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드리비튬 Sep 30. 2024

생각보다 부지런해야 하는 일

글을 꾸준하게 쓴다는 것

그동안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쉬게 되니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나 보다. 제도권 안에서 부지런한 사람이었던 것이었던 거지 천성이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요양병원에서 퇴원하고 3주가 넘었다. 그동안 배액관(피주머니)이 연결된 부위에 한 땀 봉합했던 실을 풀었고, 나의 왼쪽손과 팔은 훨씬 자유로워졌다. 겨드랑이 따꼼거리는 실밥이 없으니 정말 삶의 질이 쑥 하고 올라갔다. 지금은 나의 재발여부를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 검사 결과에 따라 나의 항암 여부도 알게 될 것이다.


요양병원에서는 이제 집으로 가면 무슨 일을 할지 수없이 적었었는데, 1/3도 못한 것 같다. 급한 일들만 간신히 다 쳐냈다. 그래도 밀린 보험금 청구 다 했고, 집도 부분 부분 돌아가면서 청소를 하고 있다. 또 낮잠도 최대한 안 자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대신 늦게 자고 늦잠 자는 버릇이 생겨, 내일부터는 알람을 맞춰야지 생각하고 있다. 


좋아하지 않는 채소들을 매끼 밥상마다 올리려고 노력 중이고, 먹기 귀찮아하던 영양제도 최소한으로 먹고 있다. 일단 나의 면역세포 수준이 바닥이니 (요양병원에서 검사하고 깜짝 놀람) 일단 올리기 위해 좋다는 건 하고 있다. 30대 1기 암환자의 면역세포 수준이 4기 환자 수준이라니... 정말 그동안 내 몸을 너무 방치했나 보다. 조기 발견에 감사하고, 이 상황에서 빠른 수술에 감사하고, 그리고 많이 아프지 않음에 감사한다.


수술하기 전까지 일을 해서, 특히 나의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 새벽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는 삶을 살아서인지 오히려 수술 전보다 요양병원에서 퇴원하고 지금 보내는 이 시간이 나의 상황에 대해 인지하는 시간인 것 같다. 고요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하고 반대로 시간이 너무 잘 흘러가기도 해서 뒤쳐지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브런치에 글을 막 일주일에 2-3번씩 쓸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한 달에 한번 겨우 쓰고 있다니... 정말 게으른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뭐 이렇게 게으른 사람이 그동안 부지런하게 살았으니, 당분간은 이렇게 살아볼까 싶다. 그래도 드릉드릉 나의 루틴을 만들 준비를 해야겠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식사하고 운동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밀린 경제 공부를 하는 삶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그리고 앞으로 내 인생 계획도!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은 흘러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