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수술 후 기록
유방암 수술을 한지 딱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지금이 오후 3시쯤이니, 이때쯤 마취에서 깨어나 병동으로 옮겨져 잠도 못 자고 물도 못 마시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거 같다. 수술은 다행히 무사히 잘 끝났다고 했고, 나에게는 가슴에 칭칭 감은 붕대와 2개의 배액관 그리고 소변줄이 달려있었다. 수술 중 겨드랑이의 림프 3개를 떼서 전이 여부를 검사해 보니 다행히 전이는 없었고, 수술 전 설명을 들었던 대로 전절제에 확장기를 달고 무사히 수술은 끝났다. 이제 떼어낸 나의 조직들로 여러 검사가 이루어지고 그 후에 나의 치료 방향이 결정되겠지.
병원에 돌봐줄 의사가 없는 관계로 3박 4일간 병원에 있다가 퇴원하게 되었다. 2박 3일인 줄 알았는데, 3박 4일이라고 하니 다행. 퇴원 후 삼시세끼 잘 나온다는 요양병원을 찾아와 지금까지 입원 중이다. 원래 나와 같은 수술은 2주간 입원해 있어야 한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지금은 가퇴원 상태이다. 대학병원 가퇴원 상태에 요양병원 입원 중인 환자. 정말 수술 후 2주까지는 요양병원에 있으려고 했는데, 영 불편하다. 환자들의 2/3 정도는 암환자이고 1/3은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이 머무는 곳 같다. 암환자 중에서도 수술 후 온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고, (배액관 달고 다니는 사람은 나 외에 아직 한 명도 못 만났다) 거의 항암 후에 기력 회복을 위한 입원 환자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을 가진 분들의 연령대가 높아서 3인실임에도 쉽지 않다. 요양병원 기록은 다음에 자세하게 적어봐야지.
어쨌든, 나는 수술 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흘러 보냈다. 아직 달려있는 배액관으로 인해 따끔거리기도 하고, 서서히 돌아오는 나의 왼쪽 가슴의 감각으로 인해 확장기가 돌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인지 수술하고 나서 처음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오후 늦게까지 침대 속에 있다가 이대로 안될 것 같아서 몸을 일으켜 휴게 공간에 노트북을 들고 나왔다. 매일 북라운지에 가서 읽던 삼국지도 읽기가 싫어지는 날이다. 황토 걷기도 하기가 귀찮고, 좋아하는 족욕도 하기 싫은 날.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겠지. 오늘은 그냥 그런 날이니, 조금 느긋하게 생각해야겠다. 그나저나 요즘에 뭐만 먹으면 왜 이렇게 더운 걸까? 방금도 초코라테 한잔 먹었더니 추워서 입은 카디건이 갑자기 너무 덥게 느껴져서 벗었네. 내일은 좀 더 기운 차려서 황톳길 걷기도, 족욕도 하고, 삼국지도 많이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