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일기 쉰여덟
2018. 12. 5
이미 여러 달째 배우고 있는 노래의 가사를 틀릴 때가 가장 창피하다. 해서는 안 되는 실수를 한 것 같은, 기본 중의 기본을 놓친 것 같은, 나의 바닥을 들킨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선생님은,
“아, 괜찮아요.^^”라고 웃으면서 말씀은 하신다.
수심가 2절의 후렴인 ‘아아아 하아아아’를 해야 하는데 엮음 수심가의 후렴인 ‘아아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가 자꾸 나온다. 습관적으로 틀리다 보니 맞게 부르고도 틀렸다고 생각하고, 다시 부르다가 다시 부른 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아채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식이다.
이전의 일기에서도 쓴 적이 있지만 오늘처럼 부르는 일은 이전에도 이미 여러 번 있었다. 지금 노래를 부르는 것이 공연이나 대회가 아니라고 해도 왠지 위축되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또한 선생님의 에너지를 축내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아, (선생님이) 또 한마디 하시겠네…’ 하는 생각을 하면서 부르다 보니 노래도 뒤죽박죽이 된다. 부른 지 1년이 넘은 노래인데 내 집중력이 30초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수심가를 부르고 나자,
“(노래에) 힘 많이 생기셨네요.”
라고 말씀하신다.
지난번 수업에서 수심가를 부르고 났을 땐,
“(노래에) 기운이 없어 보이네요.”
라고 말씀하셨었다.
갑자기 없던 근육이 생긴 건지 있던 근육의 활용법을 이제야 조금 알게 된 것인지 내내 안 되던 것이 조금 되기 시작했다. 오늘 수심가를 부를 때의 자세를 떠올려보면 배는 부풀리고, 허리 뒤쪽으로는 힘이 들어가고, 어깨는 내려놓은 -순간순간 무너졌다가 다시 자세를 잡았지만 - 자세이다. 남은 숨이 적을 때에도 배를 부풀리면 실제 나올 수 있는 소리보다 더 힘 있게 나가는 것 같았다.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요즘 와서 드는 생각인데 내가 부르고 있는 노래를 ‘듣는 데’ 집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걸 해야지, 저걸 해야지 하는 게 아니라 연습한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데, 내가 어떻게 부르고 있는지, 지금 잘 부르고 있나? 연습했던 대로 소리가 나오고 있나?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부르면 될 것 같아요)…
보통 때 부르는 데에만 집중하고 이게 어떻게 (소리가) 나가고 있는지는 잘 안 듣게 되는 것 같거든요. (중략) 그냥 노래 부르는 데에 의미를 두거나 안 되는 곳을 연습해서 고쳐가는 것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이번에 (초한가) 부르실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데, 박자나 음정에 신경 쓰기보다는 선생님(:나)이 연습해 온 것에 맡겨 보자고요.”
초한가를 끝까지 듣고 나시더니,
“수심가 때보다 힘이 빠진 것 같아요. 왜일까요?”
이 질문을 수업시간에 받았을 때에는 힘이 빠진 이유를 변명이라도 하듯이 구구절절 읊어댔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이유들을 알고 싶으셔서 하신 질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영변가를 부르고 나자,
“뒤로 갈수록 느려지고, 갑자기 힘이 훅 빠지시고… 그래도 1절은 잘하셨는데 뒤로 갈수록 힘이 빠져요. 힘이 빠진다고 할 때 집중력을 잃는 느낌도 있나요?”
“1절을 웬만큼 불렀다는 안도감에 2절에서 긴장이 풀리는 것 같고, 1절보다 2절이 자신이 없다 보니 힘도 빠지고 가사도 자꾸 틀리는 것 같아요. 집중력이랑 힘 있게 부르는 것은 한 몸 같아요.”
초한가 때와 마찬가지로 구구절절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선생님은 잠시 생각에 잠기시는 듯했다.
“저는 어려서부터 배우다 보니까 그런(안 되는 이유에 대한) 고민보다는 선생님이 무서우니까(힘을 빼고 부르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어요) … 혼날까 봐 긴장이 돼서 그런 걸로 (노래를) 했던 것 같아요. 자, 난봉가 해볼까요?”
난봉가를 부르고 나자,
“힘들면 힘든 만큼 느리게 가고, 힘이 많으면 많은 만큼 빠르게 가고… (중략) 예를 들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게 안 무서운 거죠. 이 노래를 이 노래에 맞게 부르는 것에 대한 책임감?...”
'노래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말까지 들었을 때, ‘아, 이거였구나. 하고 싶으셨던 말이, 내가 알아야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오늘 수업 내내 선생님은 이 말을 내게 하고 싶으셨던 것이다. 힘을 빼지 않고 집중해서 부르는 것이 노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임을 내가 알아차리길 바라셨던 것이다.
선생님 말씀처럼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들려줄 것도, 내 실력이 이만큼이라도 누구에게 증명할 것도 아닌’ 나의 노래는 딱 되는 만큼만 불러지고 있었다.
아직 노래도 아닌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