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자-3. 두 번째 증인: 석가모니 - 해탈과 자립

3. 두 번째 증인: 석가모니 - 해탈과 자립

by 김준호

"염라대왕은 질서와 책임의 필연성을 증명했다. 너는 그 책임을 지고도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는구나. 다음은 나의 증인이다. 너희 인간이 그 모든 외부적 심판과 질서로부터 완전히 탈출하려 했던 길을 제시한 증인이다. 고통의 근원을 자기 내부의 탐구에서 찾았던 자, 석가모니를 소환하라."


흑색의 엄중함이 사라진 자리에 비현실적으로 고요하고 평화로운 기운이 스며들었다. 흰색 공간은 마치 번뇌가 모두 씻겨 나간 영원한 연못처럼 변했고, 석가모니 부처가 고요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나타났다. 그는 이 절대적인 공간에서조차 인간 스스로의 내면적 완결성을 상징하는 듯, 흔들림 없이 좌정했다. 그의 주변에서는 희미하게 황금빛 광채가 흘러나왔는데, 그것은 세상의 모든 고통으로부터 해방된 절대적인 평온함의 에너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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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여. 너는 아직도 고통의 근원을 외부의 신이 나 외부의 질서에서 찾고 있는가. 나는 고(苦)의 진리를 깨달은 자이다.

너희가 겪는 모든 고통은 신의 잘못도, 법칙의 오류도 아닌, 너희 마음 깊은 곳의 갈애(渴愛), 즉 집착에서 비롯된다.

너는 바깥세상을 향해 칼을 겨누었으나, 진정한 적은 네 안에 있었다.

윤회(輪廻)의 고리 자체가 바로 신이 창조한 냉정하고 완벽한 법칙이다.

너의 투쟁은 결국 고통을 재생산할 뿐이다. 나의 해탈은 신의 법칙을 깨는 것이 아니라, 법칙 안에서 고통의 근원을 제거하는 지혜를 발견했음을 증언한다."


부처는 눈을 감은 채, 나의 의식에 직접 설법하듯 이야기했다.


"집착이요? 생존을 위한 고통, 굶주림, 질병, 전쟁은 관념적 집착이 아니라 피와 살이 찢기는 참혹한 현실이었습니다! 나는 그 참혹한 현실을 만든 신에게 책임을 물은 것입니다! 당신의 가르침은 고통받는 자들에게 현실의 투쟁을 포기하고 정신적 도피에 빠지게 만든 나약한 자기 위안 아닙니까? 외부의 악이 존재하는데, 왜 인간에게만 책임을 지라고 합니까? 당신이 말하는 윤회는 신이 영원한 고통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도록 설계한 가장 잔혹한 제도입니다. 당신은 이 모든 구조적, 물리적 고통을 '과거의 업(業)'이라는 모호한 책임으로 돌림으로써, 신이 방치한 세상의 악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나는 부처의 평화가 현실의 부조리를 외면한다고 비난했다.

부처는 고요히 미소를 머금었다. 그의 눈빛은 우주의 모든 고통과 번뇌를 투과하는 듯한 깊은 연민과 통찰을 담고 있었다.

그는 길게 호흡하며 정적인 공기를 통해 나의 의식을 진정시키려 했다.


"그것이 바로 망상이자 집착이다. 굶주림, 질병, 전쟁이 고통 그 자체가 아니다.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원하지 않는 마음, 그것을 벗어나 영원히 행복해야 한다는 강렬한 갈망이 너를 고통스럽게 하는 진짜 원인이다.

너희는 영원하지 않은 것들이 영원하기를 바라며 고통스러워한다.

내가 말하는 '나'라는 견고한 실체, 'Against God‘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한 그 투쟁하는 자아(自我)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순간, 모든 고통의 고리는 끊어진다.

나는 신에게 매달리거나 신을 대적할 필요가 없음을 가르쳤다.

왜냐하면 궁극적인 평화는 너의 마음 안에서 언제든 스스로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해탈은 결국 나만 구원받겠다는 이기적인 도피 아닙니까?

고통받는 타인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신의 가르침은 현세의 구조적 악을 외면하게 만듭니다!

빈곤과 착취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집착을 버리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릴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이들이 허기진 배를 채우려 먹을 것을 찾는 게 집착입니까? 당신은 신이 만든 고통의 제도 안에서 개인의 안전을 확보한 성공자로서,

그 제도를 통과하지 못한 대다수의 고통을 '그들의 업'이라는 이름으로 외면했습니다!

당신의 해탈은 가장 비겁하고 이기적인 형태의 도피에 불과합니다!"


부처는 고요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나는 타인을 외면하지 않았다. 내가 깨달음을 얻어 세상으로 돌아온 이유는, 그 깨달음의 진리가 모든 중생을 향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연민(Karuna)은 바로 그 깨달음을 고통받는 존재들과 나누려는 강력한 의지다.

네가 말하는 구조적 악도 결국 인간들의 집단적인 탐욕과 증오, 그리고 무지가 만들어낸 그림자일 뿐이다.

나는 신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대신, 인간 스스로가 완벽하게 자유로워지는 길을 제시했다. 염라대왕이 외부의 질서를 말했다면, 나는 내부의 질서를 말한다.

외부의 모든 고통은 내부의 집착을 통해 증폭되는 환영이며, 그 집착을 끊어내는 것은 오직 너의 스스로의 마음에 달렸다. 나의 존재는 신의 창조와는 무관하게, 인간이 스스로 고통의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완전한 자립의 가능성을 온몸으로 증언하기 위해 여기에 섰다. 너의 투쟁은 결국 너의 집착을 끊기 위한 마지막 고집이었을 뿐이다."


"당신의 자비는 차가운 무관심에 불과합니다! 당신의 가르침은 현세의 구조적 악과 맞서 싸우는 윤리적 의무를 감정적 집착이라 단죄하며, 사실상 고통받는 타인과의 모든 인간적 연결을 끊어버렸습니다!

당신의 평화는 고통받는 세상을 외면한 신이 만든 제도에 대한 순응입니다!

당신은 신이 창조한 윤회라는 감옥의 죄수로 머물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당신의 해탈을 거부하고, 당신이 무시했던 외부의 정의를 끝까지 묻겠습니다!"


부처는 나의 질문을 다시 나에게 되돌려주며, 나의 투쟁을 외부의 정의 문제가 아닌, 내면의 정신적 문제로 귀결시켰다. 그의 평화로운 형상은 긴 여운과 함께 흰색의 정적 속으로 천천히 녹아들었다.


부처의 온화한 평화가 사라지자, 나는 이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옥좨는 존재의 실체에 대해 묻고자 했다. 나의 투쟁을 신과의 관계 회복이라는 틀에 가두려 했던, 가장 논쟁적이고 가장 위대한 희생의 증인을 소환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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