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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초 Jan 13. 2019

아이보다 결코 앞서 가지 않는 날

20181125 

"엄마, 기사 검색 좀 해 줘. 어제 (이청용 선수) 경기 있었어."

아이가 양치를 하다 말고 내게 말했다. 이청용 선수의 경기가 있는 날은 설레는 마음에 늘 며칠 전부터 예고까지 하는 아이인데, 중계하는 경기를 안 본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다. 심지어 과외, 학원 시간과 겹치게 되면 날더러 보고 있으라고(이것으로 대리만족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탁까지 하곤 했다.

직접 해도 되는 검색을 굳이 해 달라는 것은, 보고 싶은 경기를 참았다는 사실을 내게 어필하기 위함일 것이다. 

"본다고 말하지, 왜..."

"공부해야지." 


어제는 이나라 선생님의 공연 팸플릿을 보더니,

"어떤 공연일지 궁금해."

민요 공연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동안 어떤 공연도 엄마인 나랑 둘이 간 적이 없던 아이가 보름 남은 기말시험 준비와 이나라 선생님의 공연을 두고 30분 넘게 혼자 고민을 했다. 심지어 외출 준비까지 다 해놓고는,

"안 되겠어. 그냥 공부해야 할 거 같아."

"네가 진짜 공부가 하고 싶은가 보다^^"

"근데 어떤 공연일지 궁금하긴 해. 나중에 유튜브에 뜨겠지?"


점심 먹고 나서는 ,

"내가 자랑스러운 짓을 좀 했지." 

티 안 내고 조용히 넘어가기엔 아쉬운 뭔가가 있는 모양이다.

"또 뭘~ㅎㅎ?"

"사실 3시에 얘들이 축구하자고 했는데 엄마랑 옷(사촌 누나 결혼식에서 입을) 사러 가야 한다고 거짓말했어. 내가 축구화를 5일 동안이나 못 신었어. 오래 안 신으면 딱딱해져서 잘 안 들어가는데.."

"아이고 그랬구나~"

"어제도 축구 약속 있었는데 내가 안 갔다고..."

"응, 엄마 계속 감동하는 중이야." 


한 달 전부터는 시험 준비를 했으면 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가면서 아이가 먼저 능동적으로 나서기를 기다린 보람이 있는 걸까? 아이보다 앞서가면 벅차 할 것이고, 아이 옆에 밀착해 있으면 숨 막힐 것이다. 너무 앞서 가지도 너무 가까이 가지도 않으면서, 옆이면서 뒤인 곳에서 적당한 간격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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