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6
등엔 묵직한 배낭을, 한쪽 어깨엔 에코백을 메고 자신들의 양말, 속옷 정도나 들어갈 것 같은 작은 배낭을 멘 두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한 엄마가 대합실 의자를 향해 걸어온다. 엄마는 메고 있던 배낭과 에코백을 의자에 내려놓으면서, 배낭을 멘 채로 의자 주위를 돌아다니는 아이 둘을 시선으로 계속 쫓는다. 그리고는 에코백에서 플라스틱 물병, 멸치 주먹밥이 담긴 밀폐용기, 아이 둘이 쓸 숟가락이 든 지퍼백을 꺼낸다.
작은 아이에게 먼저 주먹밥 한 숟가락을 먹이고, 물병 뚜껑을 열어 물을 먹인다. 물병 아래 엄마의 손을 받쳐 물을 흘릴 경우를 대비한다.
큰 아이는 주먹밥을 먹지 않고 딴짓을 한다. 주먹밥은 포기하고 이 아이에게는 물만 먹인다.
가방 밖으로 잠시 나왔던 물건들을 차례차례 뚜껑을 닫은 뒤, 차례차례 가방 속으로 집어넣는다. 쓰던 숟가락은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지퍼백 안에 넣었다. 이 짐과 이 아이들을 데리고 숟가락을 씻으러 가는 건 너무 힘든 일일 것이다.
물건 정리를 마친 엄마는 두 개의 커다란 가방을 원래대로 둘러매고 양손에 아이 둘의 손을 잡았다. 밥 한 숟가락, 물 한 모금 먹였을 뿐인데 엄마의 손놀림은 몹시 분주했고 표정은 조금 지쳐 보였다. 이 모든 동작이 마무리되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혼자서 물도 흘리지 않고 마시고, 신용카드로 물을 직접 살 수도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아이의 그림자일 때가 많다. 엄마는 계속된다. 여섯 살이든 열여섯 살이든 그 역할이 조금씩 바뀔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