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가 문득 다른 사람들의 글쓰기 방식이 궁금해졌습니다. 글의 종류마다 모범적인 글쓰기 양식이나, 방법이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것에 맞추어 글을 쓰진 않지요. 그게 글쓰기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글을 쓸 때 지켜 주어야 할 최소한의 요소들이 있을 텐데요. 제 글이 그런 요소들을 충족시키는 글 인지 모르겠습니다. 쓰면 쓸수록 미로 속을 헤매는 느낌이에요. 저는 에세이라고 열심히 쓰고 있는데, 누군가는 읽었을 때 '정말 긴 일기'라고 생각할 수 도 있으니까요.
이전에 쓴 글에서 '나는 작가다!'라고 당당하게 외쳤지만, '이렇게 글을 막 쓰는 작가가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100분이 넘게 라이킷을 눌러 주셨는데 이런 글을 쓰고 있다니 또 자신감이 쭉쭉 떨어지네요.
사실 브런치북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부담이 되어 회피를 하고 있습니다. 정작 써야 할 글은 쓰지 않고 툭툭 튀어나오는 생각들을 우다다다 쓰고 있지요. 매일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요. 그렇다고 매일매일 써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며 괴롭게 쓰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조금 느끼고 있을지도?) 그저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마시듯 자연스럽게 쓰게 되는 것이죠.
이쯤 되면 궁금하실 텐데요. 제가 어떻게 글을 쓰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 구상을 잘하지 않습니다. 좋지 않은 습관이죠. 기록학자이신 '김익한 교수님'의 유튜브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책 읽기, 글쓰기, 공부법, 기록법 등을 배우고 있으면서도 배운 대로 하지 않는 제 멋대로 학생입니다.
강의를 들을 때는 눈이 '띠용!' 하면서 '나도 꼭 저렇게 공부하리라! 저렇게 글을 써보리라! 저렇게만 쓰면 진짜 글쟁이 같은 글을 쓸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이번 글만 쓰고 다음부터 그렇게 해보자! 하고 계속 미루지요. '나중에' 뒤엔 '나중에'가 있고 그 '나중에' 뒤엔 또 '나중에'가 있는데 말이에요.
사실 이 글도 의식의 흐름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시간 동안 '글쓰기 싫어 싫어, 귀찮아!' 하면서 누워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글을 쓰고 있어요.
글감을 정했으면 간단하게 메모를 하며 내용 전개를 생각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어떻게 시작을 할지, 어떤 내용을 채울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어떻게 마무리를 할 지정도는 생각하지요.
그런데 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깊이 생각도 하지 않고, 어떻게 전개해 나갈 것인지 구상도 하지 않은 채 글을 씁니다.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처럼 빙글빙글 떠다니는 생각들 중 하나를 낚아채고 제목을 정하지요. 그러고선 그 제목 한 줄을 가지고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릴 뿐입니다.
물론 제목 속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들어 있겠지만, 딱히 이 이야기를 해야지! 하고 정하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을 적습니다. 내용 없이 정하는 제목이라니. 정말 충동적이지요.
사실 글쓰기의 기초공사인 구상기록을 안 해 본 것은 아닙니다. 글을 쓸 때마다 비장한 마음으로 노트를 펼치고 글감을 적고, 생각의 가지를 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글을 쓰고자 하는 흥미가 점점 떨어져요. 생각이 막혀 버리는 순간 하고 싶은 마음이 뚝 사라지면서 다른 생각이 끼어듭니다. 이놈의 ADHD...
노트를 펴긴 펴지만 생각을 메모하려고 하면 생각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글을 쓰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드러누워 버리기 일쑤지요.
그래서 즉흥적으로 정한 제목을 쓰고 아무 말이나 던지며 시작합니다. 그다음부터는 손가락만 움직일 뿐이죠. 물론 제 뇌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글의 전개에 대해서 열심히 생각한다고 할 수도 없지요.
제가 발행한 모든 글이 이런 방식으로 쓰였답니다. 독자님들께 좋은 글을 전달하기 위해 수 없이 고민하고, 노력한다 했는데 뭔가 양심에 찔린다고 해야 할까요?
글 한편을 쓰기 위해 글감을 고르고 메모를 하고, 초고를 쓰고 신중하게 퇴고를 하는 작가님들과 비교가 되는 요즘입니다. 글만 읽어봐도 얼마나 많은 퇴고 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있지요. 글을 발행하는데 급급하다 보니 오타나 앞 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문장도 있는데요, 글 발행을 하고 나서도 놓친 게 있을까 수시로 읽으며 야금야금 고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발행해야겠어요.
이렇게 구상과 메모를 하지 않기에 글을 쓰면서도 글의 분량이 얼마나 될지, 어떤 내용이 채워질지, 마무리는 어떻게 될지 저도 모릅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떠오르는데요. 보통 제 글은 9회 말 2 아웃까지 지켜봐야 하지요.
이런 이유로 독자님들께 가끔 죄송할 때가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서론인지, 본문인지, 마무리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글, 끝까지 읽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 글을 보내드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에요.
혹시 끝까지 읽어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파악이 안 되는 글은 아니겠지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글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저 '오늘도 내가 글을 쓰고 있어!' 하며 해맑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다들 그렇게 두서없이 초고를 쓰지 않느냐고요? 저는 초고와 퇴고의 선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드디어 초고를 완성하였어! 이제 퇴고를 해볼까?'하지 않습니다. 저의 글은 초고 쓰기와 퇴고의 과정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끝까지 쓰고 퇴고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글이 끝까지 마무리되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는, 주의 산만한 제 성향 때문에요. 그리고 글을 쓰면서 하고 싶은 말을 바로바로 떠올리기 때문에 글이 정신없어서, 쓰는 저조차 뭘 쓰고 있는지 모른답니다. 그래서 계속 쓰면서 다듬어 나가야 해요.
한 문단 쓰고 올라가서 읽어보고 고치고 또 한 문단 쓰고 처음으로 올라가서 읽어 내려오며 '아 내가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구나' 이해하면서 글을 이어나갑니다. 자기가 쓴 글을 여러 번 읽으며 이해해야 한다니 참 웃기지요.
이런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초고가 결국 완성본이 됩니다. 초고를 빠르게 쓰고 퇴고를 하는 것이 훨씬 시간이 덜 걸릴 텐데, 왜 이러는 걸까요. 글쓰기 방법도 모르면서 글을 써대는 생초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고치고 싶은 글 쓰기 습관이네요.
여기까지 와서야 글의 목적이 드러납니다. 피드백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항상 잘 읽었다고 해주시는 것에 감사하고, 더 좋은 글을 전달해 드리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었어요. 저도 지금 깨달았습니다. 참 길게도 돌아왔죠. 끝까지 정신이 없네요.
조심스럽게 여쭙니다. 혹시 제 글이 산만하지는 않나요? 제 글을 읽으실 때 지루하지는 않으신가요? 글에서 주제에 대한 통일성이 느껴지시나요? 정말 궁금합니다. 독자님들의 소중한 피드백을 기다리겠습니다! 아무도 피드백 안 해주면 소심한 INFJ 티는 안내지만 삐져요.
결론 나갑니다! 잉? 할 말 다 한 거 아니었나?
앞으로 힘들더라도 구상하며 메모하고, 얼개를 짜며 글을 쓰는 것을 연습해 보려 합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응원해 주실 독자님들의 따뜻한 마음을 이미 알고 있지만, 조금 더 매끄러운, 지루하지 않은 알찬 글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독자님들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제 글을 읽는 것이 시간 낭비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다음 글이 기대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오늘도 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님의 인내력에 감탄하며 감사를 전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