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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엄마HD아들 Sep 01. 2023

한 달, 책 20권 읽기 프로젝트

무모한 도전


제목을 쓰면서도 기가 찬다. 한 달에 많이 읽어봤자 4,5권을 읽는데 20권이라고? 갑자기 왜 또 폭주하는 것일까.


40여 일 전 브런치 독자님들께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선언해 놓고선 보기 좋게 실패했다. 5kg 감량은 커녕 살이 더 불어 앞자리가 바뀌었다. 충격을 받고 다시 식이 조절을 시작했다.


처참히 실패해 놓고 또 도전을 한다.  다짐을 한다. 작심삼일을 아주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성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력에 읽을 책의 제목을 빼곡히 써놓았다. 제목을 쓰기만 했을 뿐인데, 벌써 다 읽은 듯 뿌듯함이 밀려온다.


나는 중간이 없는 사람이다. 인생의 모토가 '모 아니면 도'랄까. 열정이 불타오르거나 혹은 무기력하거나. 늘 둘 중 하나다.


무기력해 책을 거들떠도 보지도 않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의욕이 불타올라서 한꺼번에 많은 책을 산다.  


열정이 넘쳐 이틀에 한 권씩 읽다가도 흥미를 잃으면, 도망가 버린다.


그렇게 읽히지 못한 채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이 한가득이다. '다 읽지도 못하면서 왜 그리 많이 사는거야?', '있는 책을 다 읽고 사면 되잖아?'라는 이야기를 남의 편, 남편에게 늘 들으면서도 책 사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나는 항상 말한다. 사놓으면 언젠가는 다 읽는다고.

중간에 딴 길로 새어 속도가 안 나서 그렇지 읽긴 읽는다.


지금도 한 달에 4권 정도는 꾸준히 읽고 있다. 그런데 사놓은 양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한 달에 네 권으로는 감당이 안된다. 그래도 꾸준히 읽으면 언젠가는 다 읽지 않겠냐고? 그럴 수가 없다.



?



한 달에 한 번씩 책을 왕창 사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도 책을 17권이나 샀다. 그 정도면 충동구매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부정하지는 않겠다. 나는 충동성이 다분하여 조절을 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집에 있 읽지 못한 책들은 어쩌고 계속 책을 사냐고 묻는다면 답하겠다. 책을 사는 순간엔 머릿속에 디테일한 계획이 촤르륵 펼쳐지며 의지가 불타오른다고. 다 읽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고. 그 확신은 얼마 안 가 나에 대한 불신으로 바뀌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유를 하나 더 대자면 '과몰입'이다. 하나에 꽂히면 그것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싶어 하는 나의 성향은 온갖 육아서와 ADHD 관련 책을 사들이게 했다.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일념하나로 정성을 다해 책을 찾는다.






도대체 왜 책을 20권씩이나 읽으려 하는 것인가?

나의 용두사미 성향을 고쳐보고 싶어서다.



나는 무엇을 하든 시작은 언제나 호기롭다. 그러나 끝은 흐지부지.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은 나를 위한 말이었을까. 나는  처음에만 떠들썩하고 결국 끝내지 못한 채 조용히 꼬리를 내리고 도망을 친다. 




싹을 틔우고 꽃피워 팔아보겠다고 옥상에 해바라기 100개를 심었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 30만 원을 들였지만 내가 얻은 것은 몇만 원뿐. 손해도 이런 손해가 없다. 차라리 30만 원어치 옷을 사지 그랬냐는 친구의 말을 듣고 '허허허'웃음이 나왔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옥상엔 처리하지 못한 화분 68개가 남아있다. 이사 가려면 4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그 많은 흙과 화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벌여 놓은 일을 수습하지 못해서 방치하는 게 취미인 나에게 화를 내지 않는 남편은 정말 성인군자다. 아까 남의 편이라고 한 것 취소해야겠다.


어쨌든, 책장이 '이제 더는 못 받아줘'라고 거부를 하여 바닥에 쌓여있는 책이 한가득이다.










나는 내 행동에 책임을 질 것이다. 옥상에 방치되어 있는 68개의 화분을 치울 것이고, 사놓고 읽지 못해 쌓여 있는 수십 권의 책을 읽을 것이다.




저 두 가지만 하면 될까?




벽면을 가득 채운 아이들 전집도 다 읽어줘야 하고, 유튜브 한다고 사들인 조명, 마이크, 크로마키배경등을 처리해야 하고, 구석에서 먼지가 소복이 쌓여 있는 운동기구와 도구들을 사용해야 하고, 밤에 피아노를 칠 수 없다며 피아노가 있음에도 디지털피아노를 또 사고 방치해 놓는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하고.. 주절주절..




씁쓸하지만 나는 메타인지가 안 되는 사람이다.

다분히 충동적이고 뒷심이 부족하다.



나도 이런 내가 싫다. 바뀌고 싶다. 시작한 일을 마무리했을 때의 성취감을 느껴보고 싶다. 그래서 도전한다. 한 달에 책 20권 읽기!



이렇게 또 큰소리치지만 10권 밖에 못 읽을 수도 있다. 그래도 어떠한가. 일주일에 겨우 1권 읽던 내가, 한 달에 10권이면 엄청난 성과를 이루는 것이다. 도전 앞에 마음이 바뀔까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 20권 독서를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훌륭한 도전이라고.









사실 브런치 북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가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상황이다. 시작도 못했다. 일단 그냥 써야 되는데 자꾸 욕심이 난다.


ADHD아이를 키우는 성인 ADHD부모들에게 양육 팁을 전수하려면 ADHD에 대해 아는 게 많아야 한다. 그리고 내 경험을 잘 녹여내야 한다. 그런데 내 머릿속의 지식과 생각들이 정리가 안된 채 뒤죽박죽 섞여있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글을 쓸 수 없다고 판단하여 내가 선택한 것은 채우기와 정리하기.


9월 한 달은 ADHD관련 도서와 육아서를 읽으며 나의 생각과 경험을 정리하고, 부족한 지식을 채우기로 결정했다.








그동안은 책을 빠르게 많이 읽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천천히 읽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 내용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 버려 일주일 동안 책을 읽었던 시간이 아까웠다.


그래서 조금 더 전략적으로 독서를 하기로 했다. 속도를 조금 높여 1회독을 하고 독서카드를 만들면서 빠르게 2회독을 하는 것이다. 


 만든 독서카드를 틈틈이 다시 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기로 했다.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브런치에 짧게라도 독서 감상문을 올릴 것이다. 책의 내용이 완전히 내 것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무모한 도전이지만 해내고 싶다. 그동안 벌여놓은 일들을 수습하지 못해 얼마나 자책을 했는가. 이번 기회에 경험하고 싶다. 목표한 바를 이루었을 때의 짜릿함을, 뿌듯함을 말이다.








한 달에 내가 독서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00시간.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보았다.


아침 눈운동 독서 매일 15분으로 한 달 2권 읽기
집중독서 매일 2시간으로 한 달 8권 읽기
틈새독서 매일 1시간으로 한 달 4권 읽기
주말독서 이틀 10시간으로 한 달 6권 읽기

1분에 - 1페이지
1시간 - 60페이지
1권 - 4시간~6시간
일주일 - 5권
한 달 - 20권


나는 전업주부이기에 계획대로만 잘 움직이면 해낼 수 있다. 새벽공부시간과 아이들이 학교, 유치원에 가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아이들이 친정, 시댁에 가서 자고 오기에 평일 15시간, 주말 10시간을 합쳐  '한 달 100시간' 정도를 독서하는데 쓸 수있다



계획을 세우고 나니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습관과 노력에 성공여부가 달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기회다. 아이들 방학이 되기 전에, 이사 준비로 바쁘기 전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 책을 미친 듯이 읽어볼 수 있는 기회. 


한 달 뒤에 한 뼘 더 자라 있을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다짐한다. 20권을 다 읽지 못해도, 자책하지 말자고. 나의 노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말자고.



아직 비어있는 'AD엄마의 서재'라는 매거진에 20편의 북리뷰를 발행할 그날을 상상하며 외쳐본다.



한 달, 책 20권 읽기 프로젝트 시작!!!


그래, 책 읽기가 다이어트보다는 쉽지.

할 수 있어 파이팅!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책 읽기 좋은 가을이 왔습니다.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 에어컨을 켜지 않고도 쾌적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네요^^


가을 하늘이 높으니 말이 살찐다. '천고마비'라는 말이 있지요. 가을이 되어 먹을 게 많으니 뱃살만 두둑하게 나오네요. 아주 풍요로운 계절이지요.


그런데 뱃살은 빼야 할 존재이니, 대신 마음의 살을 찌워보려 합니다.


원래 천고마비라는 말은 '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찐다'라는 뜻인데요, 중국 북방에서 일어난 '흉노족이 활동하기 좋은 시기이니 경계하라'는 의미로 쓰였다고 해요.


'천고마비'의 본래 의미를 알게 되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계절이 바뀌어 무기력과 우울함이 오는 것을 단단히 경계하며 지식과 지혜를 쌓아야겠다고요.


브런치북 공모전이 50여 일 정도 남았는데 열심히 준비해야겠어요. 글을 써야 하는데 책을 왕창 읽겠다고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제 생각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글쓰기 시간도 따로 계획해 놓았으니 이제 할 일은...


JUST  DO IT!!



여러분도 9월 한 달 책 속에 파묻혀 보는 건 어떠세요? 우리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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