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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엄마HD아들 Aug 21. 2023

아아, 님은 갔습니다. 학교로!

할부 고생 끝, 일시불 고생 시작


길고 긴 할부가 끝났습니다. 아이의 방학 말이에요.


아이가 학교에 가는 날은 일시불로 바짝 고생하고,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할부로 은은하고 길게 고생한다.


저처럼 두 아들을 키우는 지인과 우스갯소리로 나눈 대화입니다.








할부, 부담은 줄어들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후회를 하지요. 그냥 일시불로 할걸.



내 정신도 깨지 않는 아침,

아이들 까지 깨워서 정신없이 준비를 해야 하는 '등교시간'이 없는 방학은 아주 여유롭습니다. 아침식사는 건너뛰지요. 아이들이 늦게 일어나니까요. 아침 겸 점심을 간단하게 먹이고 난장판이 된 집을 한번 둘러봅니다.


'응, 안 치울래. 치워도 금세 똑같아질 테니까'라는 생각을 하며 거실 바닥에 벌러덩 드러눕습니다.


그러면 두 아들이 하이에나떼처럼 달려듭니다. 엄마의 품을 차지 하려고요.


누워있을 때는 조심해야 해요. 달려들 기미가 보이면 팔과 다리를 들어 올려 자연스럽게 비행기를 태워 줘야 합니다. 무자비하게 깔리고 싶지 않다면요.


비행기를 한번 태워주고 내동댕이 친다음 재빠르게 피신을 합니다.



도망가봤자 집이네요. 어딜 가나 보이는 아이들의 흔적에 치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것도 잠시, 정리를 시작합니다. 치워야죠. 미루다가 복리로 불어난 집안일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말이에요.


엄마가 집안일할 틈을 잠시도 주지 않고, 같이 놀자고 달려드는 두 하이에나의 공격을 막으면서 빠르게 집안일을 합니다.


치열한 사투 끝에 집이 조금 깨끗해졌습니다.



집이 깨끗해졌다는 것은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어지를 수 있다는 시그널이죠.




깨끗해진 거실에서 아이들과 놀이를 시작합니다.




총에 맞아 쓰러지기도 해야 하고, 전투기를 타고 날기도 해야 하는 엄마는 점점 체력이 고갈됩니다. 이렇게 30분 남짓 열정적으로 놀아주면 아이들은 놀이에 푹 빠지는데요, 바로 지금이에요. 아이들이 노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  엄마는 혼신의 연기를 하며 놀이에서 빠져나갑니다.


"비상사태! 엔진이 고장 났습니다! 수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전장을 잘 지켜 주십시오!"



엄마는 영영 돌아오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지요. 아이들은 놀이에 집중하여 엔진을 고치러 간 엄마 따위 신경도 쓰지 않아요. 치고 빠지는 기술이 아주 중요합니다.



한번 이렇게 불태워주고 나면 잠시나마 엄마만의 시간이 생깁니다. 책상에 앉아 다이어리를 작성하고, 틈새독서를 시작하지요. 언제 적들이 쳐들어올지 몰라 조마조마하여 다리를 덜덜 떨면서요.


30분, 운이 좋으면 1시간까지 주어지는 엄마의 시간. 아이들이 자라니 방학임에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엄마의 독서가 끝나면 아이들의 공부가 시작됩니다. 이전에는 아이들 학습계획을 빡빡하게 잡고, 진도 나가는 것에 열을 올렸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습니다.


10년간 놓고 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니 여간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나도 집중이 안되는데 저 작은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 '앞으로 평생 공부하며 살아야 하는데, 지금이라도 마음껏 놀게 둬야겠다'는 생각들이 샘솟았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할 건 해야지요.



최소한의 공부리듬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30분간 공부를 한 뒤 아이들과 함께 게임시간을 갖습니다.


공부를 한 보상으로 게임시간을 주는 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보상이 없으면 꿈쩍도 안 하는 ADHD성향의 첫째와, 그 형을 보며 자란 동생에게는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전직 유치원 교사였던 엄마는 공부=게임이 되지 않도록 항상 이야기하지요.


'게임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야. 공부를 하는 것은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인생의 달란트를 모으는 거야'


'너희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조건 할 일을 끝내고 해야 해. 하고 싶은 일은 게임이 될 수도 있고, 놀이가 될 수도, 간식을 먹는 일이 될 수도 있지'


규칙도 철저하게 지켜야 합니다.

게임은 무조건 할 일을 다 끝내고, 부모님과 함께!

알람 맞춰 놓고 정해진 시간만 하기. (하루 최대 30분)

게임 시간 외에는 스마트폰 감옥에 넣기.

지켜지지 않을 시 이틀간 게임 금지.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고 나면 어느새 저녁을 준비할 시간이 됩니다.


저녁준비도 여유로워요. 방학이니까요. 규칙적인 생활도 중요하지만, 방학 때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도 된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귀신 같이 알고 있습니다.


학교, 유치원에 가지 않아 에너지가 남아도는 아이들을 억지로 재우는 것은 매우 힘이 들어요. 엄마는 포기했습니다. 개학 1주일 전부터 다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연습을 하자고 다짐하며.








그렇게 영겁의 시간이 지나가고...





아- 드디어 기나긴 할부가 끝났습니다. 님들이 떠났습니다!




방학은 또 돌아오겠지만, 학기 중에는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꼬박꼬박 등교, 등원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겨울방학이 오기 전까지는 할부로 고생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카드사용 내역을 보며 다짐합니다. 앞으로는 할부로 결제하지 않겠노라고. 일시불 인생을 살겠다고!


카드값 제발~!!!!!!







 

이미지-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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