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SU의 큐레이션
2019년 상반기 기준, 1인 가구가 500만을 돌파해 30%를 육박했다고 한다. 1인 가구는 더 이상 소수의 한정된 삶의 방식이 아닌 사회구조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이들의 경제적이며 합리적인 선택으로 눈에 띄는 사회현상이 되어버렸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기존의 4인 가구 중심의 의식주는 달라져가고 있으며, 이를 겨냥한 마케팅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배달업체의 성행, 퇴근 후 홀로 즐길 수 있는 취미 클래스의 확대, 오피스텔과 소형 아파트의 증가, 천만 명에 달하는 펫팸족, 확장되는 반려동물 관련 사업 규모 등 1인 가구에 맞추어 소비 형태가 변화되고 있음을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혼재되는 공간
가족 중심으로 설계되고 구성된 공간 속에서 1인 가구는 어디에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가져보게 된다. 그들에게 최소한의 기준인 주거형태는 원룸과 고시원이다. 생활의 모든 형태가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공간. 식사, 수면, 세면, 활동, 휴식이 모조리 혼재된 공간. 구획되지 않는 공간은 인격이 상실된 장소다. 혼자 사는 이들이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이 비인격적인 곳이 지배적이라면, 자본주의 순리이므로 체제에 순응한 채 삶을 유지해야 하는 것인가. 빛이 들고 공기를 순환시키는 가장 간단한 건축구조인 창문조차 없는 공간이 1인 가구를 위해 맞춤형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옳은 것인지 묻게 된다.
단절되지 않는 건축
이에 건축가 유현준은 본인의 저작 <어디서 살 것인가>를 통해 1인 가구 주거문제의 열악함과 심각성을 논의한다. 창문을 환풍기로 대체하는 고시원은 산업혁명 초기 런던의 비인격적이었던 주거환경과 같으며, 삶의 질에 대한 기준이 최소한으로 맞춰져 있을 때 다양성은 부재 되고 다양성의 부재는 표준화로 이어지며 표준화는 사회적 갈등의 시작점으로 가치판단의 기준이 돈으로 귀결되게 한다. 저자는 확장된 실내공간을 소유할 수 없는 자본주의의 논리를 따라야 한다면 외부공간을 확장해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건축적인 제공이 실현되어야 하며 통합적인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건축은 단절되지 않는 건축으로, 구성원의 공동체 의식은 얼굴을 마주 볼 수 있을 때 생성되기에 건축양식은 그에 맞춰 변경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건축은 사람과 유기된 매개체로 개개인의 삶에 파급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저자는 통제되지 않고 획일화되지 않는 자연과 연결되고 순환되는 구조의 다양한 공간 형태를 제안한다.
유현준 건축가의 <어디서 살 것인가>를 통해 건축과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인 이해가 자리 잡혀 1인분의 삶을 유지하는 이들의 공간에 빛이 들고 바람이 드나들길 바라본다.