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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 Jan 18. 2023

내 어린 개는 나의 삶을 닮았다

입양과 분양, 생명은 잘못이 없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다. 10대, 20대 그리고 30대에도. 시기마다 이유는 달랐지만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다.


그렇게 어느 날,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고 이제야 왜 그토록 내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했는 지 조금은 짐작이 간다.

 





우리는 태어났다. 

한 숨, 살 냄새와 한 방울, 젖 냄새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어미의 밑에서.


우리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그 손길은 따뜻했지만 차가웠다.

날선 사랑이 무서웠지만 모른채 웃고,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울음을 참기도 했다. 


착한 척, 얌전한 척 언제나 좋은 모습만을 바라는 기대에 

내 진짜 모습을 내 보일 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나날이 무럭무럭 자랐지만, 몸과 마음 곳곳에 남은 상흔이 때때로 스스로를 아프게 했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해줄 수 있다는 사실과 진심으로 날 사랑할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누구도 나쁜 마음으로 우리를 대하지 않았다. 다만 아무도 우리를 궁금해하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에게 내줄 곁이 그들에겐 남아있지 않았던 것 뿐이다. 






좁고 투명한 케이지 속에, 무기력하게 앉아 있던 강아지에게 마음을 줄 수밖에 없었던 건, 

그 아이의 얼굴에 핀 상처가 내 마음에 남은 아픔과 닮아 있어서는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래서 다행이었다.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온 강아지에게 전과는 다른 삶을 선물해준다면, 나의 삶도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을 수 있었다.



다른 강아지에 비해 2배 가까이 몸집이 크던 우리 아이. 결국 우리는 만날 운명이었나봐.



내 어린 개가 태어난 그날, 2019년 11월 30일. 긴 여행을 마치고 다시 한국행 비행기를 탄 그 날이었다. 마치 하늘이 내게 기회를 준 것처럼. 아마 그날부터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던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이 강아지가 다른 곳으로 갔다면, 내가 싫어하는 푸들이나 말티즈였다면, 아프지 않았다면, 그날 내가 그 길을 지나지 않았다면, 3개월이 넘도록 한 자리에서 날 기다리지 않았다면.


단 하나의 과정만 틀어졌어도 만나지 못했을 우리. 그러니 우리는 인연일 수밖에 없고, 서로를 사랑해줄 수밖에 없다. 


내 어린 개와 나는 닮은 삶 때문에 힘들었지만, 우리가 함께 하는 이날부턴, 또 다른 삶의 모습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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