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일기 쉰 하나
2018. 10. 5
한 글자 한 글자 너무 의미를 담아서 부른다는 말씀을 자주 하셔서 오늘은 나름 힘을 빼고 노래를 해 보았다.
“오늘 너무 설렁설렁 부르시는데요?”
머리로는 나도 알고 있다. 강세를 주되 힘을 빼고 불러야 하고, 박자를 맞춰 부르되 티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빼야 할 힘과 빼지 말아야 할 힘이 따로 있나 보다. 그게 뭔지는 전혀 모르겠는데…
요가 강사가 허벅지와 발바닥은 힘을 주되 무릎은 힘을 빼야 한다고 말했을 때처럼 난감하다. 어디를 주고 어디를 빼라는 건지, 아니 어떻게 주고 어떻게 빼라는 건지…
“연습하실 때 큰 소리로 부르시면서 벽에 기대서 앉았다 일어섰다 하면서 해 보세요.”
“자세 때문에요?”
“뱃심! 앉았다 일어섰다 해도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아야 해요.”
지난 9월 18일 수업 때 얘기해 주신 건데, 해 봐야지, 해 봐야지 하고는 미루고 있었다. 얼핏 스쿼트 자세가 떠오른다.
“아니면 누워서 머리를 살짝 든 상태로 노래를 해보세요.”
복근 운동할 때의 동작과 비슷할 것 같다. 배에 힘을 주고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노래까지 하라니, 소리가 나오긴 할지, 어떤 소리가 날지 정말 궁금했다.
늦었지만 오늘 말씀하신 자세로 연습해 보기로 했다. 누운 상태로 배에 힘을 준 뒤 그 힘으로 일단 머리를 들어 올린다. 여기까지는 필라테스 시간에 해 본 것이므로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계속 머리를 띄우고 있긴 힘들어서 양쪽 팔로 번갈아 가면서 머리를 받친 채로 노래를 했다. 초한가의 1/4 분량, 수심가 1,2절을 누워서 혹은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면서 10분 정도를 불렀다. 연습이라고 하기엔 짧은 시간이지만 복근 운동을 10분 했을 때보다 더 힘들었다.
사람을 보지 않고 소리만 들으면 흐느끼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소리가 떨린다. 소리의 흔들림을 잡기 위해 반사적으로 배를 바닥을 향해 잡아당기는데, 그러면 잠시 동안은 노래하기에 편한 상태가 찾아온다. 문제는 그 힘을 지속적으로 주는 것이 어려워서 다시 떨리고 힘주기를 반복. 그러면서 박자가 점점 더 늘어졌다. 평소에도 박자가 늘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누워서 해 보니 내 귀에도 눈에 띄게 늘어진 게 들렸다. 그만큼 배에 힘주는 훈련이 안 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앉았다 일어섰다 하면서 연습할 때는 허벅지가 아파서 계속하기가 힘들었다. 운동할 때처럼 몸이 더워지고 호흡이 가빠져서 조금 하다 금세 포기! 하지만 힘이 들어가는 위치는 조금 알 것 같다. 힘을 주면 배꼽부터 아래쪽으로 10cm 정도의 구간이 허리 쪽으로 납작하게 당겨진다. 어디에 힘이 들어가는지 느껴보라고 하신 건데 맞게 찾은 건지^^
지금까지 힘을 준다고 생각만 하거나, 배가 아닌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몸이 경직되거나, 배에 힘을 준다는 말의 의미를 잘 모르거나, 처음에만 힘을 주고 금세 힘이 빠지거나 등의 경우들을 번갈아 하면서 노래를 해 왔다. 오죽하면 인위적으로라도 배에 힘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서 노래를 해 보라고 하셨을까?
“근력이 생겨도 그것을 노래에 넣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예요.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방법을 잘 모르시니까…”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과 내가 지금 느끼는 답답함 사이에는 한꺼번에 도달하기 힘든 여러 단계가 있는 것 같다. 힘을 빼고 부르면 설렁설렁 하게 되고, 힘을 주고 부르면 너무 또박또박 부르게 되고…
‘배에 힘을 주고’라는 쉬운 말이 노래할 때엔 결코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