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6
"봉사는 다른 사람 돕는 거잖아. 어느 순간부터 학생들한테 시키는 봉사 중에 건성건성, 껄렁껄렁하다가 시간만 채워서 보내주는? 거저먹기 비슷한 식의 그런 게 있었는데, 오늘 딱 가니까 핸드폰하고 있는 얘들한테 그 쌤이 '핸드폰 넣어라'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나는 요령 피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런 느낌? 너희가 잘하면 두 시간이나 두 시간 반 안에 끝내줄 수 있으니 잘해라, 뭐 이런 식으로..
대충 넘기겠다는 그런 게 아닌 거야. 근데 워낙 익숙한 거야, 거저먹기 하던 게.. 그래서 처음에는 좀 어이가 없었지.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 쌤이 맞는 말 한 거였잖아.
내가 반발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던 거지. 오히려 칭찬해야 하잖아? 진짜 봉사가 뭔지 내가 여태껏 까먹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잘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 이 일을 70대 할아버지가 매일같이 한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아프기도 했고. 스무 명이 해도 반을 못 끝내는데 매일 혼자 다하신다는 거야. 근데, 여름에는 그게(스티로폼 상자) 더 많아진대..."
오늘 강남환경자원센터에서 3시간 동안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와 아이가 한 말이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엄마도 앞으로는 스티로폼에 붙은 테이프 다 떼어서 버려. 안 그러면 다 그 할아버지가 해야 해."
중학생이 되면서 양재천에서 풀 뽑기, 선거인쇄물 봉투에 넣기, 환경보호, 동네 순찰, 투표소 안내 등 여러 봉사를 해 왔지만, 오늘의 소감이 가장 길었다. 봉사활동 시간만 채운 게 아니라 생각을 채운 하루~
오늘 아이가 한 이 말을 기억해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