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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디안 Nov 25. 2021

수다가 필요해

2021년 11월 4주차

사람들과의 수다는 즐겁습니다. 물론 언제나 즐거울 수 없지만 요즘은 유난히 수다의 기회가 있다면 기꺼이 함께 하고 싶다는 욕망이 흘러넘치죠. 그런데 요즘 수다를  떨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이슈로 서로 조심하는 상황이겠죠. 


물론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요즘 수다의 기회는 많지 않아요. 바쁘기 그지없는 일상에서 저마다의 사정으로 시간 내기가 쉽지 않죠.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친구들은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서로의 관심사가 조금씩은 달라지게 되니 술 한잔 마시고 과거 추억에 젖는 것도 한두 번이면 충분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점점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귀차니즘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면 알게 모르게 만남을 피하고 수다보다는 조용히 OTT 영상 플랫폼에서 지난주 보지 못했던 영상을 틀고 혼자 낄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여기에 치맥이 함께라면 금상첨화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다가 필요합니다. 팍팍한 삶에 윤활제 같은 시시콜콜한 주제도, 평소 본인의 취향에 맞는 관심사 기반으로 하는 것도요. 물론 본인이 참여하지 않는 수다도 꽤나 흥미롭습니다. 내가 미처 경험하지 못하거나 알고 싶은 분야에 대한 수다도 꽤나 재미있거든요. 그러면서 나의 취향을 넓히기도 하고 하나의 재미를 발견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한번 찾아봤어요. 지금 이 시국에 직접적으로든 간적접으로든 할 수 있는 수다를 말이죠. 방식은 다양해요.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말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저의 취향에 기반해서 제가 좋아하는 수다 콘텐츠를 가져와 봤습니다.


1. 오프라인 커뮤니티 모임의 정석

위의 사진은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준 모임입니다. 온/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책, 취향, 취미 등을 함께 공유하고 대화 나누는 '아그레아블 북클럽'의 '타인의 취향'이라는 오프라인 모임입니다. 11월 4주 동안 매주 일요일 참석하며 시시콜콜할 수도 있지만 저마다의 관심과 취향 등을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주제는 정말 다양해요. 음악, 영화, 드라마, 여행, 음식, 미술 등등 다양하게 모임 리더님의 진행하에 이야기를 나누게 되죠. 수다라는 게 다 그렇잖아요. 나의 이야기와 주제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시시콜콜하더라도 다양하고 세세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너무 각 잡고 무겁게 이야기하다 보면 재미가 반감되니까. 항상 유쾌하게 3시간 정도가 순삭되는 기분이에요. 그래서 이 모임은 꽤나 즐거웠고 수다의 순기능(?)을 알게 해 주었죠.

매주 함께 배우며 성장해요.

위의 문장은 2013년 7월에 시작한 독서모임인 아그레아블을 설명하는 한 문장이에요. 이 모임은 2013년 7월 이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모임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책을 가장 기본적인 매개체로 삼고 함께 취향을 공유하고 이야기 나누며 많은 사람들이 성장하는 커뮤니티예요. 저는 2016년에 처음 이곳을 접하고 꾸준히 모임에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항상 눈팅하며 응원을 보내는 곳이에요. 그러다가 최근 수다 떨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타인의 취향'이라는 모임을 발견하고 바로 참여하게 된 거죠.  이곳은 수다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이기도 해요. 제가 참여한 '취향의 발견'은 다양한 본인의 취향을 함께 나누는 수다 겸 대화였다면, 책을 기반으로 다양한 온/오프라인 모임이 진행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러닝, 요가 등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도 있고 그러면서 서로 함께 하는 프로그램들도 있죠.


개인적으로는 아주 열심히 참여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나 함께 나누고 싶은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때 가장 먼저 찾아보게 되는 곳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한국 소설이나 고전 소설을 열심히 읽어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수다모임이 끝나고 개인적인 상황을 정리하면 참여하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같은 주제로 대화 나누고 싶은 사람들과의 시간만큼 유의미한 수다는 없다고 전 단언합니다.


아그레아블 북클럽 살펴보기

https://agreablebook.com/



2. 거꾸로 해도 '다수의 수다'


최근에 수다가 메인인 프로그램이 많이 방영되고 있어요  그중 대표격인 '유퀴즈온더블록'이 가장 사랑받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사람들과 큰 자기 유재석과 작은 자기 조세호의 조합은 많은 분들에게 호응을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진솔한 에피소드나 감동적이거나 내적 공감을 불러오는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펼쳐지니 기존 스타 위주의 토크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되는 것 같아요.

모 유명한 프로그램은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과 호평이 있으니 저는 최근인 11월에 새롭게 론칭한 프로그램인 '다수의 수다'를 소개하려고 해요. 수다를 타이틀로 내민 만큼 수다가 이 프로그램의 핵심 콘텐츠입니다. 그리고 수다스럽게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갈 두 명의 MC가 있어요. 한 명은 현재 안테나뮤직의 수장으로 유재석만큼이나 수다를 좋아하는 '유희열'과 용띠클럽의 핵심이자 연기만큼 얄미롭지만 미워할 수 없는 '차태현'이 등장합니다.


프로그램의 기본은 이래요. 특정한 직업군이나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5~6명이 모여서 수다를 이어나갑니다. 그리고 두 명의 MC가 진행 겸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가요. 현재 1화 '외과의사'편, 2화'법의학자'편이 방영되었는데 개인적으로 꽤나 흥미로웠어요. 이전에 '알쓸신잡'과 같은 프로그램은 여행을 하며 각기 다른 분야에 전문가들이 알아두면 좋을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도 충분한 재미가 있지만, 직업이나 분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기도 하잖아요.

특히, '외과의사'편은 첫 회인만큼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가지고 있던 편견 또는 잘못된 인식들을 의사분들을 통해 들으니 이해가 됐습니다. 특히 성형외과 의사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성형외과라 하면 대부분 미용에 국한된다고 우리는 생각하는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유방암이나 피부암 등으로 인해서 기존 외형의 모습을 재건하는 것 역시 성형외과의 몫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흔히 트랜스젠더가 되는 수술을 성전환 수술이라고 많이 부르는데 그게 틀린 표현이고 '성확정 수술'이 맞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 역시 성형외과의 한 분야라고 합니다.


2화에서는 우리나라에 100여 명이 안 되는 법의학자들의 수다였는데 이 역시 꽤나 재미있었습니다. 흔히 법의학자라 하면 '그것이 알고 싶다'에 자문을 하거나 국과수에서 시체 부검을 하는 전문의라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게 전부잖아요. 그리고 이건 김은희 작가의 '싸인'이나 미국의 CSI 같은 콘텐츠로 극화된 내용을 봐왔던 게 사실이었는데, 법의학자들의 관심사나 이야기가 너무 신선했어요. 특히 법의학자분들이 주검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인상적이었고 수다라는 포맷에서 이야기를 나누시다 보니 밝은 분위기여서 보기 좋았습니다.

다음 주에는 변호사에 대한 이야기가 예정이라는데 당분간은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다수의 수다를 지켜보지 않을까 싶어요.


다수의 수다 알아보기

https://tv.jtbc.joins.com/dasuda



3. 출발 비디오 여행의 수다 버전

일요일에는 왠지 늘어지고 늦잠을 자고 싶어 지잖아요. 그래서 한껏 늘어지게 마련인데 그런 일요일의 시작을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습니다. 평소 영화를 감상할 시간은 많이 없지만 그래도 좋은 영화는 언제나 추천받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요. 그런 저에게 너무나 적격인 프로그램이 바로 '방구석 1열'입니다.


포스터에 나온 것과 같이 봉태규'와 '장성규'가 함께 진행을 하며 매편마다 선정된 영화 2편에 대해 방구석에 앉아 수다를 떠는 콘셉트이에요. 여기에 고정 패널로 변형주 감독님과 주성철 기자님이 함께 해주시고 매편마다 게스트를 2~3명 초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요. 영화는 특정 주제를 가지고 비교할 만한 작품 2편을 선정합니다. 저는 가장 최근에 홍콩 영화 관련 이야기 편이 생각나는데, 홍콩영화 특집으로 '중경삼림'과 '천녀유혼'을 함께 이야기 한 편이었어요. 패널로는 최근 신작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집필한 박상영 작가와 이원석 영화감독이 출현하였다. 오랜만에 중경삼림의 OST를 들으며 감상에 빠지고 양조위, 금성무, 장국영, 왕조현의 리즈시절도 보면서 말 그대로 추억이 방울방울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좋은 이유는 보거나 자주 언급되는 영화들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제작 차원에서의 숨겨진 비하인드, 그리고 여러 가지 시선에서 바라보는 수다들이 함께이기 때문에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중경삼림'의 경우는 왕가위 감독이 전작에 너무 각 잡고 영화를 만들다 보니 리프레쉬 겸 세세한 각본 없이 즉흥적으로 찍은 영화이며 동방불패로 유명한 임청화가 결혼 전 마지막 은퇴작으로 찍은 영화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더불어 '천녀유혼'의 경우 할리우드에서도 유명한 서극 감독이 제작을 하며 추후 '와호장룡'과 같은 홍콩 영화의 와이어 액션 및 특수효과의 효시가 되었다는 점도 이야기하기도 하죠. 단순히 영화를 감상만 한다면 알 수 없는 세세한 이야기를 방구석에 앉은 패널들이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주니 이 만한 프로그램이 없지 않은가 싶습니다. 주말 영화관 가기 부담스럽고 좋은 영화를 추천받고 싶으면 방구석에서 방구석 1열 하면 어떨까요?


방구석 1열 알아보기

https://bit.ly/3FMpk4R





4. 따로 또 같이, 책 읽고 공유해요.

구독 경제의 전성시대의 우리는 살고 있어요. 그중에서 과거에는 등한시되었던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들을 구독하거나 직접 쓰는 플랫폼들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저는 글 실력이 비루한지라 글을 업으로 삼으시거나 잘 쓰시는 분들의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살펴보는 걸 즐겨합니다. 그리고 책과 관련된 뉴스레터는 눈여겨보고 정독을 하는 편인데요.


위의 로고는 책 관련 뉴스레터인 '에그브렉'의 로고예요. 정기적으로 책과 관련된 리뷰나 소개를 해주는 뉴스레터입니다. 에그브렉을 안지는 한 반년 정도 되었는데, 코로나로 독서모임이나 커뮤니티 활동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책을 추천 받고 싶다는 마음에 검색을 하다가 알게 된 진주 같은 콘텐츠였어요. 그래서 바로 구독 후 꾸준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런 에그브렉에서 정기 뉴스레터를 중단하고 시작한 모임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리딩타운'이에요. 몇몇 책이 선정되어 있고 그 책을 일주일 동안 챕터를 나눠 읽으며 그 부분에 대해서 자신의 감상을 온라인상으로 나누는 온라인 독서모임입니다. 일주일간 짧고 굵게 한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나태해진 스스로를 반성하고자 바로 신청을 했죠.


제가 신청한 책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회사로 유명한 지브리에 관련된 책으로 '지브리의 천재들'이라는 책이에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이웃집 토토로'등으로 유명한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여러 선택지 중 심사숙고해서 골랐어요. 책을 일주일 동안 읽어가며 정해진 챕터를 읽고 정해진 오픈 채팅방에서 함께 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모든 독서모임이 그렇겠지만, 일주일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스스로 노력했던 매일 책을 읽겠다는 약속을 지켜냈습니다. 리딩을 하시는 에그브렉님을 비롯한 참여자 분들의 다양한 감상평을 읽자니 나 역시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를 마무리하는 온라인 토크  시간에는 책을 읽으며 궁금해할 법한 여러 질문을 정해 놓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모든 것이 오프라인 없이 온라인으로 심지어 줌을 이용한 화상 접속 없이 이루어진 모임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는 어떤 모임만큼이나 따뜻하고 훈훈했던 게 글에서 느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 이야기뿐만 아니라 지브리에 대한 애정도 서로 드러내면서 공통분모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적어도 그 시간만큼 타자 소리가 가득한 왁자지껄한 수다 타임이었던 것 같아요. 혹시 책 추천받길 좋아하시거나 저처럼 온라인 모임을 한번 참여 해 새로운 따뜻함을 느껴보시길 추천합니다!


에그브렉 알아보기

http://bit.ly/3ab4tJ8 

지난 에그브렉 다시 보기

https://page.stibee.com/archives/61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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