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상 록

삶이 담긴 헌책방

by 김준호

헌책방을 오픈 하는 날 전주인 아주머니께서 책 한권을 주고 가셨다.


“그동안 이곳에서 많은 책을 사고 팔고 저 또한 많은 책을 읽었어요.

이것이 저를 지탱하게 해줬거든요. 이제 이것을 필요한 분께 다시 돌려드리고 싶어요”


명상록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감사합니다. 어디서든지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아주머니는 언제 다시 볼 지 모르는 책방을 서너번 뒤 돌아보시며 떠나가셨다.

딱히 오픈날이라 해서 특별한 일은 없었다. 간판도 그대로 였고 변한 것은 없었기때문이다. 단지 아주머니께서 앉으시던 작은 의자에 내가 앉을 뿐이었다. 책장에 있는 책과 목록을 맞춰보는 작업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아주머니께서 아주 잘 정리해 놓으셔서 관리하기 편하였다.

책상에 앉아 잠시 쉬는 동안 명상록을 펼쳤다.


'매 순간 로마인으로서, 또한 남자로서 네게 맡겨진 일을 단호하고 가식 없이, 그리고 품위와 자유와 정의를 가지고 수행하라. 다른 모든 생각으로부터 너 자신을 해방시켜라. 마치 네 인생의 마지막 일을 하는 것처럼 매 순간에 임한다면, 너는 그 해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천천히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마지막 일을 하는 것처럼. 단호하고 가식 없이.


몇 달 동안 나를 옭아맸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화려한 데뷔, 독자의 찬사, 성공한 작가라는 환상. 그것들이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아우렐리우스는 황제였지만 자신에게만 글을 썼다.

나도 이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자신에게.


그날 집으로 돌아와 책상앞에 앉았을 때 나의 다이어리를 덮었다.

나의 글을 쓰는 데 그것들은 이제 필요없다.

나에게 쓰는 글은 내가 듣고 보고 기록한 것들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았다.

천천히 나의 모든 감각들이 나를 깨우며 글들이 나에게서 나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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