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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Apr 14. 2019

독립을 선언하신 날

20190410 

"이제 너 힘든데 밤마다 전화 안 해도 된다.

지금까지 쓴 것도 노트에 다 있고, 이제 혼자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엄마의 일기를 전화로 받아 적기 시작한 지 23일 만에 생긴 일이다. 

첫날엔 의욕에 가득 차 계셨고 2~3일째 되었을 땐 피곤하다면서 잠들어 계실 때도 있었다. 안약을 넣느라, TV를  보느라 바쁘다고 핑계를 대실 때도 있었다.

그러는 사이 밥을 먹고 나들이를 하고 산책을 하는 소박한 일상이 서너 줄의 문장 안에 담겼다. 아버지랑 다툰 일, 맘 속에 짐처럼 남아있던 일을 해결한 일, 생각이나 말로는 수없이 했지만 한 번도 글로는 옮겨 본 적 없는 엄마의 어린 시절의 기억, 선생님이시던 아버지의 학교 이야기도 지난 23일 안에 들어 있다.

엄마도 나도 단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정말 성실하게 오늘까지 왔다. 

5,6년 전 엄마의 삶을 일기로 남겨보라고 말씀드렸을 땐 힘들어서 못한다고 말씀하셨었다. 그때의 기억이 엄마에게 남았고, 어느 날  하늘을 바라보다가 내가 했던 말을 떠올리셨으며, 그게 시작이 되어 전화로 받아 적고 1인 밴드에 기록하게 된 것이다.^^


혹시 하기 싫어서 아니면 밤마다 받아 적을 내게 미안해서 거짓말을 하신 것일 수도 있으므로 당분간은 전화로 숙제 검사를 해야 할 것 같다.  식후에 약을 드시고 안약을 넣으시는 것처럼 꼬박꼬박 챙기시는 일과가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의 다섯째 딸이 큰 일 하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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