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성공실패기 혹은 창업실패성공기(4)
친환경이 주류가 되었다. 반가운 일이지만 겉보기에 가깝다.
친환경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스타벅스가 대표적이다. 휘발유 냄새로 이슈가 되었던 데 이어 리유저블 컵으로 또 한차례 논란이 일었다. 과연 그들이 원하는 건 무엇일까. 왜 매년, 매 분기 새로운 디자인의 텀블러를 출시하는 걸까. 매년 인상되는 굿즈의 가격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과도한(?) 친환경 마인드로 논란을 만든 또 다른 기업, 애플.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포장재를 줄이겠다며 충전기를 구성에서 빼버렸다. 그럼 아이폰은 어떻게 충전해야 할까? 별도 판매인 충전기는 포장을 하지 않을까?
친환경 라이프, ESG 실천 기업을 응원하던 나는 왜 저런 브랜드에 목을 매었을까. 그렇다고 썩 좋은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린워싱(Greenwashing). 친환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이미지 마케팅을 일컫는 말이다. 과장 혹은 허위광고. 앞다투어 ESG 경영을 외치는 덕분에, 그린워싱 사례를 찾는 건 식은 죽을 먹는 것보다 쉬워졌다. 이해는 간다. 이익 창출과 지속 가능한 사회, 이 두 가지 가치가 공존하긴 쉽지 않으니.
글로벌 기업들의 예시를 놓고 보니, 내 이야기는 너무 보잘것없지만 아주 귀엽게도 나 역시 그런 고민을 했었다.
조금이나마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마트에서든 시장에서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과한 포장이 만연하다. 돈을 내고 물건을 사는 건지, 쓰레기를 사는 건지. 불편했다. 적어도 나만큼은 쓰레기를 덜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정한 아이템이 다회용 행주였다. 빨아 쓰는 일회용 행주가 아니라, 삶아 쓰는 일 년 용 행주. 건강하고 안전한 제품이었다.
포장재도 아무거나 쓸 순 없어, 훨씬 비싼 값을 치르고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당장의 이익보단 내 신념이 더 중요했고 그런 고집은 꽤 유용한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매출을 조금 더 늘리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정기적으로 재구매를 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했다. 휴지나 세제처럼 생활에 꼭 필요한 무언가가. 다행히(?) 고민은 쉽게 해결됐다. 식물 수세미, 대나무 칫솔, 고체 세제 등 적절한 제품군이 행주 뒤를 이어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어떻게 해야 더 많이 팔 수 있지?
어떻게 해야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지?
사장으로서 꼭 해야 할 생각이건만, 당초 품었던 가치와는 거리가 꽤 멀었다. 그리고 그 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벌어져갔다.
합법적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욕구를 만들어주는 것뿐이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있으면 더 좋다고 느껴지게끔. 부자처럼 보이고 싶어 '명품 백'이나 '외제차'를 사는 마음처럼, 특별한 노력 없이 건강을 유지하려 '영양제'를 먹는 것처럼, 읽지도 못할 '책'을 사서 쌓아두곤 똑똑한 척 장식하는 것처럼 말이다.
기업들은 돈을 벌기 위해 제품을 만든다. 누구도 요구한 적 없는 제품이건만
당신이 찾던 바로 그 제품!
이라며 소비자를 유혹한다. TV, 스마트폰, 엘리베이터 모니터 등 각종 디바이스를 통해 고객을 꼬신다. 대형 백화점과 마트를 가득 채우는 수많은 제품들을 쉴 새 없이 팔고 있다. 할인이나 증정 등의 이벤트를 마치 소비자를 위하는 것처럼 포장한다.
이젠 무엇이 정말 내게 필요한 지 구분하기가 어려운데, 집안 곳곳을 돌아보면 언제 샀는지 모를 물건들이 잔뜩이다.
수를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물체들은 다 어디로 갈까.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깔끔하게 없앨 수 없다. 결국 땅으로 바다로 공기로 흩어져 다시 우리 몸에 쌓이고 말 것이다. 미세먼지, 오염물질 이런 이름을 달고서.
그리고 이런 글을 쓰는 나는, 수명이 다하면 버려질 노트북과 마우스를 가지고 있다. 설거지해야 할 커피잔과 종이 빨대를 쓰고 패스트패션을 입고 산다.
언젠가 '숨만 쉬어도 돈 백만 원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한 적 있는데, 지금은 숨만 쉬어도 수많은 쓰레기를 버리는 삶을 살고 있다.
내가 했던 친환경 사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애초에 친환경과 사업이라는 말이 나란히 붙을 수 있는 말인지조차 모르겠다.
에라잇. 그래, 내 모든 행보는 다 내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발버둥이었다고 해야 할 판이다. 아무튼 그런 고민이 있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야 하는 친환경 사업이,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나는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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