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가도 자기 소리는 만족스럽지 않아요."

노래 일기 열셋

by 솔초

2017. 10. 14 토

“그래도 떠는 거나 이런 건 잘 유지해서 오셨는데요? 그래도 꾸준히 연습하셨나 봐요?”

“아~ 선생님 진짜 감사해요. 그게, 그냥, ( 흐엉~)되게~ (흐엉~) 힘들었거든요. 내가 진짜 하고 싶어 했던 게 맞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멀어지고, 겁이 나고, (흐으엉~) 내 목소리를 내가 못 듣겠는 거예요. … 그래서 안 듣고, 안 했어요.”

“근데 왜 그러셨지?”

“어, 너무 안 되니까. 근데 선생님이 ‘일희(一喜)는 하되 일비(一悲)는 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근데 수업할 때마다 몰랐던 나쁜 습관들이, 맹목적으로 열심히 해서 내 몸에 달라붙어버린 나쁜 습관들이 안 떨어지는데, 들을 때마다 그런 게 너무 잘 들리잖아요. 선생님 만나기 전에 했던 제 노래들을 지금 들어보니 미치겠는 거예요. 뭘 고쳐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만 했으니ㅜㅜ…”

“네, 맞아요~”

“‘선생님과 주고받은 걸 열심히 들어라’ 하셨는데 내 소리를 못 듣겠는 거예요. 선생님 소리는 키우고 내 소리만 줄일 수도 없고.. ‘세 번 네 번씩 들려주는 데 그걸 못하냐 ‘싶고.. 저에 대한 실망과 환멸과...”

“내가 이 상태였구나 싶고?”

“네~ 내가 이 상태인데 개인 레슨 받겠다고, 민요하겠다고, 자만한 건 아닌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 이거 평생 해도 진짜 안 되겠는데….’ 이런 생각이 막 들고..”


“선생님이 학구적이신 게 정말 좋긴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나의 장기하나, 취미 하나 갖는다, 생각하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결과가 늘 만족스럽지 않으니까 그게 문제인 거죠.

사실, 입보다는 귀가 먼저 트여요. 귀에서 먼저 판가름이 나고 -그때 스트레스 많이 받긴 하지만요- 그러다 보면 들리는 만큼, 아니, 그 이상의 것도 들리게 되거든요. 그러면 그때부터 점점 느는 거죠.

배운다는 것은 늘 앞사람보다 한발 뒤에서 배우고 있는 거잖아요. 지금 배우는 것이 익숙해지면, 그때 그다음 것을 배우는 것이니까 배우는 사람은 늘 부족할 수밖에 없어요.

평생 가도 자기 소리는 만족스럽지 않아요. 저도 그래요^^”


그리고 나는 짐작할 수도 없었던 선생님의 소리에 대한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단지 ‘노래’만 잘하고 싶었던 걸까? 노래가 가져올 수 있는 부산물들을 다 떼어 버리고? 내 몸과 마음도 서도민요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던 거야. 서도민요도 내 안에서 자리 잡을 시간이 필요했던 거고. 나의 발음이나 발성도 서도민요를 하지 않았더라면 괜찮아. 너무 괴롭히지 말자. 서도민요를 통해서 더 좋아진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좋은 거야. 좋은 것만 가려서 가지려 하지 말고, 배우고 연습하고 결과물을 얻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온갖 감정들을 외면하지 말아야지.


서도민요와 만난 지 3개월째, 잠시 나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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