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초 Jun 05. 2019

이제 시작인 날

20190605 

이렇게 걸러내다 보면 먹을 만하게 익은 가을쯤엔 항아리의 반도 안 남아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요즘 들어 자주 곰팡이 막을 걷어내고 있다. 더워지기 전까지는 1주일에 한 번만 해도 괜찮았었는데, 삼 주 전부터는 3~4일에 한 번씩 걸러내고 있다.

나의 간장 동료(서로 친하거나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장 담그기나 가르기 교육 때 함께 배운 사람들)들이 있는 단체 톡방에는 이따금씩 자신의 된장, 간장의 증상과 사진이 올라온다. 내가 겪은 과정이거나 겪을 과정이기 때문에 올라온 사진, 질문, 메주 며느리의 답변 모두 내겐 공부다. 

표면이 갈라지고 메마른 된장의 사진과 함께,

“메말라서 그러나요? 지난번처럼 간장으로 달래주면 안 될까요?”

“손바닥으로 꾹꾹 눌러 주세요.” 

고운 밀가루가 뿌려진 것처럼 막이 낀 간장의 사진과 함께,

“어찌해야 할까요 5월 둘째 주까지는 괜찮았는데요ㅜㅜ”

“계속 걷어내세요. 고운 체로 매일 걷어내셔야 해요.” 

그리고 메주 며느리가 한 번 더 답을 단다.

“한여름 지나고 가을쯤 되어야 곰팡이가 안 올라와요. 햇볕 잘 비추는 곳에 두세요.” 

이제 여름 시작인데...

매거진의 이전글 방심할 수 없는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