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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Mar 03. 2019

20년이 걸린 날

20181002 

일요일에 땄던 감으로 곶감을 만들었다.  

씻고, 껍질을 돌려 깎고, 실로 고정시켜서 옷걸이에 거는 것까지 2시간쯤 걸린 것 같다. 따서 담을 땐 ‘얼마 안 되네?’ 생각했는데 돌려 깎기를 할 땐 이것도 많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곶감은 많이 만들고 싶고 일은 덜 하고 싶은^^ 


실을 길게 꿰어 바늘을 감에 통과시킨 다음 서로 달라붙지 않게 나무젓가락으로 감마다 받침대를 만들어 주었다. 옷걸이의 양 끝에 감 줄기를 묶으니 5개의 감 옷걸이가 생겨났다. 모빌 같기도 엉성한 발 같기도 하다.  


20년 전에도 시댁 마당에 감나무는 있었다. 내가 갔을 때 어머니가 감을 따서 가져가라는 말씀도 하셨고, 더러는 미리 따 두었다가 홍시가 된 감을 주신 적도 있지만, 내가 나서서 곶감을 만들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의 일정과 감의 시간이 맞아야 했고, 때를 맞춰 갔더라도 다른 집안 일로 바빠서 감 따는 것도 일처럼 느껴지는 날엔 곶감에 대한 생각은 나지 않았다.  


만약 지난 일요일 생신 때에도 늘 하던 대로 집에서 생신 음식을 준비했더라면, 추석 오후에 미리 생신 파티를 했더라면, 아파트인 큰 형님 집에서 했더라면, 올해도 이렇게 예쁜 풍경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곶감 하나 만드는 데 무려 20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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