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일기 쉰
2018. 9. 19
「제가 3년째 하고 있는 단체수업이 있어요. 제가 가르치기 전에 2년을 더배우신 5,60대 분들이 신데, 그중에 열 분 정도가 동아리를 만들어서 봉사활동을 하고 공연도 다니시거든요. 그 열 분 중에 영화 ‘시스터 액트’에 나오는 부끄럼쟁이 수녀 같은 분이 있어요.
뭣만 하면 늘 뒤로 빠지고, ‘저 못해요~’ 하시고, 춤추라고 하면 쑥스러워하시고, 평상시에 노래할 때도 자기는 높은음이 잘 안 나온다면서 조금만 높은음이 나오면 가성을 쓰고, 공연 때 화장하는 것도 부끄러워하시는 분이에요.
그분들이 처음 공연할 때 제가 보러 간 적이 있는데, 제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더니, 그분이 화장한 얼굴을 손으로 가리시고는, 화장 때문에 집에도 못 가겠다고 하시고^^
노래를 잘한다기보다는 그냥 정직하게 부르시는 정도? 그러던 분이 장구를 배우는데 정말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장구도 잘하시는 건 아니었지만, 이것도 너무 부끄러워하셔서 1년 정도를 제가 계속 칭찬 위주로 얘기를 해 드렸어요. ‘잘하시는데요.’, ‘조금만 더 하면 더 잘하실 것 같은데요?’ 이런 식으로요.
어느 날 그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노래가 너무 재밌어요.”
연습을 따로 하시냐고 물었더니, 집에서 노상 노래를 틀어 두신 대요. 설거지할 때도, 심지어 TV 볼 때도 계속 듣고 계신대요.
수업 중에도 제가 알려드린 시김새를 혼자서만 하시는 거예요. 수강생 20명 중에 이 분 혼자만. 20명이 다 같이 노래를 부르면 스무 명의 노래 속에서 그분의 소리만 ‘탁’ 들려요.」
내가 그렇게 못하는 거 아니니까 너무 좌절하지 말라고, 격려해주려고 하신 이야기인데 듣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이런 사람도 있는데 너무 편안하게 배우시는 거 아닙니까?'라고 얘기하시는 것처럼 들려서...
2년 전, 문화센터의 단체반에서 경기민요를 배울 땐 단체반의 한계 때문에 답답했다. 넘치는 의욕에 개인 레슨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원하는 것을 맘껏 배울 수 없었던 그때의 결핍이 더 열심히 하게끔 자극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내 능력으로 만나기 힘든 선생님을 만나서 원 없이 배울 수 있게 되었는데 솔직히 그때만큼 열심히 하지 못하고 있다. 그때의 결핍과 열정이 어딘가로 가버린 걸까?
‘집사부일체’라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배우 유준상이 10년 전 처음 뮤지컬 '삼총사'를 하던 날 자신의 배우일기(배우가 된 이래 연습과 공연에 대한 기록을 매일 했다고 합니다)를 다른 동료 배우들 앞에서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었다.
“그 아름답고 젊었던 시절이여~”
이 대목까지 읽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비록 지나갔지만~”
다시 이 대목에서 유준상은 오열을 했다.
나는 이 몇 분간의 모습 때문에 배우 유준상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가슴이 뜨거워졌고 나 또한 10년, 20년 전을, 지금보다 더 아름답고 젊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울 뻔했다. 그 마음을 너무도 잘 알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른다고 더 멋있어지지도 업그레이드되지도 않는, 너무도 인간적인 나!
업그레이드 버전이 출시되는 자동차가, 휴대폰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