어요. 좋은 주의력을 물려주지 못해서요.



 이번이야기는 좀 무서운데요. 심약하신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둘째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집에서 사용하고 있던 과도가 사라진 거예요.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지요. 정말 주방을 다 털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찝찝했지만, 늘 정신없는 저였기에 '또 어디서 나오겠지'하고 새로운 과도를 샀죠. 빨간 손잡이의 과도였어요. 그런데 그 빨간색 과도도 몇 달 지나지 않아 또 사라졌고, 샅샅이 뒤져도 나오지 않았죠. 칼이 계속 없어지니 조금씩 무서워지기 시작했어요. 결국  핑크색 손잡이의 과도를 새로 샀어요.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채소를 깎을 때 쓰는 채칼인 일명 '감자칼'이 사라졌어요! 과도에 이어서 채칼도 사라지다니 정말 미스터리였죠. 채칼도 새로 샀어요. 그런데 그것도 얼마가지 못했고, 세 번째 채칼을 구매해야 했습니다.


환장할 지경이었죠. 다른 물건도 아니고 주방에서만 쓰는 칼들이 계속 사라지니까요. 칼이 사라진 날은 정말 귀신이 있는 건지, 어느 날 상상도 못 한 곳에서 칼이 나오는 건 아닌지 무서워서 잠도 잘 못 잤습니다.


남편은 칼이 처음 사라졌을 때 '네가 버린 거 아니야?'라고 했지만. 저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남편을 흘겨보았지요.


그런데 2년에 걸쳐 칼과, 채칼 모두 4개가 사라지니 남편도 제가 버린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마지막으로 구매했던 채칼과 핑크색 과도는 사라지지 않았고, 그렇게 칼 실종사건은 조금씩 잊혀 갔지요.




 그로부터 1년 후, 저는 우울증 불안장애를 동반한 성인 ADHD진단을 받았고, 막막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습니다. ADHD진단을 받은 지 한 달도 안 된 날이었어요.


그날도 어김없이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죠. 된장찌개를 끓이기 위해 채칼로 감자를 깎고, 맛있게 찌개를 끓였어요. 그리고 주방을 정리했지요. 신문지 위에 있던 감자 껍질들을 비닐봉지에 쏟아 넣는 순간, 저는  보았습니다. 반짝이는 채칼을요.


'오왓! 하마터면 버릴뻔했네!'


저는 감자를 깎았던 채칼을 비닐봉지에서 건져냈습니다. 순간 눈이 번쩍 떠졌고, 파바박 하며 사라진 칼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설마? 이렇게? 버렸다고? 저는 잠시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어쩌면 내가 버렸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소름이 돋더라고요. 귀신이 있지 않고서야 칼이 그렇게 사라질 수가 없지요. 주방에서 칼을 주로 만지는 사람은 저니까요.


그 짧은 순간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어쩌다 내가 이지경까지 되었지'라는 생각과, '아무리 그래도 그 많은 칼들을 내가 버렸을 리 없어' 하며 인정하지 못하는 마음이 뒤엉켰지요. 자신의 범죄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던 범죄자가 나중에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런 기분일까요.




저는 그날 저녁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우리 집에 귀신이 사는 게 아니라 ADHD가 살고 있었어! 우하하하!"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정말 그 많은 칼들을 버린 것일까요? 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이 집에 살면서 안 좋은 일이 많았던지라 집터가 안 좋은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에잇, 다 지난 일인데 뭐가 중요하겠어요! 귀신이 있건, 내가 그 귀신이건! 이제는 칼이 사라지지 않으니 그것으로 된 것이겠지요?!



참 스펙터클한 인생이지 않나요? 이야기하고 나니 민망함이 몰려오네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가도 되겠어요. 그래도 제 글을 읽고 웃으셨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서 썼으니까요^^


'참 재밌는 인생이네요'하고 함께 웃어주신다면 저도 제 실수에 조금 더 너그러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도 살면서 여러 실수들을 하셨을 텐데요. 저처럼 글로 한번 써보세요! 유쾌하게 말이에요. 그럼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고, 인생이 즐겁답니다!


실수 때문에 한숨이 몰려올 땐 크게 외쳐보아요!


그럴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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