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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엄마HD아들 Aug 05. 2023

엄마의 엄마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이 방학을 하고 친정을 찾는 날이 많아졌다. 엄마도 엄마가 필요한 순간이다. 친정집에 아이들을 풀어놓는 순간 나는 나무늘보처럼 늘어진다.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우리 엄마, 아이들의 할머니는 한시도 쉴 시간이 없다. 아이들 밥 챙겨주랴, 간식 챙겨주랴, 한바탕 휩쓸고 간 자리를 치우랴..


나는 그런 엄마의 바쁜 움직임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다. 딸 둘을 일찍이 다 키워 놓고 인생의 무료함을 느낄 때쯤 태어난 손주들. 그런 손주들을 챙기는 순간들이 엄마에겐 행복이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엄마는 69년생이시다. 할머니라고 불리기엔 아직 젊은 나이. 스물한 살에 나를 낳고 40대에 할머니가 되었으니 많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젊은 할머니가 있어서 아이들은 행복하다. 물론 나도 행복했다. 늘 젊은 엄마가 곁에 있었으니까. 오래오래 함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요즘 엄마를 보면 많이 늙으셨다는 생각이 든다. 50이 넘어가는 순간부터 엄마가 나이 들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나이를 먹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엄마가 영원히 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철없는 딸이었다.




 50대 중반의 나이가 된 엄마를 보고 있으니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다. 내가 중학생때도 엄마가 30대였던 것을 떠올리면 우리엄마는 정말 젊은 엄마였다. 그런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을까..영원히 30대 일 것만 같았던 엄마였는데, 내가 그 나이가 되었다.


문득 엄마와 함께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생각해 본다.


100세 시대라고 해도 엄마에게 남은 시간은 45년 남짓. 그런데 엄마는 90까지만 살아도 충분하시단다. 그렇다면 30년 조금 넘게 남았다. 갑자기 마음이 철렁한다.


살아보니 30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거기다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90까지 살고 싶다고 해서 90까지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수가 없다.


지금까지 한평생을 살았어도 30대인 나에게는 30년은 어쩌면 긴 시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십넘게 살아온 엄마에게 있어 앞으로의 30년은 훨씬 빠르게, 쏜살같이 지나가지 않을까. 엄마가 되고 나서 아이들이 크는 속도를 보니 '세월이 참 빠르다'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실감이 된다.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버티며 살다 보면 인생이 아주 길고 무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날들과 앞으로 나에게 남은 시간을 구체적으로 수치화해서 생각해 보면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 거기다가 '날 때는 순서가 있어도 가는 데는 순서 없다'는 말을 생각해 보면 남은 인생이 더욱 소중해진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내가 지금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엄마로서 내 아이들을 아낌없이 사랑해 주고 스스로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또 장녀로서 나의 부모님이 남은 여생 편안하게 행복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내가 받았던 사랑과 믿음과 지지를 부모님께 보내드릴 차례다.


 내가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라니. 무기력하게 살았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우울에 빠져 가족들을 걱정하게 했던 것을 반성한다.


우리 집의 기둥은 엄마도 아빠도 아닌, 남편도 아닌 바로 나였다.


내가 일어서니 아이들이 행복해하고 남편이 안심을 한다. 엄마 아빠가 걱정을 하지 않는다. 내가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엄마의 엄마에게 말하고 싶다. 스무살 결혼하여 지금까지 자식들을 위해 사시느라 고생 많으셨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이제 엄마의 인생을 사시라고. 누구의 엄마가 아닌, 누구의 할머니가 아닌 '나'의 삶을 사시라고 말이다.


  요즘 엄마는 잠시 일을 쉬고 계신다. 아침마다 수영도 다니신다. 겨울이 되면 다시 일을 시작하실 텐데 이전처럼 하루종일 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짧은 시간 일하며 취미생활도 하시고 친구들도 자주 만나셨으면 한다.





 오늘의 글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 고민이다. 글을 쓰면서 엉엉 울고 있는데 출장 갔던 남편이 돌아왔다.


"왜 울고 있어?"라는 남편의 말에 "우리 엄마가 많이 늙었어"라며 남편을 끌어안고 울었다.  


남편이 조용히 손에 들고 있던 도넛 봉투를 건넸다. 나는 눈물을 닦으며 도넛을 꺼내 먹고 있다.


훌쩍이며 글을 마무리해 본다. 엄마 사랑합니다. 꼭 성공해서 호강시켜 드릴게요. 아빠도요! 그러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여러분도 앞으로 부모님과 함께할 날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하루하루 감사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정말 세월이 참 빠르네요. 33살, 이제 만 나이가 사라졌으니 32살인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인생이 생각보다 짧아요. 눈감았다 뜨니 30년이 흘러갔네요. 눈 한번 더 감았다 뜨면 우리 엄마처럼 50대가 되어있겠지요?


울면서 쓰니 정신이 없네요. 아무쪼록 가족들과 함께 건강하게 행복하게 지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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