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게 제일 힘드네요”

노래 일기 스물하나

by 솔초

2017. 12. 9 토

“이 노래에 나오는 음 중에서 가장 높은음이 ‘만고영웅’할 때 ‘만’ 자에요. 뒤에 나오는 ‘절인지용’의 ‘절’은 같은 음이고, ‘장대에 높이 앉아’의 장‘은 ’만‘보다 낮아요. 그러니까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예쁘고 높은음으로 ‘빰!’하고 지르시면 돼요. 우선 낼 수 있는 가장 높은음으로 시작해 볼게요.”


“만고영웅 호걸들아 초한승부 들어보소~”

좀 버겁다 싶게 높은음으로 불러 보았다. 이렇게 부르다간 몇 줄 못 부르고 숨이 찰 것 같다. 선생님이 내 소리보다 좀 더 낮게 첫음을 잡아 노래를 불러 주신다.

“만고영웅 호걸들아 초한승부 들어보소~”


그리고 덧붙이셨다.

“맨 처음 높여서 부를 때랑 배에 힘들어가는 게 어떻게 다른지 한번 비교해 보세요.”

처음보다는 편안했지만 아직도 노래가 불안정하다. 두세 줄 때쯤 불렀을 때 선생님이

“만~~~”하고,

내가 소리를 기억할 수 있게 다시 첫음을 길게 뻗어서 내주셨다. 앞의 두 음보다 조금 낮은 것 같다,

“이게 A거든요? 노래하기 전에 피아노나 핸드폰으로 A를 한번 듣고 연습하세요.”

(피아노의 ‘배꼽 도’에서 시작했을 때 처음 나오는 ‘라’ 음을 말씀하시는 건데, 이번 대회에서 부를 초한가의 첫음을 이 음으로 정해주셨다.)


“대회예요, 지금. 대회라고 생각하시고… 자, 들어와서 인사하고, 앉았다, 치마랑 옷고름 한번 정돈하시고, 심호흡 한번 하고 준비가 되었다 싶으면, 그다음에 고수를 한번 봐요. 고수가 ‘딱(예비박)’ 하고 쳐 주면 그때 시작~”

중간에 많이 틀릴 땐 고쳐 불러 주시기도 하면서, 7분 분량이 나올 때까지 불러보았다. 대회에서는 전곡을 다 부르는 게 아니라 시간제한이 있는데, 내게 주어진 5분보다 조금 더 여유 있게 7분 분량의 가사를 외우고 연습하기로 했다.


“가사, 다 외우셨네요?”

얼핏 칭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왠지 아닌 것 같다. 선생님 목소리에 온기도 웃음도 안 느껴진다. 게다가 엄청 틀렸는데….

“가사‘만’ 혹은 가사‘는’ 다 외우셨네요.”로 해석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음, 다시 해보는데요, 가면 갈수록 목소리에 힘이 점점 빠져요. 점점 소리가 먹어 들어가요.”

이게 진짜 하시고 싶은 얘기인 것 같다. 다시 A음을 듣고 처음부터 반복하기를 여러 번, ‘소리에 힘이 빠지고 먹어 들어가는 이유’를 호흡에서 찾아내셨다. 숨을 충분히 들이마시고 조금씩 나눠 쓰기를 반복해야 하는데, 나는 급하게 들이마시느라 늘 숨이 덜 채워진 상태에서 노래를 시작하고, 얕게 숨을 들이마시니 뒤로 갈수록 호흡곤란이 와서 힘이 빠지고, 숨이 모자라니 소리가 점점 먹어 들어가는 악순환이 계속된 것이다.


“숨을 이렇게 쉬는 사람이 어딨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숨 쉬는 것 때문에 지적을 받았다.


다시 A음을 듣고 처음부터 반복하기를 여러 번,

“(숨 쉬는 거) 좀, 나아졌어요?”

“아니오.(단호하게)”

“….”


대회를 나가면 연습량도 늘고 노래 수준도 높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올해 안에 도전해 봐야지, 생각했던 건데, 막상 내 노래가 되어가는 정도와 속도를 보니 올해는 아닌 것 같아서 접고 있었다. “올해 얼마 안 남았어요.” 선생님의 한마디에 선택한 대회가 12월 17일에 열리는 ‘제15회 대한민국 여성 전통예술 경연대회’이다. 한 달 전부터 대회를 염두에 두고 초한가에 집중해 왔는데, 이제 겨우 가사를 외웠을 뿐 숨쉬기도 안 되고 있다. 겨우 1주일 남았는데….


엄마 뱃속에서부터 수십 년을 해온 숨쉬기를 다시 돌아본다는 것, 그것은 무심하게 쓰이던 나의 소중한 기능들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기회를 늦게나마 갖는 것이기도 하다. 서도민요를 하면서 나는 입모양과 발성을 가다듬고 있고, 이제 숨 쉬는 것도 다시 배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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