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도 없이 높아지는 욕망과 암투,
그리고 권력의 피라미드에서
남보다 더 앞서가기 위한 경쟁을
느껴본 적 있나요?
한국도 예외일 수 없는 무한 경쟁 시대!
조금만 주춤해도 금세 저만큼 밀려나 버리는
피도 눈물도 없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죠.
요즘 콘텐츠들은 여성 서사를 다루면서
직업 세계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어요.
로맨스의 배경으로만 쓰이던 과거는 이제 그만!
프로들의 세계와 이면을 낱낱이 파헤치며
다양한 시각을 제시합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드라마
[킬힐]을 소개해 보려고 하는데요.
세 주인공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드라마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포인트를
낱낱이 짚어 드릴게요!
point 1.
"난 물러날 곳이 없어...
이제 내가 원하는 거 다 가질 거야."
유니 홈쇼핑 패션 쇼호스트 10년 차 '우현'.과거 아나운서를 꿈꾸다 오랜 낙방 끝에 포기하고 차선책으로 선택한 길에 아쉬움을 품고 있는 '우현'은 적당히 세련되고 고급스러우며 편안한 진행으로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업계에서 대충 어느 정도의 자리란 있을 수 없는 법! 베스트 쇼호스트 상을 받을 만큼 잘 나갔지만 빛을 잃고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우아하게 떠다니는 백조가 수면 아래서 열심히 발버둥 치는 것처럼 치열하게 노력해 보지만 무언의 압박은 그녀를 조여 옵니다.
주변 평판도 잃은 지 오래, 최근 잘나가는 MD와 싸운 후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중입니다. 현재는 매진 방송 뒤 시간 때우기 휴지나 팔고 있는 신세...이적에 실패했다는 소문까지 퍼지며 공식 왕따로 등극했죠.
그러던 중 어렵게 잡힌 생방송 중에도 어이없는 사고로 겨우 붙잡고 있던 멘탈마저 무너졌습니다. 답답한 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모란 전무의 놀라운 제안을 받아들여 볼까 합니다. 이 선택, 살짝 두렵지만 정말 괜찮은 거겠죠?
"패 뒤집을 방법...
찾아보지 뭐."
걸어 다니기만 해도 카리스마 포스 철철 넘치는 유니 홈쇼핑의 전무 '기모란'. 평사원에서 전무까지, 이제 부사장을 넘보는 자수성가 실화라고 불리는 인물입니다.
항상 흐트러짐 없는 자세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눈빛으로 좌중을 압도하죠. 부하직원이든 사장이든, 누구에게나 거침없는 말투와 팩폭이 그녀의 무기. 하지만 사모에게만은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확실한 권력관계에 낄끼빠빠 할 줄 아는 처세술의 달인입니다.
어느 날, 모란은 방송을 망치고 복도에 주저앉은 우현에게 다정하게 손을 내미는데요. '누군가와 닮았다'라는 의미심장한 혼잣말을 하면서 다가갑니다.
그리고 이제 때가 왔으니 나와 함께 상황을 뒤집어 보자는 제안을 하죠.철저한 완벽주의자 모란은, 한물간 쇼호스트 우현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걸까요?
"언니...그이에게
여자가 있는 것 같아"
인성도, 패션 센스도, 외모도 완벽한 유니 홈쇼핑의 20년 차 간판 쇼호스트 '배옥선'. 정치인 남편과 엄친아 아들까지 두고 있어 남부러울 것 없는 워너비 인물입니다. 성품까지 좋아 주변에 사람이 항상 끊이지 않는 인기녀인데요.
태생부터 금수저라 고생이란 걸 해본 적 없는 어나더 레벨의 소유자죠. 하지만 그녀에게도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는데요. 차기 당 대표로 꼽히는 남편 때문에 생긴 시부모와의 갈등입니다.이제 일 대신 남편 내조에 신경 쓰라는 은근한 압박이겠죠.
유니 홈쇼핑의 탑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지만 모종의 계기로 프라임 시간에 밀려나 좌천 방송을 전전하게 됩니다. 사생활을 털어놓는 막역한 사이라고 생각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모란을 계속 믿고 가도 되는가 싶습니다.
굳이 일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옥선의 화려한 배경에 가려진 어둡고 음습한 그늘은 무엇일까요? 왜 굴욕까지 당하면서 홈쇼핑에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지 그녀를 둘러싼 루머는 끝도 없습니다.
point 2
[킬힐]은 성공을 욕망하는 세 여성의 직장 내 잔혹사를 그리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남성 중심의 성공, 인생역전, 배신 등을 다룬 드라마와는 차별점이 있으며,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여성 서사의 종합선물세트가 바로 [킬힐]이라 할 수 있는데요.
명실상부 중년 여성이 최대 고객이자 실세인 홈쇼핑에서 벌어지는 의자 뺏기 놀이의 진수가 펼쳐집니다. 내가 빨리 차지하지 않으면 금방 남에게 빼앗겨 버리는 아주 잔인한 게임...
어느 순간 혹해서 주문을 해버리는 홈쇼핑처럼, 전쟁에 뛰어든 언니들의 무서운 기싸움이 매회 쫄깃하게 펼쳐집니다.
point 3
세 배우의 연기 배틀
김하늘, 이혜영, 김성령 세 주역은 제작발표회를 통해 세 여성의 뜨겁고도 아찔한, 격정적인 순간들이 펼쳐질 거라며 호기심을 유발했는데요. 감독과 작가가 버선발로 뛰쳐나와 원픽으로 선택했다는 이혜영은 3번이나 고사했지만, 어느 순간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말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그리고 비련의 주인공을 연기하다 돌연 완전히 다른 연기를 해야 하는 김하늘, 첫인상은 무뚝뚝해 보였지만 현장에서 말은 아끼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김성령까지. 세 배우의 카리스마와 완급조절이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여 줍니다.
흥미진진 홈쇼핑의 비하인드
홈쇼핑의 세계를 온에어부터 카메라 불이 꺼진 뒤까지 샅샅이 들여다봅니다. 채널과 채널 사이에 존재하는 홈쇼핑 채널은 1초 단위도 돈으로 환산되는 살벌한 시간 싸움인데요.
분당 시청률과 콜수를 그래프로 환산하고 매진에 목숨 거는 자본주의의 끝판왕이 바로 '홈쇼핑'이죠. 20조 원이 움직이는 홈쇼핑계에서 자신의 가치를 매번 인정받아야 하는 살인적인 욕심이 끝도 없이 갱신됩니다.
홈쇼핑에는 물건을 팔려는 협력업체, 쇼핑호스트, PD, MD를 주축으로 돌아가는데요. [킬힐]에서는 그 윗선인 팀장, 부장, 전무, 부사장, 대표이사 내외 등의 권력관계까지 아우르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벗을 수 없는 킬힐의 중독성
킬힐의 사전적 의미는 힐보다 더 높은 살인적인 높이의 굽을 지닌 구두입니다. 그래서 킬힐은 신는다기 보다 '탑승한다'라는 말이 맞을 정도로 고통과 높이를 견뎌야만 합니다. 그 위에 다리를 펴고 꼿꼿이 서기 위해서 감내해야 할 모든 것이 바로 욕망입니다.
킬힐을 신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번 신으면 그 위에서 내려오기란 쉽지 않기에 중독 그 자체죠. 그 위에서 아랫사람을 내려다보는 우월한 지위를 맛보게 된 순간, 그 위에서 버텨내는 자만이 승리자인 세계 속으로 떠나 보세요!
<여인천하>
조선시대 권력의 정점이라 불리는 궁중 여인들의 암투를 그린 대하드라마 [여인천하]는 강수연 배우와 전인화 배우의 카리스마 대결뿐만 아니라. "뭬야?!"라는 유행어를 낳으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했던 드라마죠. 천하를 주무르는 여인들의 모여 있는 궁중을 배경으로 권력욕에서 살아남기 위한 서슬 퍼런 여인들의 싸움이 21세기를 무대로 한 [킬힐]의 조선시대 버전처럼 느껴집니다.
<공작도시>
대한민국 정재계를 쥐고 흔드는 대기업의 미술관을 배경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는 치열한 욕망을 담은 드라마 [공작도시]는 자극적인 요소의 총집합이라 불릴만합니다. 어두운 분위기와 검은 손이 난무하는 상황이 [킬힐]과 비슷하기도 한데요. 상류층, 혼외자, 정경유착, 부패한 언론 등의 소재와 권력의 실세가 여성이란 점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